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나라의 아름다운 왕실콜렉션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12.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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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외왕실 특별전의 일환으로 개막, 내년 2월10일까지 열려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 /사진 제공=문화재청'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 /사진 제공=문화재청


"'왕가의 보물이란 게 이런 거구나'하고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기존 전시가 미술품이라든지 유물 중심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특징은 리히텐슈타인 왕가가 성립된 과정, 현재까지 이어진 과정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서양 근세사의 변화무쌍한 소용돌이 속에서 작은 나라가 콜렉션을 잘 보존할 수 있었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토의 크기가 서울의 4분의1 정도(약 160㎢)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국가인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왕실 보물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특별전을 개최하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지병목 관장은 절대주의 시대 유럽 왕실의 면모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4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특별전 기자브리핑이 개최됐다.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12세기 오스트리아 인근에서 발흥한 약 900년 역사의 귀족 가문이다. 1719년 셸렌베르크와 파두츠 지역을 합쳐 공국을 세우면서 역사가 시작돼 내년에 개국 300주년을 맞는다.

이번 전시에선 리히텐슈타인 왕가에서 가문의 역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조성해온 '리히텐슈타인 왕실콜렉션' 소장품을 바탕으로 왕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왕가 소장품을 관리하는 리히텐슈타인 왕실콜렉션의 요한 크레프트너 관장은 "리히텐슈타인 수장고, 빈에 일부 있는 것들을 가지고 왔다"며 "전 세계에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서울에서는 2015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두 번째로 전시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성립을 카를 6세 황제로부터 인정받은 문서. /사진 제공=문화재청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성립을 카를 6세 황제로부터 인정받은 문서. /사진 제공=문화재청
전시장에 들어서면 카를 1세 대공의 초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리히텐슈타인 공국은 '대공'(Fürst, Prince)을 국가 원수로 하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했다.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6세 황제가 파두츠오 셸렌베르크의 영토를 합쳐 이를 가문의 이름과 동명인 리히텐슈타인 공국으로 승격시킨 문서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이 문서는 공국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기록이다.

연수정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만든 '마이엥크루그'(뚜껑 달린 병)도 눈길을 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이 마이엥크루그는 당시 왕가의 명성을 나타낸다. 이탈리아 조각가 조반니 줄리아니가 제작한 도시궁전의 장식용 조각 '비너스의 탄생' 테라코타 습작은 신체표현이 자연스럽고 생동감이 넘치는 점이 특징이다.

색이 다른 돌을 잘라 정교하게 짜맞춰 문양을 완성하는 피에트라 두라 기법도 주목할 만하다. 이 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함에는 카를 1세의 머리글자가 장식됐다. 알로이스 1세 대공비를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한 프랑스 신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초상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의 대형 유화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도 놓쳐서는 안될 전시품이다.


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 대공의 '마이엥크루그'. /사진 제공=문화재청카를 에우제비우스 1세 대공의 '마이엥크루그'. /사진 제공=문화재청
유럽에서 두 번째로 도자기를 생산한 빈 황실도자기공장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장식 도자기도 다수 전시됐다. 특히 나폴레옹이 로마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은식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럽 귀족 사회의 특권인 말 사육, 사냥과 관련된 소장품도 여러 점 전시됐다.

마지막으로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역사와 함께한 예술적인 소장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주로 르네상스 매너리즘과 바로크 시대의 회화와 조각으로, 이탈리아 매너리즘의 대표 화가 중 한 명인 로소 피오렌티노의 '검은색 모자를 쓴 남자'와 일명 '안티코'의 청동조각 등이 주목할 만하다.

오는 5일부터 2019년 2월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왕실문화 전문 박물관인 국립고궁박물관이 그동안 다양한 왕실 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해온 국외왕실 특별전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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