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못 믿어서…기부 안해요"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유승목 기자, 김건휘 인턴기자 2018.12.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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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의 계절](종합)

"기부요? 내 코가 석 잔데…"
[기부의 계절-①]불투명한 운용·기부금 악용에 불신 커져…불경기에 기부도 '꽁꽁'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21.7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지난달 20일 '희망2019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사진=박가영 기자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21.7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지난달 20일 '희망2019나눔캠페인'을 시작했다./사진=박가영 기자


'기부 한파'가 매섭다. 불경기에 기부 단체 불신이 더해지며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며 '기부 포비아(phobia·공포증)'란 말까지 생겨난 상황. 전문가들은 기부 문화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16일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희망 2019 나눔캠페인' 모금액은 약 8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억원가량 줄었다. 기부 문화가 움츠러들며 연말 기부에 참여하는 손길도 얼어붙은 것. 목표액(4105억원)에 도달할 경우 100도를 가리키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도 21.7도에 머물렀다. 3년 전인 2015년 12월15일 39.9도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18도 이상 낮은 셈이다.



기부의 '큰손'도 사라지고 있다. 1억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줄었다. 2016년 422명이었던 신입 회원 수는 지난해 338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신규 가입자는 11월 말 기준 186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온정의 손길,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서…"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는 기부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주요인으로 꼽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6.7%에 불과했다. 2011년(36.4%)과 비교하면 9.7%P나 감소한 수치다. 기부 경험이 없는 이들은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57.3%)는 답변을 가장 많이 내놨다.


"돈 없어서, 못 믿어서…기부 안해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직격타를 맞은 영세 소상공인들도 기부에 난색을 보인다. 주머니 사정의 여의치 않아 이웃을 도울 여유가 없어서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30)는 "내 코가 석 자"라며 "주위를 살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속적인 불황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의 기부 참여가 줄면서 사회 전반의 기부 문화가 침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낸 기부금은 어디로?"…'못 믿을' 기부 단체

기부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불신'(不信)으로 분석된다. 최근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유용하는 사건이 잇따르며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 딸의 수술비로 기부받은 후원금 12억원으로 호화 생활을 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 기부 단체가 결손 가정 아동 기부금 127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서 국내 최대 법정 모금단체인 공동모금회도 내부 비리 사건이 터지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0년 국정감사 과정에서 경기지회 한 간부가 3300만원의 국민 성금을 유흥비로 탕진한 사실 등 공동모금회 관련 각종 비위가 밝혀지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깜깜이 기부' 역시 기부 문화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기부금을 낸 사람들은 기부금이 실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 따르면 기부자 중 61.7%가 기부금 사용처를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기부금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60.7%에 달했다.

"돈 없어서, 못 믿어서…기부 안해요"
현행법상 기부 단체의 기부금 모금액과 활용 실적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억원 미만이거나 수입금액과 해당 사업연도에 출연받은 재산의 합계액이 3억원 미만인 공익단체는 결산서류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사회복지법인, 종교법인, 학교, 장학재단 등은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공시의무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공익법인 3만4000여 곳 중 공시의무가 있는 곳은 8900여 곳.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부자들은 규모가 큰 단체에 기부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불투명한 기부금 운용과 이에 대한 불신은 기부에 대한 거부감까지 불러일으킨다. 대학생 박모씨(22)는 "기부해야겠다는 마음보다 제대로 전달될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든다"면서 "내 돈이 허튼 데 쓰일 바엔 차라리 기부하지 않는 게 답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자의 알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 관계자는 "기부자가 모금에서 사용까지 관련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부 단체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기부도 '잘' 해야 한다
[기부의 계절-②]한파·불경기에 기부 필요성 강조…기부과정 전반을 신중하게 살핀 후 기부 결정해야

/사진제공= 이미지투데이 /사진제공= 이미지투데이
기부자는 사회적 효과를 내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소비자이자, 직접 투자자다. (중략) 선한 일들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면 당신의 만 원을 '잘' 내야 한다.(김종빈 '당신의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습니까' 中)

한파와 불경기 속에서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네는 기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이나 물건을 냈다고 해서 기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정성이라도 '잘' 전달해야 비로소 기부가 완성된다.

◇기부상자 속 쓰레기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사회자원을 재분배하는 기부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다. 자신이 가꾼 재능을 전하거나 직접 땀을 흘리는 봉사활동을 비롯, 여러가지 기부형태가 있다. 이 중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부 방법은 금전적 기부와 물건을 선물하는 물품기증이다. 특히 물품기증은 자신이 아껴 썼지만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손때 묻은 물건을 필요한 이웃에게 '나눔'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부 행위로 꼽힌다.

