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범죄도시’의 성공으로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흥행성을 인정받는 주연배우 자리에 안착했다. 연달아 개봉한 ‘부라더’ 또한 손익분기점을 넘으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게다가 연말에는 ‘신과 함께-죄와 벌’이 메가 히트작의 반열에 오르면서 2편에 본격적으로 출연할 ‘성주신’ 마동석에 대한 아우라와 기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올해 개봉작 중 마동석이 주연한 작품은 무려 다섯 편이다. 5월 ‘챔피언’을 시작으로, 8월 ‘신과 함께-인과 연’, 9월 ‘원더풀 고스트’, 11월에는 ‘동네사람들’, ‘성난 황소’ 두 편이 연달아 개봉했다. 비슷한 시기의 다작 개봉이 꼭 의도라기보다는 공교롭게도 배급 시기가 몰리면서 발생한 상황일 것이다.
‘원더풀 고스트’는 마동석의 이미지를 슬쩍 비틀어본다. 마냥 정의로울 것만 같은 그가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빠로 등장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에게는 슬픈 과거가 있고 각성하게 된 그는 억울하게 유령이 된 경찰 태진(김영광)을 대신해 싸운다. 고스트 버전의 ‘투캅스’, 수사물 버전의 ‘사랑과 영혼’이랄까. 하지만 태진은 마동석이 연기하는 장수에게 줄곧 애걸하는 인상을 남긴다. 마동석, 아니 장수가 나서줘야만 이 모든 사건이 해결되는 구조인 것이다. 한 소도시에 부임한 기간제 교사가 사라진 여학생들을 찾아 나서는 ‘동네사람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그곳의 교사나 경찰, 정치인 등은 기이할 정도로 모두 한통속이라 외지인인 기철(마동석)만이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홀연히 나타나 사건을 해결하고 또 홀연히 사라진다. ‘성난황소’에서는 그래도 동철(마동석)을 조력하는 인물들이 있다. 아내가 납치된 후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동철 곁에서 곰사장(김민재)과 춘식(박지환)은 영화의 잔재미를 살리며 팝콘무비로서의 적당한 가벼움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맨몸으로 적장을 뚫고 들어가 적들을 물리치는 액션은 오로지 동철의 몫이다. 이 영화들은 지나치게 마동석만을 사랑한 나머지 그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
안타깝게도 올해 개봉한 마동석의 영화들 중 ‘신과 함께-인과 연’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많이 넘긴 작품이 없다. 이것은 관객이 벌써 마동석의 이미지에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미지는 여전히 한국 영화계의 소중한 자산이자 관객의 즐거움이다. 이 결과는 마동석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해 그것을 기능적으로 다루는 데서 온 어떤 한계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경향이 최근 한국영화에 드리운 그림자처럼 보여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