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남은 물웅덩이…처참했던 백석역 사고

머니투데이 고양(경기)=김영상 기자 2018.12.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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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사고 흔적 곳곳에, 주민들 여전히 충격에 빠져…경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중"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전날 밤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들이 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전날 밤 발생한 온수 배관 파열 사고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바로 2~3m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온 동네가 뿌옇더라고요."

5일 낮 12시 전날 지하 배관 파열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일대는 차량을 통제한 채 복구공사에 한창이었다. 주변에 수십 개가 넘는 물웅덩이가 아직 마르지 않은 채 남아있어 당시 사고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백석역 일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아직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백석역 근처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손만선씨(61)는 "식당 바로 앞까지 뜨거운 물이 가득 밀려왔고 뜨거운 수증기도 뿌옇게 차서 고작 2~3m도 안 보일 정도였다"며 " 바로 119에 신고를 하고 이동하려고 했는데 차도가 물에 잠겨서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백석동에 사는 오춘삼씨(57)는 "사고 직후에는 불이 난 것처럼 연기가 많이 나서 한쪽 인도에서 왕복 4차로 건너편 인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사고 현장 바로 옆이 집이어서 와보니 물에 젖은 신발이 두세 켤레 떠 있었고 주민들이 남은 신발을 챙겨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사고 순간을 목격한 정모씨(33)는 "뜨거운 물이 계속 넘치고 사람들이 계속 실려 가는 모습을 보니 너무 무서웠다"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41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 도로 2.5m 깊이에 매설된 배관이 파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30년 가까이 된 배관이 노후화되면서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사고로 송모씨(67)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어 사망했고 중경상을 입은 25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주로 주변을 지나가거나 건물 1층에 있던 이들이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해 발 쪽에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공무원 2명도 사고 수습 도중 뜨거운 물 때문에 발에 2도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새벽 한국지역난방공사 담당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1차 합동 감식도 실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배관이 노후화돼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는 지역난방공사 측 진술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1년에 매설된 해당 배관의 안지름은 850㎜, 매설 깊이는 2.5m다.


이 사고로 약 10시간 동안 백석역 인근 아파트 4개 단지 2861세대와 건물 17개소의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가 이날 오전 7시55분쯤 정상적으로 재개됐다. 지역난방공사는 파손된 배관의 밸브를 잠가 폐쇄하고 긴급복구공사로 임시 배관을 통해 난방열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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