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가 한국을 찾은 이유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8.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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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그 나라, 베트남 그리고 국제결혼 ②] 국제결혼과 대도시 취직, 큰 차이 없어… 친정에 송금 가장 큰 목적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호치민시 풍경 /사진=베트남 관광청호치민시 풍경 /사진=베트남 관광청


베트남 신부가 한국을 찾은 이유
"저는 베트남 여자와 살고 있지만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에서 신랑을 만나 아기를 낳아주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목적은 100% 본국으로 송금입니다. 신랑이 돈을 대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벌어서 부쳐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것입니다. 신부에겐 1순위 친정 부모님, 2순위 형제들, 3순위 친구들, 4순위 친정집 돼지 개 가축, 그 다음 5순위가 한국 신랑과 아기입니다." (지난해 한 결혼 육아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나 국제결혼 정보공유 온라인 카페에서는 위 같은 내용의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본인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다고 소개하는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위의 내용이 엄밀히 말해 사실이 아니라곤 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은 수의 베트남 여성들이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친정을 돕기위해 한국행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설령 사실이라 하더라도, 비판받을 일인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잘못이라기 보다는 베트남이 가진 사회적 특징이나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은 왜 베트남 여성을 선호할까 [이재은의 그 나라, 베트남 그리고 국제결혼 ①] 참고)

◇국제결혼이 익숙한 베트남
본인의 가족과 삶의 기반을 떠나 아는 이 없는 나라로 향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 여성들 역시 국제결혼 업체에 본인을 등록하기까지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나마 베트남에서는 일찍이 국제결혼한 커플이 많이 생겨나면서 우리나라에서의 국제결혼 보다 조금 더 친숙한 개념이었기에 여성들은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결혼이 급격히 늘었다. 베트남 여성들이 현지에 주둔했던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다. 1970년대 이후엔 북미·호주·유럽의 국제결혼중개업체 소개로 편지를 교환하며 결혼을 약속받고 이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 머이(Doi Moi·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권의 경제개혁 흐름이 이어지자, 1986년 베트남 정부가 채택한 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에는 '비엣 끼에우'(Việt kiều·외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인)라고 불리는 베트남계 미국인과의 혼인이 줄을 이었다.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해 미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 남성들은 이민사회 주류에 편입하지 못했고, 떠나온 고국 여성을 신부로 데려오고자했다.

1990년대 이후로는 자본시장을 개방한 베트남에 대만 중소 자본가들이 대규모로 진출하면서 대만 남성과의 결혼이 크게 늘어났다. 2001년 기준 베트남에서 총 2만7544명이 국제결혼을 했는데, 그 중 1만885명(전체의 39.5%)에 달하는 여성이 대만 남자와 결혼했다.


이처럼 국제결혼이 흔해진 데엔 성비차이 문제가 있었다. 베트남은 성비가 불균형한 사회로, 결혼 적령기인 여성들의 성비가 더 높아(2004년 기준 성비 여자 100명당 남자 96.7명)외국으로 짝을 찾아가는 게 어색한 일이 아니었다. 인도차이나 전쟁(1946~1954년), 베트남 전쟁(1955~1975년) 등을 겪으며 수십만명의 남성이 사망했고, 성비가 가장 낮은 국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남아선호사상이 이어지면서 남성의 성비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20년 뒤 베트남에는 결혼하지 못하는 남성 수십만명이 생겨난다.)

반면, 한국은 혈통과 가문의 대를 이어야한다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다. 1980년대 이후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서 결혼적령기 남성이 짝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됐다. 베트남에서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국제결혼이 이어져 국제결혼에 익숙했던 데다가, 대만의 국제결혼 중매시장이 상업적으로 발전해 거대한 산업을 구성한 상태라, 한국인과의 국제 결혼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을 찾아온 이유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출신 지역(남부·북부 등)에 따라 매우 달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북부 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남부출신 여성들이, 취직과 비슷한 개념으로 한국을 오는 일이 흔했다.

