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취직시키고 싶었는데…" 허탈한 광주시

머니투데이 광주=김남이 기자 2018.12.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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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위기, 광주시청 협약식 무대 철거...광주 20대 고용률 51.4%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

6일 오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 무대가 철거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협약식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계획이었다./사진=김남이(광주)6일 오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 무대가 철거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협약식은 이날 오후 2시 열릴 계획이었다./사진=김남이(광주)


"공장 생기면 우리 아들 취직시키고 싶었는데..."

광주광역시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50대 고수현씨(가명)의 말이다. 지난 5일 만난 고씨는 ‘광주형 일자리’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아침에 신문을 보니 될 것 같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냐"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는 현재 대학 졸업 후 구직 중인 아들이 있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 수정협상안에 거부의사를 나타낸 다음날인 6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새벽 겨울비가 내린 뒤라 더 싸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상생협의회 결정 유효기간을 35만대 생산까지로 한다'는 조항이 문제였다. 상생협의회가 임금 수준등을 결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임단협 유예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노동계의 반발로 '35만대' 문구가 삭제됐고, 현대차는 수정안을 거부했다.

이날 광주시청 1층 로비에는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 무대가 조용히 철거되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6일 오후 2시 조인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전일 저녁까지 무대에서는 조인식 리허설이 진행 중이었다.



지난 5일 오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 무대에서 리허설이 준비되고 있는 모습. 예정대로라면 협약식은 6일 오후 2시 열릴 계획이었다./사진=김남이(광주)지난 5일 오후 광주시청 1층 로비에 설치된 '광주시-현대차 완성차공장 투자 협약식' 무대에서 리허설이 준비되고 있는 모습. 예정대로라면 협약식은 6일 오후 2시 열릴 계획이었다./사진=김남이(광주)
리허설 화면에 보였던 ‘행복한 동행’이라는 단어가 하루 만에 무색해졌다. 광주시는 현대차가 협상안을 거부하자 "수많은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국민들의 염원을 이루지 못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현대차와 협상을 재개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못 찾고 있다. 벼랑 끝에서 내놓은 수정안이기 때문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그래도 양쪽(현대차와 노동계)을 잡고 협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특히 노동계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택시기사 고씨는 "광역시 중 광주가 제일 낙후한 지역인데 서로 협력해야지 안에서 싸우면 되겠냐"며 "그 돈 받고도 일할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임금 수준은 ‘주 44시간 3500만원’이다.


20대 아르바이트생 김모씨는 "광주가 정말 살기 좋은 곳인데 일자리가 없다"며 "일자리 때문에 가족과 고향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탄했다.

광주전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광주의 20대 고용률은 51.4%로 전국 평균(57.6%)보다 낮다. 30대 고용률(73.2%)도 전국 평균보다 낮다.

일부에서는 노동계를 빼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 자리에 구직 당사자인 청년을 넣자는 의견이 나온다. 노사민정이 아니라 청사민정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어떻게든 노동계와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광주에서 사업체를 이끄는 익명을 요구한 한 60대는 "조인식 취소 문자를 받고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6일 열릴 예정이었던 조인식 참석 대상자였다.

그는 "우선은 투자협약식이 진행되도록 합의를 하고 후에 추가 협상을 해도 되는 데 노동계가 너무 욕심을 부리다 이런 사단이 났다"며 "처음부터 완벽한 협상이 어디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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