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판매 전 모든 상품에 대해 감독당국의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약관과 관련한 문제가 생겨도 당국이 같이 책임지는 구조다.
판매 전 감독당국의 상품 인가가 필요한 지 여부는 주별로 다른데 뉴욕주 등은 인가가 필요하고 캘리포니아주는 인가가 필요 없다. 인가가 불필요한 주의 경우 약관을 만들 때부터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까지 보험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 다만 미국 생명보험은 정액보험이나 실손보험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논란이 많은 상품을 거의 팔지 않고 사망 보장 담보가 주력이다 보니 구조적으로 약관 분쟁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보험 상품 약관은 오랜 기간 일본식 직접 규제를 하다가 갑자기 자율성을 주겠다며 미국처럼 풀어주려는 가운데 미스매치(불일치)가 생긴 셈"이라며 "미국과 보험 상품 구성 등이 완전히 다른 데다 자율 규제에 대한 제도적인 준비도 미흡하다 보니 지향하는 바와 달리 현실적으로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식 약관설명서, 국내서 못주는 이유는= 일본에서는 보험 약관 외에 별도로 약관 설명서를 제공한다. 계약자 입장에서 약관이 어려운 내용이 많다 보니 약관보다 쉽게 이를 풀이한 설명서를 따로 준비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약관설명서를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업계의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상품설명서에 제대로 나왔는데 약관에 명확하지 않으니 보험금을 주라거나 반대로 약관에는 있지만 상품설명서에는 없으니 주라는 식으로 당국이 기준 없이 고무줄처럼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많이 담을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며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불문명한 내용이 한줄이라도 들어가면 나중에 수천억원 폭탄이 될 수 있는데 자발적으로 뭔가를 추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약관에 명확히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한 합의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보험증권, 가입설명서(상품설명서), 약관 등 기초서류 간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 장 짜리 보험증권에 많은 설명을 담을 수 없으니 약관을 보라는 것이고, 약관에도 담을 수 없는 자세한 내용은 상품설명서에 넣은 것인데 3가지 서류 간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지금은 약관의 내용이 중요하다지만 나중에 그럼 증권에는 왜 없냐고 책임지라고 했을 때 증권에는 어디까지 담아야 할지 현재 어떤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