1990년대 이후 급증한 한국인·대만인과의 국제결혼은 특히 남부지역에 집중됐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 십여 년 동안 총 3만9325명의 베트남 여성이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 남성과 결혼했는데, 이 가운데 남부 베트남 여성과 외국 남성과의 결혼이 92%이상을 차지했다. 한국 결혼비자(F-2) 발급 건수도 이러한 사실을 보여준다. 북부 하노이 보다 남부 호치민에서의 발급 건수가 현저히 많다. 남부는 전반적으로 발전이 더뎠기 때문에, 남부 제 2의 도시 껀터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2009년 기준 껀터 출신으로 국제결혼한 여성 수는 2000여명으로 이 중 90%가 한국과 대만에 이주했다.
2005년의 메콩 델타  /사진=위키커먼스2005년의 메콩 델타 /사진=위키커먼스
베트남 남부에서도 특히 메콩 델타 지역은 최대 곡창지대지만 사회적 기반시설이 적다. 국제결혼은 베트남의 농촌 지역 여성들에게 돈 벌 수 있는 기회로 빈곤한 가족을 도와줄 수 있으며, 빈곤과 과중한 농사 관련 노동에서 탈출할 수 있고, 혹 기회가 닿으면 가족들을 부국에 이민으로 데리고 갈 수 있는 기회로 비춰졌다. 결국 이들에겐 호치민 등 대도시에 나가 돈을 버는 것과 국제결혼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됐다.

장지혜 문화인류학자는 논문 '국제결혼을 통한 송금이 여성 결혼이주자 본국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에서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을 해 국제이주하는 여성들에게 한국, 대만, 일본 등 이주대상국 은 그다지 고려할 사항도, 선택의 사항도 아니었다"면서 "어떤 중개업체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당시 국제결혼시장에서 선호하는 시장이 어디인 지에 따라서 그 나라가 정해진다. 중요한 건 부유한 국가로 이주해서 돈을 벌어 집안의 살림에 보태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연히 이들의 가장 큰 목적은 '친정에의 송금'이다. 세계은행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 10대 송금 수입국이다. 2012년 기준 해외거주자로부터 베트남에의 송금액수는 100억달러로, 9위였다. 2005년 보건복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약 70%가 본국에 송금을 하고 있으며, 연간 평균송금액은 97만원이었다.

한편, 베트남 여성들에게는 '혼기를 놓친 나이' 역시 결혼을 결정하는 데 큰 고려 사항이다. 베트남에서 여성의 결혼 연령은 보통 20~22세로,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은 집안의 골칫거리로 여겨진다. 갓 성인이 된 여성은 연상 남성들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는데, 만일 이 과정에서 결혼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러 형태의 압박을 받게 된다. 반면 이들이 중개업체를 통해 한국, 대만 등의 남성과 국제결혼할 때엔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니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결혼중개업체에 등록해 국제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와 관련돼있다.

◇'송금' 갈등과 가정폭력
이처럼 베트남 여성들은 가족지향적이고, 베트남에 있는 친정 가족과 긴밀한 정서적 결속력을 갖고 있기에 형제의 학비, 부모의 생활비 등 경제적 원조를 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크다. 경제적 목적을 가지고 한국을 찾아왔기 때문에 이 목적이 가로막힐 경우 갈등이 불거지기 십상이다.

김한곤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이주여성 상당수가 친정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호전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국제결혼을 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이주여성의 적응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친정 가족들에게 송금을 하느냐 여부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결국 베트남 국제결혼 가정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부부간 호혜적인 태도를 유지해야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베트남 여성들은 '한국에서도 한국인 아내의 친정을 자주 찾고, 한국인 아내의 친정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리거나 용돈을 드리지않냐'며 송금을 남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 남편들은 송금 문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부담스럽게 여긴다. 시댁식구가 '딸은 출가외인이다'라거나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더 이상 돈을 요구하지말라'는 태도를 보이며 베트남 여성에게 가사노동에만 전념하게하게 하기도 한다.
지난 9월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난 9월1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두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AFPBBNews=뉴스1
만일 남편이 도와주는 송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송금을 하지 못하게 할 경우 이들은 큰 좌절감을 느낀다. 처음엔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또 한국어가 능숙하더라도 한국인의 인종차별적 인식 때문에 이들의 취직은 쉽지 않다. 만일 결국 취업이 돼 약간의 여윳돈이라도 생기면 부부 갈등은 불식된다. 하지만 만일 취직 마저 하지 못하게 남편이나 시댁이 가로막을 경우 이들은 비상금을 모으고, '가출'이나 '이혼' 등을 결심하곤 한다.

