-최대주주와 가족 지분 58% 지배구조 탄탄
-라이선스 사업 탁월하지만 자체브랜드는 '글쎄'
마니아층이 탄탄한 미국 자연·탐사 전문 다큐멘터리 채널인줄로만 알았는데 F&F (14,810원 ▼140 -0.94%)가 '디스커버리' 의류 제품을 내놓자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 고객들이 몰려 들었다.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이 시장 포화, 경쟁 과다 등으로 실적이 줄어드는 변곡점을 맞았지만 디스커버리는 달랐다. 매년 매출이 무서운 속도로 늘었다. 지난 겨울에는 ‘롱패딩’(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기장의 패딩점퍼)이 히트를 치면서 대한민국 패션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업체가 됐다.
'레노마스포츠', '엘르스포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던 F&F가 운명의 브랜드를 만난 건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6월이다. 박찬호 선수의 진출로 전 국민의 관심이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에 쏠리던 때 F&F는 'MLB' 의류 판권을 따냈다. 대중들이 MLB에 열광할 때 관련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디스커버리는 MLB에 이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2번째 브랜드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자연·탐사프로그램 자체가 아웃도어·스포츠 의류와 딱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여서 브랜드 인지도 덕을 톡톡히 봤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김 대표는 김봉규 삼성출판사 창업주의 차남으로 2002년 패션사업을 인적 분할해 독립했다. 형인 김진용씨가 출판사업 부문을 물려 받아 현재 삼성출판사 사장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패션회사 설립 전 아버지 밑에서 삼성출판사의 핵심인 문구·팬시전문점 '아트박스' 대표로 경영 실무를 쌓고 시장을 익혔다.
지난 9월말 현재 F&F 최대주주인 김 대표의 지분은 45.01%다. 아내 홍수정씨(3.57%)를 비롯해 김승범씨(2.79%), 김태영씨(2.60%), 김진욱씨(2.08%) 등 친인척 지분은 13.81%다. 오너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58%를 웃도는 탄탄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아내 홍씨의 경우 상근 이사(기획·정보 담당)로 회사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하는 비상장사 에프앤코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500억원 규모로 중국(상하이)과 미국에도 법인이 설립돼 있다. 김 대표와 친인척이 이 회사 지분 99.83%를 보유하고 있다.
라이선스 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F&F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라이선스 사업의 경우 수십년간 공들여 키워놓은 브랜드라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 주거나 운영자가 바뀌는 경우가 많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회사 설립부터 함께하며 연 20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던 베네통·시슬리 브랜드를 지난 2016년 직진출을 선언한 베네통 본사에 내준 전례도 있다. 레노마스포츠와 엘르스포츠는 실적 악화로 사업을 접었다.
F&F가 올해 5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듀베티카' 경영권을 인수하고, 잡화브랜드 '스트레치엔젤스'를 론칭한 것은 자체 사업 강화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라이선스 사업이 아닌 자체브랜드 사업에선 그동안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시장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 2002년 패션편집숍 '콜렉티드'를 선보였지만 의미있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고 디스커버리에 앞서 선보였던 '더도어'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 사업은 수개월만에 철수한 바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라이선스 사업을 주로 해 온 F&F가 MLB 해외 진출, 자체브랜드 듀베디카 운영 등에 나서는 것은 모험이라는 해석이 많다"며 "하지만 기획, 마케팅, 판매 등 선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