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화초에 빠진 밀레니얼세대…경제적 어려움에 그나마 위안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8.12.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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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을 아시나요? ④]美 원예시작인구 83% 밀레니얼세대, 관련 스타트업 급성장…내집마련·출산지연 현실 반영

편집자주 ‘반려식물’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1인 가구나 독거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랠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울감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집주인의 반대, 경제적 형편, 건강 등 여러 사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힘든 이들 중심으로 반려식물 키우기가 각광 받고 있다.

반려식물들로 가득찬 실내 공간/사진=Instagram반려식물들로 가득찬 실내 공간/사진=Instagram


반려식물을 키우는 밀레니얼세대(1982~2000년 출생자)가 급증하고 있다. 소설네트워크의 반려식물 계정들은 팔로워들이 수십 만 명에 달하고 관련 스타트업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내 집 마련과 출산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어려운 경제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 원예 시작인구 83%가 밀레니얼세대
미국 원예조사기관인 가든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원예를 새로 시작한 600만 명 가운데 500만 명이 18~34세, 즉 밀레니얼세대이다. 또 밀레니얼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인 핀터레스트에서는 지난 해 '가내식물(indoor plants)' 검색 횟수는 전년 대비 90% 늘어났다. 화초 종류인 테라리움 검색은 70%, 벽걸이 식물은 60%, 선인장은 50%씩 늘어났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반려식물 재배와 관련된 계정이 대거 생겨나면서 ‘셀럽’ 대접을 받고 있다. 더정갈로(thejungalow) 계정의 팔로워는 100만명(4일 기준)이 넘었고, 하우스플랜트클럽(Houseplant)은 47만명, 어반정글블로그(Urbanjungleblog)는 73만 명에 달한다. 화초를 키우고 집안을 꾸미는 방법을 보여주는 계정들이다.

◇반려식물 SNS 인기 끌며 관련 스타트업들도 매출↑
반려식물 스타트업들도 급성장하고 있다. 2012년 창업한 더 실(The sill)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반려식물을 판매하고 원예 방법을 공유하는 정기모임을 개최하는 미국 스타트업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7만5000여개 반려식물을 판매했는데 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배 늘었다. 지난 8월 500만 달러(약 56억 원)의 투자도 받았다.



2016년 창업해 온라인으로 반려식물을 판매하고 있는 영국 스타트업 패치(Patch)는 창업 이후 매달 2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고객 중 50%가 과거 화초를 한 번도 사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SNS에서는 ‘정갈로’(Jungalow·정글과 방갈로의 합성어로 식물로 집안을 꾸미는 인테리어 트렌드), ‘화초 부모’(Plant parents), ‘화초 유명인’(Plant Influencer) 등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해외언론도 밀레니얼세대의 '반려식물 붐'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밀레니얼세대 "집과 아이 대신 화초에 빠졌다"
밀레니얼세대의 반려식물 열풍은 이들의 어려운 경제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린 시절 부모와 함께 정원 딸린 집에서 살던 그리움이 있지만, 자신은 내 집 마련조차 어려워지면서 좁은 아파트에서 임대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안 볼드윈 원예 산업 전문가는 뉴욕타임스에 "밀레니얼세대는 대학을 졸업할 때부터 빚을 지고 사회에 나오게 된다"며 "집을 사기보다는 임대할 수밖에 없는데 식물을 들이는 것이 자연을 집안에 들이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어반 인스티튜트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 중에서 25~34세 인구가 집을 소유한 비중은 37%로 베이비부머세대(1946~1964년 출생)가 그 나이에 집을 소유한 비율(45%)이나 X세대(1965~1980년 출생)의 비율(45.4%)보다 낮았다.

출산이 늦춰지면서 밀레니얼세대가 돌봄의 대상으로 아이 대신 화초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LA타임스는 "LA에서 집을 한 채 사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61만5000달러(6억8000만원)인데 밀레니얼세대로서는 힘든 수준"이라며 "집도, 아이도 없이 밀레니얼세대가 식물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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