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MT리포트] 편의점·카페 창업? '이곳' 피해라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한고은 기자, 이원광 기자, 김태현 기자 2018.12.19 06:30

자영업 과밀지도(종합)

편집자주 | 불경기로 가게를 접는 자영업자들이 줄을 잇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창업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 뛰어드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피 말리는 전쟁은 거리 곳곳을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있다.




여기서 문 열면 무한경쟁…치킨 거제·커피숍 부산중구·편의점 서울중구




[자영업 과밀지도]①전국 3대 자영업 과밀지역 상위 100곳 순위

# 세종시 어진동 푸르지오시티 1차 오피스텔 건물 1층. CU와 GS25 편의점 두 곳이 주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24시간 영업 중이다. CU 편의점 사장 금 모(60)씨는 4년 전 문을 열었다. GS25가 이어 개업하자 금 씨는 1년 전 가게를 두 배로 넓혔다. 오피스텔 앞 뒤로 대규모 상가 공사 현장이 있어 장사는 그럭저럭 잘 됐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손님은 차츰 줄었다. 새 건물에는 다른 편의점이 입점했다. 반경 100미터 안에 편의점 5곳.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금 씨는 낮에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자신은 새벽 1시부터 편의점을 지킨다. 그는 "옆 편의점이 문을 닫지 않으니 24시간 할 수 밖에 없다"며 "마음 같아선 두 편의점이 격일제로 야간 장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불경기로 가게를 접었다는 자영업자 얘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린다. 하지만 거리에서 벌어지는 자영업 과당경쟁은 그대로다. 레드오션임에도 불구하고 창업 행렬이 끊이지 않아서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경쟁은 어느 정도로 치열할까.

머니투데이가 18일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를 통해 3대 자영업(편의점·커피숍·치킨) 밀집도를 살펴 본 결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편의점 과밀이 가장 심한 지역은 서울 중구였다. 커피숍, 치킨은 각각 부산 중구, 경남 거제시였다.

분석은 2016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2017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17개 시도 250개 시군구 가운데 사업체가 많은 100곳을 먼저 추렸다. 사업체가 적은 지역은 경쟁이 활발하다고 보기 어려워 제외했다. 100곳 중 점포 1개당 거주인구가 적은 순서대로 과밀 순위를 매겼다. 단 유동인구, 지역 구매력을 함께 따져보지 못한 한계는 있다.

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편의점들이 영업하고 있다. 앞으로 편의점을 신설할 때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고 있는 100~50m의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와 상권 입지 특성이 참고하게 된다. 또한 경영이 어려운 편의점주가 폐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을 면제 또는 감경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2018.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편의점들이 영업하고 있다. 앞으로 편의점을 신설할 때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고 있는 100~50m의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와 상권 입지 특성이 참고하게 된다. 또한 경영이 어려운 편의점주가 폐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을 면제 또는 감경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2018.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의점 과밀 1, 2위인 서울 중구, 서울 종로구는 각각 거주인구 337명당, 563명당 편의점 1개가 있었다. 10위권 안에는 서울 자치구가 5곳 포함됐다. 제주 서귀포시(676명·3위), 경기 포천(786명·5위), 제주 제주시(806명·7위)도 편의점 밀집도가 높았다.

커피숍 과밀 1위인 부산 중구는 점포 1개당 거주인구가 114명에 불과했다. 서울 중구(125명), 서울 종로구(132명), 대구 중구(135명), 광주 동구(214명)가 뒤를 이었다. 제주 서귀포시(402명·10위), 경북 경주시(415명·13위), 강원 강릉시(460명·14위) 등 관광 도시이거나 커피로 이름 난 지역도 순위가 높았다.

다만 편의점, 커피숍 과밀 상위 지역이 거주인구가 적고 유동인구는 많은 지역인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상업 중심지인 서울 중구·종로구, 부산 중구는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이들을 상대로 한 편의점, 커피숍이 곳곳에 있다. 주거지역이 아닌 탓에 거주인구 대비 과밀 순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치킨 과밀 현상이 가장 심한 경남 거제시는 치킨집 1개당 거주인구가 885명이었다. 이어 경북 경주시(932명), 경북 구미시(976명), 대전 동구(988명), 경북 경산시(989명) 순이었다. 편의점, 커피숍과 달리 도 지역의 시군구가 상위권에 많았다.

