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수업 중인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오른쪽)와 학생. /사진제공=학생독립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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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시장에 '외상 제도'를 도입한 청년이 있다. 학생들은 돈 걱정 없이 교육을 받고 이듬해 직접 벌어 갚는다. 후불제 교육중개 스타트업 '학생독립만세'의 장윤석 대표(31)의 얘기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느냐'는 질문에 장씨는 손사래를 치며 "오히려 이미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고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 많다"며 "대부분 부족한 과목을 더 배우고 싶은데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망설였던 학생들"이라고 덧붙였다.
장윤석 대표(오른쪽 위)를 비롯한 학생독립만세 직원들. /사진제공=학생독립만세
"그러다 문득 '후불'이라는 개념이 떠올랐어요. 과외를 무료로 받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 후 교육비를 갚거나 또 다른 후배들에게 과외로 대물림하면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지겠다 싶었어요. 테스트를 해 봤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실제로 '부모님께 죄송해서 과외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내 힘으로 과외비를 상환할 수 있어 뿌듯했다', '학원비가 부담돼 반수를 포기하려 했는데 덕분에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등의 후기를 받았다. 장씨는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어 보여 본격적으로 과외 후불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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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왼쪽)가 선생님들에게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위한 꿀팁'을 전수하고 있다. 선생님으로 지원한 대학생들은 1시간 가량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사진제공=학생독립만세
선생님과 학생 모두 복잡한 지원 과정을 거친 만큼 진정성 있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대학에 가서도 계속 연락하는 등 학생과 선생님 간의 유대 관계도 끈끈한 편이다.
학생독립만세를 이용한 한 학생이 남긴 메모. /사진제공=학생독립만세
대학 진학 후 '과외 대물림'으로 교육비 상환을 대신할 수도 있다. 돈을 내지 않고 과외를 받았으니 또 다른 후배에게 돈을 받지 않고 과외를 해주는 것. 이 경우 과외한 선생님에겐 학생독립만세 측이 교육비를 대신 지급한 후, 내년에 지금 가르치는 학생에게서 돈을 받는다.
장윤석 학생독립만세 대표./사진=이상봉 기자
"대부분 저희 사업이 가진 사회적 의미에 공감해서 지원해 주시는 것 같아요. 본인도 학창시절에 돈이 없어 과외를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 수 있고 우리나라 대학 입시, 경쟁, 교육격차 등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아니까요."
장씨는 이제 성인 취업 교육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돈 걱정 없이 취업을 준비할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다. 다양한 분야의 학원 및 인터넷 강의를 후불로 들을 수 있게 돕는다. 학생들은 취업 후 교육비를 상환하면 된다.
끝으로 장씨는 후불제 문화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후불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에요.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안 좋은 인식이 있죠. 그러나 학생 본인이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후불제라는 선택을 하는 것일 뿐 정당한 대가를 내고 교육을 받는 겁니다. 교육 시장에서 후불제가 당연한 지불 옵션이 될 때까지 뚝심 있게 제 갈 길을 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