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경영퇴진, 패션사업 '물음표'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 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에서, 비전자제조 계열사는 삼성물산 (150,400원 0.00%) EPC경쟁력강화TF에서, 금융계열사는 금융경쟁력제고TF에서 인사를 조율한다. 이 전 사장의 패션 부문 사장 퇴진과 복지재단행은 TF에서도 아는 이가 극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진제공=삼성
최근 삼성의 패션사업은 전망이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1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16년 영업손실 452억을 냈다가 지난해 326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올해 다시 적자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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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사장이 기획단계부터 관여해 2012년 출범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지난 5월 중국 플래그십 매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등 해외매장에 쌓인 재고가 천문학적인 금액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돈다.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슈가 재부각하면서 오너 일가 3세가 부문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합병 이슈와 무관한 부문이라고 해도 입방아에 오르는 게 신경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사장은 삼성물산 합병 전인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14년 경영기획담당 사장까지 올랐다.
◇사실상 부부 동반퇴진…계열분리 없다
삼성가 3세 구도에 초점을 맞추면 이 전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51)의 최근 행보도 주목된다. 장인 이건희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삼성 주요 계열사의 경영기획 총괄사장까지 맡았던 김 사장은 2014년 이 회장 입원 이후 경영과 관련 없는 스포츠 관련 업무만 하고 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청운중학교 동창으로, 2000년 이 전 사장과 결혼했다.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담당 사장. /사진제공=삼성
같은 해 12월 김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이동했다.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 내 성장세가 가장 강한 계열사로 손꼽혔다. 이에 당시 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가 제일모직(지분율 13.1%)인 점을 고려할 때 3세 승계 후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인사이동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2014년 5월 이 회장이 입원한 이후 단행된 연말 인사에서 김 사장은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옮겼고 올해 5월 삼성경제연구소로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부부가 모두 3세 경영에서 손을 뗀 모양새다. 이를 통해 설왕설래가 많았던 삼성가 3세 삼남매의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도 지배구조가 이미 이 부회장 중심으로 재편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을 인위적으로 분할하기엔 규모가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에 대해선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73)의 전철을 밟아 문화·복지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사장은 내년 1월1일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도 겸하게 된다.
재계 한 인사는 "복지재단 업무는 주로 오너 일가의 최측근이 맡는 부문"이라며 "이 전 사장의 복지재단행은 경영일선 퇴진보다 부문장에서 이사장으로 격상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제공=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