예비창업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18에서 다양한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8.3.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예비창업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18에서 다양한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8.3.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남 거제시는 편의점 과밀 순위도 6위(790명)로 상위권이었다.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업 종사자가 전체 인구의 70%인데 원룸에 사는 외지 사람이 많다"며 "이들을 상대로 한 치킨집이나 편의점이 많이 생겼고 구조조정으로 새로 자영업에 합류한 사람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과밀 문제 해소를 위해 '입구 전략'과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창업하려는 사람에겐 과밀이 완화된 환경, 폐업하려는 사람에겐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퇴직금을 활용한 묻지마 창업, 막연한 창업이 폐업률을 높인다"며 "자신의 직무능력은 무엇인지, 자영업 업종별 경쟁은 얼마나 심한 지 관련 교육과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자영업을 그만 두면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데 안정적인 임금근로자로 전직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부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고 말했다.

8일 서울시내 번화가의 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가 8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단순 폐업률)은 무려 76%를 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8.7.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8일 서울시내 번화가의 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가 8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단순 폐업률)은 무려 76%를 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8.7.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종=박경담 기자, 한고은 기자





文이 지적한 편의점 과밀, 서울 전역 해당




[자영업 과밀지도]②서울 25개 자치구 편의점 과밀 현황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편의점 과밀 해소 대책을 주문했다. 편의점 간 사적 경쟁에 정부가 개입한 건 그만큼 자영업 과밀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였다.

일주일 뒤 공정위는 편의점업계가 합의한 자율 규약을 승인했다. 편의점 창업 희망자는 앞으로 기존 편의점과 50~100m 떨어진 곳에 가게를 열 수 있다. 서울에 편의점을 내고 싶은 사람은 자율 규약 위반 여부를 더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편의점 과밀이 전국에서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18일 머니투데이가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를 통해 250개 시군구의 편의점 과밀 순위를 매긴 결과, 상위 100위 안에 서울 25개 자치구가 모두 포함됐다. 커피숍 과밀 100위 안에도 서울은 도봉구를 제외한 24개 구가 들어가 있었다.

전국 평균 편의점 1곳당 거주인구는 1399명이다. 총 거주인구 4936만2530명(외국인 제외)을 전체 편의점 3만5282개(2016년 기준)로 나눈 값이다. 올해 10월 기준 5대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 4만1792개를 대입하면 거주인구 1181명 당 편의점 1개가 있다.

편의점 1개당 거주인구가 가장 적은 과밀 1위, 2위는 중구(377명), 종로구(563명)였다. 두 자치구는 전국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강남구(715명), 마포구(888명), 영등포구(900명), 서초구(950명), 용산구(955명)가 뒤를 이었다. 노원구(2048명), 중랑구(1857명), 도봉구(1793명), 은평구(1657명) 등은 상대적으로 덜 치열했다.

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한다. 현재 편의점을 출점할 때는 250m 거리 내 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없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4년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돼 사실상 출점에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타 브랜드 편의점 위치도 고려해야 하는 자율규약에 따라 출점이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거리에 편의점이 줄지어 있다. 2018.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한다. 현재 편의점을 출점할 때는 250m 거리 내 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없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4년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폐지돼 사실상 출점에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타 브랜드 편의점 위치도 고려해야 하는 자율규약에 따라 출점이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거리에 편의점이 줄지어 있다. 2018.1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과밀 순위 상위 지역은 관공서, 고소득 직장, 유통시설이 몰린 시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거주인구 뿐 아니라 유동인구를 보고 진입하는 사업체가 많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후보지를 선정할 때 거주인구, 시간 당 유동인구, 유동인구의 이동 속도, 점포 앞 벤치 개수 등 250개 기준을 따지는데 시내 지역은 유동인구를 가장 면밀하게 본다"며 "유동인구를 보더라도 5대 편의점은 시내 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내 지역의 편의점 과밀과 수익 여부는 별개라는 입장도 있다. 다른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시내 편의점 출점은 그만큼 매력이 있기에 이뤄진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는 중구, 종로구 등 시내 지역의 편의점 과밀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지난 3분기 기준 3년 간 개업대비 폐업률(편의점·커피숍 등 43개 업종 대상)은 중구가 112.2%로 가장 높았다. 최근 3년 간 100곳이 창업한 동안 112.2개가 문을 닫았다.

종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창업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신규 창업 시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다른 지역은 위험 지역보다 낮은 의심·주의 지역으로 평가됐다.