물품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가 이들이 기증한 물품의 모습. /사진= 아름다운가게 SNS 페이스북물품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가 이들이 기증한 물품의 모습. /사진= 아름다운가게 SNS 페이스북
직장인 이재영씨(27)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입지 않는 옷을 골라 상자에 담는다. 기부단체를 통해 기증하기 위해서다. 지난주에도 맞지 않거나 잘 입지 않는 옷을 모아 보냈다. 이씨는 "아끼던 옷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기부하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정확히 누구에게 전달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름다운 세상만들기에 사용하겠다'라는 메시지와 기부영수증을 받으면 무척 보람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씨같지는 않아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버려야 할 쓰레기를 기증하는 사람도 많아 나눔의 의미가 퇴색될 때가 많다. 지난 10일 권태경 아름다운가게 간사가 라디오에 출연해 어려움을 토로한 이유다. 권 간사는 해당 방송에서 "(물품) 10개를 받으면 7개를 버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권 간사에 따르면 누렇게 된 속옷이나 겨드랑이에 땀이 찬 옷은 물론, 기름때가 씻기지도 않는 에어프라이기가 들어오기도 한다.

실제 아름다운가게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온 기부 물품은 무려 2000만점이 넘지만, 이 중 67%(약 1천460여만점)가 쓰이지도 못한 채 폐기됐다. 폐기해야 할만 한 물건은 기부 품목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대체로 기부의식이 부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권 간사는 "내 친구, 가족에게 줄 수 있는 물건을 보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직장인 이재영씨(27)가 아름다운가게에 물품 기부 후 받은 메시지. /사진= 유승목 기자직장인 이재영씨(27)가 아름다운가게에 물품 기부 후 받은 메시지. /사진= 유승목 기자
◇깜깜이 기부도 그만

물품기증을 할 때 이웃이 쓸 수 있는 물건을 건네야 하는 것처럼, 금전적 기부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내가 내민 기부금이 잘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깜깜이 기부'를 하고 있어 건전한 기부문화 확산을 막는다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국민 12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나눔 실태 및 인식 현황'에 따르면 53.3%가 기부 경험이 있고, 연 평균 38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다. 하지만 기부자 중 61.7%가 기부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라는 목적 자체와 기부금을 내는 단체·프로그램이 영리 목적이 아닌 사회적 효과를 의도하기 때문에 막연히 좋은 일에 쓰일 것이라는 생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종빈 CSR(기업사회공헌) 포럼 총괄 간사는 저서 '당신의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습니까'에서 "'좋은 일'이라는 점 때문에 단체와 프로그램이 미숙하고 실수나 잘못이 있더라도 (기부자들이) 관용을 베풀고 느슨한 잣대를 적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때문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나 소외 아동·청소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5만명의 기부자에게 128억원을 받아 챙긴 '새희망씨앗' 사건처럼 기부금을 횡령·유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는 기부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정기 후원을 받고 있는 한 사회복지단체가 매달 후원자에게 보내는 사용내역 메시지. /사진= 유승목 기자 정기 후원을 받고 있는 한 사회복지단체가 매달 후원자에게 보내는 사용내역 메시지. /사진= 유승목 기자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사회복지 단체에 정기 후원 중인 직장인 윤모씨(28)는 오랫동안 단체의 활동을 지켜본 뒤 기부를 결정했다. 윤씨는 "대학시절 해당 단체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많아 기부를 결정했다"며 "매달 후원금 사용내역을 확인하면 내가 낸 돈이 잘 쓰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해당 단체도 감시자가 있으니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한국 기부시장이 소수단체 쏠림이 크기 때문에 기부단체를 비롯, 기부과정 전반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익법인을 감시하는 '한국 가이드 스타'에서 단체의 재정 투명성 등을 평가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김종빈 CSR 포럼 총괄 간사는 "기부는 자원의 '치료적 미세 분배' 기능을 담당한다"며 "위기의 순간, 가장 빠르게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에 근거한 직접 참여가 핵심이다"라고 설명했다.

