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행동주의 사모펀드로 몰리는 뭉칫돈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김명룡 기자, 조한송 기자 2018.12.10 18:30
글자크기

[주주행동주의 바람①]한진칼 공격한 KCGI, 투자문의 잇따라…주주행동주의, 고수익 상품 각광받아

편집자주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토종 사모펀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 한진칼 지분 9%를 전격적으로 매입한 KCGI는 한국형 엘리엇의 등장을 예고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과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무기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자본시장의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행동주의 펀드로 자금이 급속히 몰리고 있다.

"주식, 채권이 모두 침체에 빠진 가운데 주주행동주의는 자본시장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먹거리다."(사모펀드 운용사 대표)

KCGI 펀드가 한진칼 경영권 공격으로 화제가 된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MT리포트]행동주의 사모펀드로 몰리는 뭉칫돈


◇한 달 만에 1600억원 유치한 KCGI, 투자문의 줄이어=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한 KCGI는 지난 9월, 자금을 모집하기 시작한 지 불과 1달 만에 1600억원을 유치했다.



KCGI 1호 펀드는 한진칼 지분(9%)에 전체자금의 80%가 넘는 1357억원을 쏟아부었다. 투자 여력이 떨어진 KCGI 추가로 자금을 유치하거나 신규 펀드 조성을 검토 중인데 연기금 등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펀드를 운용하는 강성부 대표가 과거 행동주의 펀드로 원금의 2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데다 최근 지분을 인수한 한진칼 주가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CGI펀드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16일 한진칼 주가는 14.7% 급등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했지만 20% 가량 상승했다.



KCGI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중 상당수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라며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KCGI의 한진칼 투자가 성과를 거두면서 펀드투자를 타진하는 기관과 거액자산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 자금유치 =맥쿼리인프라를 압박해 성과를 거뒀던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도 이달부터 1000억원대 규모의 신규 행동주의 사모펀드 조성에 나섰다.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두바이 등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들과 막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차종현 플랫폼파트너스 액티브인프라본부장(전무)은 "이번 펀드는 지배구조 개선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금융상품"이라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기관과 개인 자산가의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도 주주행동주의 펀드 자금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둔 패밀리오피스(가족이나 가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회사) 등의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자금유입 확대는 고수익 매력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 주가가 20% 가량 하락한 가운데 적극적인 주주활동으로 고수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지배구조 개편과 배당 확대 등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이에 맞는 투자전략과 수혜주 찾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가 상장기업 체질 변화를 통해 증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고수익 금융상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용어설명=행동주의 펀드는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뒤 기업에 자산매각이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는 펀드를 말한다. 기관투자자들이 소극적인 주주활동에서 벗어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취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