세종=박경담 기자





취업자 5명 중 1명, 대출 591조…블랙홀 된 자영업




[자영업 과밀지도]③ "과당경쟁 방지·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연착륙 지원 필요“

지난 11월 기준 전체 취업자 2718만명 중 자영업자수(무급가족종사자 제외)는 563만명이다.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1998년 28.2%까지 상승했던 자영업자 비중은 점차 줄어 최근 20%대 초반까지 내려 왔다. 그렇지만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급가족종사자까지 포함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2017년 기준 25.4%다. 미국(6.3%), 영국(15.4%), 일본(10.4%), OECD 37개국 평균(17.0%)에 비해 높다.

자영업체 대부분이 직원 없이 혼자 꾸려나가는 영세 자영업체라는 점에서 한국 자영업 시장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올해 11월 기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6만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397만명이다. 자영업이 몰려있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사업체가 창업 5년 후에도 남아있을 확률은 20% 내외다. 2016년 기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사업체의 5년 생존율은 각각 25.4%, 18.9%다. 쉬운 진입 후 과당경쟁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수순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가형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혁신에 있어 중요한 추진력이지만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시장 진입이 어려운 데서 기인한 생계형 자영업이 많다”며 “이들을 임금근로자로 흡수하는 노동시장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시장으로 갈 수 있는 활로를 만드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한데 정부는 우선 최저임금을 올리고, 반발이 크니까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땜질식 정책으로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자영업 구조조정이란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내년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인 8월부터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서 기존 임시, 일용직 감소에 더해 상용직과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다소 위축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경기둔화 국면에서 최저임금 관련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는 비중은 앞으로 더 감소할 전망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국민소득이 늘면서 중장기적으로 18%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소비패턴 고급화·대형화되면서 자본규모와 기술력에서 밀리는 자영업자들의 퇴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0년을 전후로 영세 슈퍼마켓이 정리되고 대형마트, 편의점으로 넘어가는 소매업 구조조정이 끝났다. 2015년을 기점으로는 이미 포화상태였던 일반음식점과 2011~2012년 폭증했던 커피전문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영업 부문 취약성은 고용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원이다. 2017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되는 와중에서도 자영업자 대출은 빠르게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년동기대비 기준)은 2014년 7.6%, 2016년 13.7%, 올해 상반기 15.6%로 더 높아졌다.

한은은 자영업자 대출 증가 원인 중 하나로 베이비붐 세대 은퇴의 창업을 꼽았다. 연령별 자영업자 대출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 차주 비중은 2014년말 20.7%에서 올해 상반기 24.2%로 늘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차주의 소득·신용 수준 등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지만 자영업자의 자산·소득 대비 부채규모가 확대되고, 고금리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 차주의 대출 규모가 늘고 있어 취약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중고령에 이르러서도 임금근로자로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상황”이라며 “미래에 무엇을 할지를 미리 생각하고 현재 근로상태에서도 그에 맞는 직무능력 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로서는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나 임대료 관련 정책, 과당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거리 제한 같은 정책과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시장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창업을 준비할 때 보호해주는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고은 기자





"실패해도 상환 면제" 예비 자영업자 위한 '꿀팁'




[자영업 과밀지도]④신사업창업사관학교, 교육·멘토링·자금 등 패키지 지원

극심한 고용악화와 취업난을 피해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자영업자라면 정부의 정책지원 사업들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부는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예비 자영업자들을 위한 창업교육부터 자금지원까지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 창업 지원에 57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내년 자영업 창업을 지원하는 정부사업으로 신사업창업사관학교와 생활혁신형 창업지원 사업이 꼽힌다. 이들 사업의 내년도 예산은 각각 102억원과 469억원으로 올해 본예산(110억원, 482억원)과 유사한 규모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선 예비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론 교육 △점포 경영 체험 △창업 멘토링 △사업화 자금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사업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창업 전선에 뛰어든 초보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서다. 9기 신입 교육생은 내년 2월 모집 예정이다.

우선 예비창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기본‧전문‧분반 교육 등을 통해 창업 준비와 점포 운영에 필요한 이론 교육을 4주간 제공한다. 해당 교육을 수료하면 신사업 아이디어를 활용해 120일간 점포 운영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 받는다. 이 기간 창업 전문가로부터 1대 1 맞춤형 창업 레슨도 받는다. 최종 우수 수료생으로 선정되면 매장 인테리어, 브랜드 개발, 시제품 및 홈페이지 제작, 홍보 등 비용 일부를 지원받는다. 본인이 절반을 부담하며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 된다.