이 과정 부부간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기도 한다. 갈등이 생기는 것 자체는 부부간에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많은 경우 가정폭력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920명 응답자의 42.1%가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조사대상의 출신국가는 베트남 42.4%, 중국 29.4%, 필리핀 11.4% 등의 순이었다. 가정폭력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심한 욕설(81.1%) △한국식 생활방식 강요(41.3%) △폭력위협(38%) △생활비나 용돈을 안 줌(33.3%) 등의 순이었다. 이 밖에 부모님과 모국 모욕, 성행위 강요, 본국 방문·송금 방해 등의 답변도 나왔다.

한국인 남편이 결혼이주여성을 가정폭력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심지어는 살해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속성 국제결혼에 따른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자 2011년 '교육 제도'를 도입했다. 법무부의 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이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 속성 국제결혼이 만연한 국가의 국민과 결혼하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4시간 동안 해당국 문화와 가정폭력 방지를 비롯한 인권존중 안내, 국제결혼 경험담을 소개하는 제도다.

◇"친한 한국인, 한 명도 없어"… 사회적 배제 심각


하지만 국제결혼 여성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아직도 갑갑하기만 하다.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결혼이주여성들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빈번히 전해지고 있다.
이지혜 디자이너이지혜 디자이너
(△레*** (2007년 3월 대구, 베트남) 임신한 몸으로 갇혀있던 아파트 9층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 떨어져 사망 △후*** (2007년 6월 충남 천안, 베트남) 입국 한 달만에 남편에게 무차별 폭력을 당해 갈비뼈 18대 부러져 사망 △쩐*** (2008년 3월 경북 경산, 베트남) 입국 일주일만에 14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 △탓**** (2010년 7월 부산, 베트남) 입국 일주일만에 조현병 환자인 남편에 의해 칼에 찔려 사망 △황** (2011년 5월 경북 청도, 베트남) 출산한지 19일 만에 남편에 의해 칼로 난자당해 사망 △팜*** (2012년 3월 강원 정선, 베트남) 조현병 남편에 의해 사망 △응*** (2014년 1월 강원 홍천, 베트남) 남편이 목졸라 살해△전*** (2014년 1월 경남 양산, 베트남 ) 남편이 목졸라 살해 서△** (2014년 7월 전남 곡성, 베트남) 남편이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 △응*** (2014년 11월 제주, 베트남) 한국 남성이 살해 △누*** (2014년 12월 경북 청도, 베트남) 남편이 살해 △이** (2015년 12월 경남 진주, 베트남) 이혼 후 자녀 면접권을 가진 전남편이 아이와 함께 살해 △부*** (2017년 6월 서울, 베트남) 시아버지가 살해…, 집계 :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그리고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사회에 편입하지 못하고 배제돼있다. 여성가족부는 '2015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결혼이민자·귀화자'의 30%가 사회적 관계 맺음에 취약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즉 도움이나 의논을 청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맺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 거주기간이 늘어나고, 한국어 구사 능력이 좋아지고 있음에도 한국인과의 사회적 관계는 위축됐다.

이들이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비율은 40.7%에 달했다. 취업은 잘 되지 않았고,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보육시설 등에서의 차별은 일상적이었다. 차별을 경험한 결혼이주민들의 75.3%는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가 결혼이주민의 사회적 소외 문제 해결을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하며, 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편입될 수 있는 방안과 이들의 자녀 문제를 다뤄본다.

참고문헌
국제결혼을 통한 송금이 여성 결혼이주자 본국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전북대, 장지혜
베트남 여성의 가족가치관에 대한 연구, 동국대, 이은주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방안 연구, 이화여대, 박지영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부적응 요인에 관한 연구, 인하대, 레쑤언흐엉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문화적 갈등과 적은, 영남대, 찐티미띠엔
베트남결혼이주여성의 시기별로 본 한국생활적응에 관한 근거이론연구, 경인교대, 백경아
베트남출신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우울과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충북대, 홍선엽
한국 내 베트남 여성 결혼이민자의 문화적 적응, 부산외대, 조채윤

☞[이재은의 그 나라, 베트남 그리고 국제결혼 ③]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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