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과학도시' 獨 ‘아들러스 호프 사이언스파크’ 가보니...

머니투데이 베를린(독일)=류준영 기자 2018.12.1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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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車 산·학 프로젝트 한창인 곳…통일 한반도 미래 협력모델로 주목

독일 아들러스 호프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아우디/사진=비스타 매니지먼트독일 아들러스 호프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아우디/사진=비스타 매니지먼트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시청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 아들러스호프 사이언스파크(과학단지). 베를린 시 곳곳에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하고, 유럽 정통 겨울 음료인 뱅쇼(Vin Chaud, 따뜻한 와인)를 즐기는 축제의 모습과는 다소 상반된 분위기다. 이곳저곳에서 대학생들과 기술자들의 미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역대 자동차들이 전시된 유리형 빌딩 근방 일부 도로에선 소형 전기차 테스트가 한창이다. 새로 고안한 엔진 장치를 공장으로 운반하는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아들러스호프를 운영하고 있는 비스타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훔볼트 대학생들이 산·학 R&D(연구 개발) 프로젝트로 최근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의 모빌리티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한다”며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모빌리티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들러스호프는 자동차 강국인 독일이 오는 2022년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열어줄 기술·인재 허브로 손 꼽힌다.
독일 아들러스 호프 사이언스파크/사진=비스타 매니지먼트독일 아들러스 호프 사이언스파크/사진=비스타 매니지먼트
아돌러스호프는 EU(유럽연합)내 기술 기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로 ‘독일형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19세기 초 독일 대학교육의 이념을 완성한 뒤 지금은 새로운 과학기술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홈볼트대학 자연과학캠퍼스도 이곳에 있다. 컴퓨터 공학, 화학 등 관련 6개 연구소에 70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또 이곳은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 사업화 전문 집적지다. 우주항공, 박막 태양전지, 가상현실(VR),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10개 전문연구소와 아우디, 지멘스 등 1000개의 첨단기술 기업이 이곳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아들러스호프는 R&D와 창업뿐만 아니라 제조(기반산업지구)와 어린이집, 학교 등 주요 기반시설이 갖춰진 주거지구가 함께 공존하는 ‘혼합형 클러스터’로 재탄생하고 있다. 1991년 이후 올해까지 전체 면적(467만㎡·141만평)의 50% 정도가 개발됐다. 서울 여의도에 1.6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단지로 ‘5G(5세대 이동통신) 테스트 베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스타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조성이 마무리되면 상주 인력이 약 3만5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러스호프의 역사는 독일 통일과 맞물려 있다. 독일 통일 이후 동베를린 지역의 높은 실업률 해소와 증가하는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지역개발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독일 정부의 예산 부족 탓에 약 5600여명의 구동독 과학기술자들이 대량 실업 위기에 직면했던 것. 베를린 주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EU 지역발전기금(13억 유로)를 더한 총 15억 유로(약 1조 9119억원)를 투입, 아들러스호프를 설립했다.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구동독 지역 경제 재건에 나섰다.

아들러스 호프는 향후 통일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가 참조해야 할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 과학기술계는 ‘남북 사이언스파크’가 조성되면 고급 과학기술인력 교류가 늘고 상호 부족한 과학기술 성과를 보완하게 돼 양측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남북 경제 협력은 개성공단이 유일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다방면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한이 협력해 사이언스 파크를 조성할 경우 상호 이익이 되는 산업협력 모델을 개발, 막대한 통일비용을 줄이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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