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삼성바이오 조건부 상장에서 U턴한 배경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김지산 기자, 신아름 기자 2018.12.1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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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상장유지 했다면 韓증시 외국인 메가 엑소더스 나왔을 것"

삼성바이오로직스 (780,000원 ▼10,000 -1.27%)가 상장폐지 문턱에서 기사회생했다. 시가총액 22조원에 달하는 코스피 기업의 상장폐지라는 시장 불확실성이 걷혔고 수조원을 투자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종식됐다.

상장제도가 애매하게 운영된다며 불안감을 보였던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유턴도 기대된다. 다만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과 검찰의 분식회계 의혹 조사 등 법적공방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거래소는 10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문제를 논의한 결과, 상장유지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 이상의 결과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거래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폐지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조건부 상장유지'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영개선을 전제로 상장을 유지하는 것인데, 거래소가 부여하는 개선기간(최대 1년) 동안 경영투명성 확보를 비롯해 증선위에서 문제가 됐던 여러 의혹을 모두 해결한 후 재심사를 받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에 삼성은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과거 대규모 분식회계로 문제가 됐던 대우조선해양이 이 같은 절차를 밟았고, 결국 상장은 유지됐으나 1년여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최선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특히 '조건부 상장유지'였다면 문제가 더욱 컸다. 경영개선 조치에 따라 분식회계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재무제표까지 수정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생각보다 파장이 막대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현 주가를 기준으로 삼성바이오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만 1조9943억원에 달한다"며 "조건부 상장유지가 됐다면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를 인정하는 구조가 될수 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분식을 저질렀다는 결론이 나오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외국인 자금의 메가 엑소더스(대규모 이탈)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증선위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기심위에서 상장유지 결정이 나오는 않았다면 삼성뿐 아니라 한국증시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날 거래소 상장유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증선위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소송은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에 △재무제표 수정 △대표이사와 재무담당 이사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등에 관한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행정소송과 상장유지는 별개의 건으로 회계처리의 적절성을 입증하기 위해 소송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소송에는 분식회계 논란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피해를 본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실제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를 상대로 산발적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행정소송으로 주가 급등락 원인을 금융당국으로 돌려야 소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신 내부통제 제도 등 투명성 강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 2분기부터 사전 예방 및 사후 검증을 강화하고 실질적 감사기능도 개선한다.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주기적 점검과 지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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