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연말 1070명이었던 애널리스트 숫자는 현재 1009명으로 줄었다. 특히 타격이 큰 부문은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을 담당하는 스몰캡 팀이다. 적잖은 증권사들이 팀을 해체했거나 전자전기, 금융 등 다른 섹터를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스몰캡을 겸직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에 전 부서를 대상으로 비용 대비 이익 기여율을 산출한 적 있다"며 "법인영업이나 IB(투자은행)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리서치센터는 수익기여도가 낮다는 핀잔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전업투자자로 전환한 이들이 많았던 것도 애널리스트 감소의 배경이 됐다. 증시가 연초에 반짝 강세를 보일 때 "돈을 벌어 보겠다"며 스스로 사표를 내고 전업투자 세계로 뛰어든 이들이 각 증권사별로 1~2명씩 있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는데 매미(개인투자자가 된 펀드매니저) 집합지로 유명한 에스트래뉴 빌딩이 대표적이다. 이뿐 아니라 여의도백화점, 신송빌딩 등 인근 빌딩과 월세 아파트를 얻어 모인 이들도 상당수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그러나 이들도 2분기부터 시작된 증시 급락에 손실을 내기 시작해 상당수가 종잣돈까지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트래뉴 빌딩의 한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한 10월에는 주변 10명 중 8~9명이 깡통(원금손실)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며 "20억원을 5년간 굴려 100억원 자금이 됐던 지인도 겨우 원금만 건져 시장을 떠났다"고 말했다.
투자자문사에서 일했다는 전직 펀드매니저 A씨는 "나는 그나마 원금의 30%를 잃는데 그쳤지만 주변에는 80% 넘게 손실을 본 이들이 허다했다"며 "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았지만 원금회복은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리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함께 일했던 전직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 3명과 팀을 짜 자산운용사에 다시 입사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고 조만간 면접을 볼 예정이다.
실제 증권사 프랍 트레이딩(자기계정 투자) 부서와 투자자문사, 중소 자산운용사에는 최근 재야에서 복귀한 펀드 매니저들이 넘쳐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펀드매니저는 올해 3월 597명이었는데, 현재는 667명으로 12%가량 늘었다. 신규 펀드 매니저도 많지만 A씨와 같은 케이스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시장에서 복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전업투자자 사무실은 빈방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빈방이 없었던 에스트래뉴는 최근 공실이 부쩍 늘었다. 월 임대료도 연초보다 10% 가량 내렸지만 임차문의조차 드물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에는 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KB증권은 희망퇴직을 추진 중이며 미래에셋대우도 점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검토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