유승목 기자

돈 내는 것만 '기부'는 아니에요

[기부의 계절-③]'돈'으로 하는 기부 불신 확산…기부 방식 및 플랫폼 다각화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2018 산타런에서 산타 복장을 입은 참석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산타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따뜻한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산타복장을 하고 달리는 이색 마라톤 축제로 수익금 전액은 기부된다. /사진=뉴스1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2018 산타런에서 산타 복장을 입은 참석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산타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따뜻한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산타복장을 하고 달리는 이색 마라톤 축제로 수익금 전액은 기부된다. /사진=뉴스1
사회 전반에 기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기부금 횡령 사건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다'라고 한 응답자는 26.7%였다. 조사가 시작된 2011년(36.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런 '기부 한파'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이색 기부'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돈을 직접 전달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이 기부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 걷기, 광고 시청, 게임…다양한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기부

/사진=어플리케이션 '빅 워크' 캡처 /사진=어플리케이션 '빅 워크' 캡처
대학생 김모씨(25)는 최근 '기부 어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김씨가 설치한 앱은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모금에 보태는 방식이다.

해당 앱에서는 이용자가 목표한 걸음이 채워지면 기업이나 단체가 현금 물품으로 기부를 하게 된다. 이용자가 원하는 기부 프로젝트를 선택하여 걷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기부가 되는 것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대학생이라 물질적인 기부를 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며 "많이 걸을수록 포인트가 쌓이니 운동과 기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사진=어플리케이션 '애플트리' 캡처 /사진=어플리케이션 '애플트리' 캡처
다양한 광고 상품에 참여를 유도해 수익의 일부를 회원과 자선단체에 돌려주는 '후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광고를 시청함으로써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는 자선단체에 전달된다. 일종의 '간접 기부'인 셈이다.

게임을 통해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앱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0년 처음 등장한 'Tree Planet'은 게임 속 아기나무를 키우면, 전 세계 곳곳에 실제 나무가 심어지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들 덕분에 8년간 약 55만 그루의 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었다.

◇ 재능을 봉사로 연결하는 '재능 기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는 '재능 기부' 역시 활발하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자원봉사 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된 새로운 기부형태"로 재능 기부를 정의한다.

최근 5주년을 맞은 '마을변호사 제도'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성공적인 재능기부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마을변호사 공식 블로그/사진=마을변호사 공식 블로그
'마을 변호사 제도'는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변호사와 읍·면 단위 마을을 연계한다. 주민들은 전화, 팩스, 이메일 등 간편한 방법으로 법률 서비스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법무부·행정안전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마을 변호사 제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변호사 재능기부 활동으로 정착했다. 지난 2013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 1411개 읍·면·동에서 1409명의 마을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프로보노 ICT멘토링 활동 모습. /사진제공=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프로보노 ICT멘토링 활동 모습. /사진제공=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남은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센터가 주관하는 'ICT 멘토링'에는 올해에만 299명의 멘토가 참여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현직자들은 학생들에게 정보·통신 분야의 실무 지식을 전달했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재능 기부에 나선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ICT 멘토링’ 참여 학생의 취업률은 2016년 기준 81.8%를 기록했다.

◇ 젊은 세대의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아이돌 팬덤 기부'

/사진=SNS 캡처 /사진=SNS 캡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팬덤 기부'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SNS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팬이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누리꾼은 "팬덤 기부 문화를 접하고 BTS의 이름을 같이 빛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했다"라며 "이 머리카락이 다른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는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아미'(BTS의 팬클러)들의 답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갓다니엘' 카페 캡처 /사진='갓다니엘' 카페 캡처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의 팬카페 '갓다니엘'은 모범적인 팬덤 기부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유기묘 보호소 청소, 마리몬드 위안부 뱃지 구매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9일에는 회원 30여명이 강다니엘의 고향 부산에서 '연탄 배달' 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부산 연탄은행을 통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구에 3000장의 연탄을 직접 배달했다.

봉사에 참여한 한 팬은 "연탄배달을 끝낸 후의 뿌듯함 덕분에 오히려 따뜻한 선물을 받고 온 기분이었다"며 "영하의 날씨였지만 즐거운 분위기에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팬카페 회원들과 함께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 기부 플랫폼의 다양화, 낮아진 '진입 장벽' …"제도 보완은 필요해"

이러한 기부 문화의 변화에 대해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부 문화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황 본부장은 "이전에는 특정 계층에 기부자들이 몰려 있었지만, 최근에는 젊은층까지 기부를 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며 "돈이 없더라도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예비 기부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 플랫폼이 다양해져서 시민들이 편하게 기부할 수 있게 됐다"며 "무조건 돈이나 물질적인 것만이 기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의 경우 투명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기부 기관의 기금 지원 및 사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건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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