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손 뗀 이서현…삼성가 '트로이카' 지각변동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임동욱 기자 2018.12.1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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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차녀 부부 경영일선서 동반퇴진…'삼성 분할은 없다'

경영 손 뗀 이서현…삼성가 '트로이카' 지각변동


기업 오너 일가의 거취 인사는 내막을 알기 쉽지 않다. 대기업, 그것도 국내 1위의 삼성그룹 오너 일가라면 더 그렇다. 오너 집안의 내부 논의와 결정에 따르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이뤄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 이서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45)의 경영 퇴진 때도 그랬다.

◇이서현 경영퇴진, 패션사업 '물음표'



삼성은 6일 그룹 사장단 인사 발표에서 이 전 사장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선임 사실을 알렸다. 인사 당일까지 이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 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서, 비전자제조 계열사는 삼성물산 (150,400원 0.00%) EPC경쟁력강화TF에서, 금융계열사는 금융경쟁력제고TF에서 인사를 조율한다. 이 전 사장의 패션 부문 사장 퇴진과 복지재단행은 TF에서도 아는 이가 극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물산이 13일 박철규 부사장을 이 전 사장의 후임 부문장으로 앉히기까지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그동안 예상하지 못한 이 전 사장의 거취 소식에 패션부문 직원들의 동요가 이어졌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삼성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삼성
때만 되면 불거졌던 패션부문 철수설이 다시 고개를 든 까닭이다. 이 전 사장의 퇴진으로 삼성이 패션부문을 매각까진 하지 않더라도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부문 직원들 입장에선 오너 3세라는 든든한 우군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최근 삼성의 패션사업은 전망이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16년 영업손실 452억을 냈다가 지난해 326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다시 적자 신세다.


이 전 사장이 기획단계부터 관여해 2012년 출범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지난 5월 중국 플래그십 매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등 해외매장에 쌓인 재고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돈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가 재부각하면서 오너 일가 3세가 부문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합병 이슈와 무관한 부문이라고 해도 입방아에 오르는 게 신경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 전인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14년 경영기획담당 사장까지 올랐다.

◇사실상 부부 동반퇴진…계열분리 없다

삼성가 3세 구도에 초점을 맞추면 이 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51)의 최근 행보도 주목된다. 장인 이건희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삼성 주요 계열사의 경영기획 총괄사장까지 맡았던 김 사장은 2014년 이 회장 입원 이후 경영과 관련 없는 스포츠 관련 업무만 하고 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청운중학교 동창으로, 2000년 이 전 사장과 결혼했다.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 /사진제공=삼성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 /사진제공=삼성
김 사장은 2002년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했고 2004년 제일모직으로 이동해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 2011년 3월 제일모직(현재 삼성물산으로 합병) 사장(경영기획총괄)에 올랐다. 2010년 12월 임원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 승진한 지 3개월만의 파격 승진이었다.

같은 해 12월 김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이동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 내 성장세가 가장 강한 계열사로 손꼽혔다. 이에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제일모직(지분율 13.1%)인 점을 고려할 때 3세 승계 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인사이동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2014년 5월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 단행된 연말 인사에서 김 사장은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옮겼고 올해 5월 삼성경제연구소로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부부가 모두 3세 경영에서 손을 뗀 모양새다. 이를 통해 설왕설래가 많았던 삼성가 3세 삼남매의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지배구조가 이미 이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을 인위적으로 분할하기엔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에 대해선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73)의 전철을 밟아 문화·복지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사장은 내년 1월1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도 겸하게 된다.

재계 한 인사는 "복지재단 업무는 주로 오너 일가의 최측근이 맡는 부문"이라며 "이 전 사장의 복지재단행은 경영일선 퇴진보다 부문장에서 이사장으로 격상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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