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해의 인물들│BTS의 세계

박희아 ize 기자 2018.12.0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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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e’는 이번 한 주 동안 2018년에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기억해야할 ‘2018 올해의 인물들’을 선정했다. 하루에 두 명씩, 총 10명이다. 여섯번째 인물은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다.

2018 올해의 인물들│BTS의 세계


“Like the Beatles and One Direction before them(그들이 있기 전에 나온 비틀스와 원 디렉션과 마찬가지로).” 지난 10월 22일, 미국 주간지 ‘TIME’은 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NEXT GENERATION LEADERS’ 중 한 팀으로 선정했다. ‘TIME’은 방탄소년단을 비틀스와 원 디렉션에 비교하며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But the band is also breaking new ground(그러나 방탄소년단은 또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아티스트 중 처음으로 U.S. 스타디움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대부분의 노래들은 한국어로 돼 있다. 그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한 DJ 스티브 아오키의 말처럼 “영어권의 사람만이 글로벌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다른 아이돌 그룹들도 서구시장에 본격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한국 인기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발매 첫 주에 ‘빌보드 200’ 순위 안에 들어가거나 한국인이 서구권 국가에서 “너 방탄소년단 나라에 살아?”라는 질문을 받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는 사람들은 노래 가사에 담긴 정서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다며 한글을 배운다. 방탄소년단의 콘텐츠가 가득 있는 네이버 V앱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그 점에서 방탄소년단은 지금 한국 대중음악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서 보여주는 현상은 특정 국가가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전파했다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의 공연이 열리면, 어느 나라에서든 다양한 국가와 인종과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모여든다. 백인과 아랍계 소녀가, 또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한 성소수자들이 한데 모여 방탄소년단에 환호한다. 이 다양한 사람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든다. 미국에서 백인과 아랍계 10대가 함께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하며 친구가 되고, 아시아계 10대 소녀가 자체적으로 만든 굿즈를 나누면서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다. 기존에 한국 안에서, 또는 그들의 국가 안에서만 일어났던 일이 경계 없이 일어난다.



미국의 많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자녀가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는 것을 알린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들이 10대들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 바깥에 생긴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알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공연과 함께 서구 매스미디어가 다양한 정체성의 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인종과 언어를 넘어, 팬덤 안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수용하고 함께 노는 문화가 서구에 퍼져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한국의 미디어와 기성세대는 K-POP의 영향력을 한국어 또는 한국 음악을 많은 나라에 퍼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팬덤이 만들어내는 문화는 오히려 K-POP의 ‘K’를 넘어 지역, 언어, 인종에 상관없는 새로운 세대이자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지만, 모든 나라에 있는 세상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9월 24일(현지 시각)에 있었던 방탄소년단의 뉴욕 UN 본부 ‘Generation Unlimited’ 연설은 그들의 음악과 공연, 그리고 팬덤이 만들어낸 세계를 압축한 결과물과 같다. ‘Love Yourself’라는 앨범 시리즈의 타이틀은 유니세프의 아동 및 청소년 폭력 근절 캠페인인 ‘Love myself’가 됐다. “No matter who you are or where you're from, your skin color, your gender identity, speak yourself”라며 인류의 다양성에 대해 말한 멤버 RM의 연설은 사실상 그들의 팬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자신들을 비롯해 지금 사람들에게 필요한 감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전하는 메시지였다. 그동안 서구사회에서 K-POP은 인종과 성정체성 등을 말할 때 상대적으로 소수자로 분류되는 집단이 좋아하는 문화로 여겨졌다. 방탄소년단은 UN 연설에서 서구 주류 사회에서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했던 그들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주류 세계 앞에 그들의 세계를 선언한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그들의 음악을 듣고, SNS와 공연 등을 통해 다른 팬들과 교류하는 10대 비백인 팬에게 이 연설은 매우 선명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그사이 방탄소년단 그들 자신의 세계도 커지고 있다. 그들은 대형 기획사 출신도 아니고, 데뷔 당시에는 힙합을 하는 아이돌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내가 망하길 기도했던 몇몇 놈에게 물을게 / 집안 거덜 낸 것 같냐(Intro: Nevermind)”라며 불확실한 미래에 잘될 거라는 믿음을 걸었던 가사는 그들의 현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성공과 함께 성장했고, 성장하는 사이 자신의 이야기를 꾸준히 앨범에 녹여냈다. 그리고 최근 발표한 ‘Answer: Love Myself’에서는 “I should love myself /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라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


그들의 전세계적인 거대한 성공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이뤄진 것이고, 그 점에서 ‘힙합하는 아이돌’이라던 그들의 데뷔 당시 슬로건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됐다. 지금의 방탄 소년단은 아이돌로서 자신이 겪는 일들을 랩과 노래를 통해 전달하며 팬들의 공감을 얻는 팀이 됐다. 그리고 그들의 팬덤은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방탄소년단이자 BTS가 도달한 새로운 세계다. 아직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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