초기 사업 자금이 절실한 예비 자영업자에겐 생활혁신형 창업지원 사업이 효과적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혁신적인 아이템을 발굴한 예비 자영업자에게 최대 2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상환 기간은 5년으로 2.5%의 고정 금리가 적용된다. 공고일 기준 만 39세 이하 청년에겐 가점을 부여한다.

특히 해당 자금은 성실 실패 시 대출 상환의무를 면제하는 성공불융자다. 융자 3년 후 전체 임금근로자 중위 소득이나 업종별 매출액 평균치를 밑돌 경우 실패로 구분되는데 고의가 아닌 성실 실패로 인정되면 구제 받는다. 성실 실패 판단 여부는 교수, 회계사, 창업 컨설턴트 등으로 이뤄진 평가단이 현장 조사와 창업자 인터뷰 등을 통해 결정한다. △매출액 등 평가 증빙 자료 허위 제출 △위장 창업 후 조기 폐업 △범죄 등 창업자 귀책 사유로 폐업 등은 고의 실패로 구분된다.

상권 분석에는 상권정보시스템이 유용하다. 해당 시스템은 창업 예정지의 △점포 현황 △인구 구성 △주거 형태 △유동 인구 규모 △임대 시세 △매출 정보 등 자료를 41개 기관으로부터 취합해 제공한다.

핵심 기능은 경쟁분석서비스다. 출점 시 예상되는 경쟁 수준을 측정해 성공 확률을 예측하는 서비스다. 경쟁 정도에 따라 안전(파랑), 주의(노랑), 위험(주황), 고위험(빨강) 등으로 표시된다. 이외에 △창업을 원하거나 유사한 입지‧업종의 매출 현황 등을 나타낸 '수익분석 서비스' △특정 점포의 과거 개‧폐업 이력을 보여주는 '점포이력 서비스'도 제공된다.

기존 자영업자를 위한 융자 지원 사업도 지속된다. 일반경영안전자금이 대표적이다. 경영애로 해소를 위해 점포 운영자금 명목으로 업체당 최대 7000만원을 지원한다. 대출 기간은 5년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자영업자에겐 성장촉진자금이 효과적이다. 활력 제고와 재도약을 노리는 5년 이상 경력의 자영업자 등에 최대 운전자금 1억원이나 시설자금 2억원을 지원한다.

이원광 기자





미봉책 '편의점 출점 제한'…업계 혼란만 가중




[자영업 과밀지도]⑤공정위의 첫 편의점 출점 규제…형평성·시장 왜곡 등 부작용 우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업계가 내놓은 출점 규제 자율규약안을 승인했다. '편의점 4만개 시대' 과밀화로 인한 가맹점주의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가 사실상 편의점 근접 출점을 제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2000년 편의점 업계가 타 브랜드 간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자율규약안을 내놓은 바 있지만,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고 사라진 바 있다.

공정위와 편의점 본사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편의점 자율규약 이행 선포식을 개최하고, 지난달 마련한 자율규약 이행을 약속했다. 자율규약의 주요 골자는 편의점 신규 출점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출점 어렵게 하기 위해 편의점 브랜드와 무관하게 지방자치단체 소관인 담배 소매인 거리제한(50~100미터)을 출점 기준으로 삼았다. 당초 가맹점주 단체가 요구한 250m에 못 미치지만, 명시적 거리 기준을 제시한 만큼 효과는 크다.

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도 "거리 제한폭은 미흡하지만, 일단 자율규약이 만들어진 것은 환영한다"며 "무엇보다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자율규약안과 관련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당장 출점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만, 형평성 문제와 시장 왜곡 등 부작용만 낳는 미봉책이라는 평가다.

한국유통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영홍 고려대 교수는 "출점을 규제하면 독점적인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일부 고수익 상권에 있는 가맹점만 배 불리는 꼴"이라며 "편의점 시장 신규 진입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출점은 시장 경제에 맡기고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가맹 사업 진출 단계에 있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편의점 포화 상태의 원인을 자영업자들의 무분별한 시장 진입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가맹점주 중에서는 공정위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서조차 확인하지 않는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는 것.

그는 "미국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포화 상태인 가맹 사업에 대해서는 시장 진입 위험성을 매년 경고한다"며 "정부의 역할은 가맹 사업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고, 자영업자가 스스로 검토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편의점 본사는 자율규약으로 발생할 시장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출점 제한은 결국 가맹점을 뺏고 뺏기는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본사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결국 기존 가맹점 지원 여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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