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女 보디가드가 말한 '경호원의 조건'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18.12.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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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용주 ADT캡스 경호팀장

이용주 ADT캡스 경호팀장 /사진제공=ADT캡스이용주 ADT캡스 경호팀장 /사진제공=ADT캡스


“처음에는 여성 경호원에 대해 편견을 가진 의뢰인들도 많았죠. 경호는 신변을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가는 ‘토탈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강점이 돼 팀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어요.”



이용주 ADT캡스 경호팀장(38)은 우리나라에선 꽤 입지전적인 여성 보디가드다. 태권도 4단, 유도 3단, 합기도 2단 등 무술 종합 9단 자격을 보유한 16년차 베테랑이자 경호학 박사다. 골프선수 박세리와 에릭슈미트 알파벳 회장,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CEO(최고경영자),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그가 경호임무를 수행했던 인사들이다.

이 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경호 임무로 2008년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방한 당시를 꼽았다. 이 팀장은 “신변보호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하기도 하지만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방한했을 땐 일주일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며 “연세가 있다 보니 식사메뉴나 복용하고 있는 약, 지병 유무, 건강관리, 이동 경로 근처의 병원 등을 모두 신경 써야 했다”고 했다.



경호 임무 시 분초 단위로 철저히 사전점검을 하지만, 그래도 돌발상황은 있기 마련. 이 팀장은 “이동 중 의뢰인 요청으로 갑작스럽게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리게 됐을 땐 진땀을 흘려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워낙 많은 사람들이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을 알아보고 모여든 데다 직접 화장실까지 따라들어갈 수 없어 다른 팀원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당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신뢰를 쌓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팀장은 “경호 첫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질 뻔한 적이 있었다”며 “곧바로 부축을 해드렸는데 불편한 기색을 보이시며 거절하시더라”고 웃었다.

이 팀장은 여성 경호원만의 매력이 분명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의뢰인이 남성 경호원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여성 CEO(최고경영자)나 정치인도 많아져 여성 경호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추운 나라에서 온 의뢰인에게 따뜻한 음료를 건네거나 의뢰인의 식단관리, 건강관리까지 신경 쓰는 ‘디테일’은 여성 경호원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ADT캡스에서 처음 경호팀장으로 발탁된 2007년, 그로부터 11년이 지났다. 당시 미혼이었지만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다. 자녀가 있다 보니 경호를 바라보는 시야도 보다 넒어졌다고 한다. 이 팀장은 “예전엔 의뢰인에 맞춰 어떻게 하면 경호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지금은 취약계층이 스스로 자기 방어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경호인들의 주된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학교폭력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호신술 특강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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