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근로자외가구의 올 3분기 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해 3분기 연속 10%대 감소세를 이어나갔다.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13.8%, 15.9% 줄었다.
따라서 소득원천별 증감률만 보면 저소득 근로자외가구의 소득감소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감소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업 증가와 자영업의 부진 때문에 저소득 근로자외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 비중을 들여다보면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작아 소득 1분위 근로자외가구의 소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올해 근로소득이 저소득 근로자외가구의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12%이고, 사업소득은 11~1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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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금액을 보면 올 3분기 소득 1분위 근로자외가구의 평균 근로소득은 월 7만6717원이고 사업소득은 월 평균 10만9887원이었다. 월 평균 8만원 내외의 급여를 받거나 월 평균 11만원 내외의 사업소득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들이 정상적인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저소득층 근로자외가구의 가장 큰 소득 원천은 이전소득이다. 올해 이전소득이 소득 1분위 근로자외가구의 총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76%에 달한다. 즉 저소득 근로자외가구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선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아닌 이전소득을 증대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소득 1분위 근로자외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을 보면 이들의 소득 주원천이 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될 수 없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올 3분기 소득 1분위 근로자외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68.3세다.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69.2세와 67.8세였다. 즉 소득 1분위 근로자외가구는 실업자나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나 자영업을 영위할 나이가 한참 지난 은퇴자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계소득 통계 작성을 시작한 시점인 2003년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 당시 만해도 저소득 근로자외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56~57세로 근로나 자영업이 가능한 나이였다. 따라서 총소득에서 근로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보다 월등히 높았고 사업소득의 경우엔 2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현재 저소득층 근로자외가구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15년 전에 비해 10살 이상 높다. 따라서 평균 연령이 68세인 은퇴자 가구의 소득을 증대하는 방법으로 일자리를 찾아 주거나 자영업 창업을 지원하는 대책은 말이 안 된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준다고 해도 일시·일용직에 불과하고 자영업 창업은 더더군다나 힘들다.
결국 저소득층 근로자외가구의 소득감소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자영업 부진이 아닌 고령화와 은퇴자 문제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실업 문제도 자영업 부진 문제도 아닌 노령화 문제 때문인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간과했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소득 1분위 가구의 소득이 많이 감소한 사실을 가리켜 “아픈 부분”이라며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근로자외가구의 소득감소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대책을 주문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 소득이 감소될 수 있다며 그에 대한 보완책을 요청했다.
그러나 은퇴자와 노인 가구의 소득 감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저소득층 근로자외가구의 소득감소는 해결되지 않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라는 비판을 계속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