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바벨탑 '엘시티 레지던스', 이영복 게이트로 3년째 미분양

머니투데이 부산=김희정 기자 2018.12.05 03:59
글자크기

'떼분양팀' 동원 백사장 호객… 아파트보다 전용률 낮고 분양가 13% 높아

지난 7월 기준 공사현장/사진=엘시티 홈페이지지난 7월 기준 공사현장/사진=엘시티 홈페이지


“안되는 자리에 특혜로 받았으니 전무후무한 조망 아입니꺼.”
 
‘해운대의 바벨탑’으로 불리는 ‘엘시티’. 입주까지 1년이 남은 가운데 레지던스와 호텔이 들어서는 101층 랜드마크타워 외관골조 공사가 끝나 위용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1일 찾은 건설현장 인근에선 초고층 백사장 전망의 럭셔리함과 반대로 해운대 바닷가 행인을 상대로 호객이 한창이었다. 분양가 14억4300만~33억34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레지던스에 미분양으로 소위 ‘떼분양팀’이 가동된 것.
 
실제 이날 해운대 백사장에서 만난 엘시티 분양대행 관계자는 “하나 계약해두면 2~3년 후엔 2배가 될 것”이라며 “생활형 숙박시설이라 에어비앤비로 돌려도 연간 억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엘시티 43층에서 바라본 해운대 전망/사진=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엘시티 43층에서 바라본 해운대 전망/사진= 김희정 기자 [email protected]
법적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인 레지던스는 오피스텔과 달리 에어비앤비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들고나는 관광객에 따른 거주자들의 민원에 고가 레지던스 단지에선 자체적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운대역 인근 레지던스 중 하나인 'H스위트'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로 에어비앤비 영업을 금지하기 위해 로비에 공고문까지 붙인 상태다.
 
엘시티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엘시티 분양 초기에는 부산의 고액자산가들을 집중공략했으나 최근엔 미분양분을 털어내기 위해 ‘떼분양팀’이 가동됐다”며 “부동산경기도 전같지 않은데 수십억 원대 투자상품을 동네시장에서 강매하듯 브리핑한다”고 꼬집었다.
 
엘시티 레지던스는 2016년 7월 분양 개시 이후 지금도 전체 561실 중 10%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생활숙박시설이라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적용돼 5억원 이상 투자 시 F5(영주권) 획득이 가능하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맞물려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마케팅이 여의치 않았다.
 
이영복 엘시티 회장을 둘러싼 ‘엘시티 게이트’도 분양에 악재로 작용했다.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는 (이영복)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 분양해 ‘완판’됐지만 레지던스는 그 이후 분양해 해외 국적의 예비계약자들이 실계약을 기피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8월말 700억원 넘는 회삿돈을 빼돌리고 정·관계 유력인사에게 5억원의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사진=김희정 기자 [email protected]
시행사 엘시티PFV는 미분양분을 소진하기 위해 레지던스 건설 현장도 공개 중이다. 이날 공개된 43층 C타입(분양면적 232.94㎡)은 해운대 해안선과 동백섬, 광안대교는 물론 부산 시내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조망권을 자랑했다. 내부는 공사 전이라 3.3㎡당 300만원이 더 투입된다는 수입산 가구와 집기는 볼 수 없었다.
 
레지던스 미분양에는 아파트보다 비싼 분양가도 한몫했다. 레지던스 분양가는 아파트보다 13%가량 높은 3.3㎡당 평균 3107만원이다. 아파트 전용률이 75%인 반면 레지던스는 68%에 그친다. 관리비도 아파트는 3.3㎡당 7000원인 반면 레지던스는 1만2000원에 달한다.
 
엘시티 레지던스 43층 내부/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엘시티 레지던스 43층 내부/사진=김희정 기자 [email protected]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 중 최고 조망권을 자랑하는 타입은 3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레지던스는 아무리 풀퍼니시드 인테리어라 해도 같은 면적 같은 타입의 아파트보다 3억~4억원가량 분양가가 더 높다”고 밝혔다.
 
여기에 롯데 시그니엘의 6성 호텔 서비스는 이용건수별로 비용이 부과된다. 중도금 대출금리도 5%대로 아파트의 2배에 가깝다. 취득세는 오피스텔과 같이 4.6%로 9억원 초과 아파트(3.5%)보다 높다.
 
또다른 중개소 관계자는 “레지던스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데다 기존 아파트를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해도 레지던스 분양가보다 낮다”며 “해운대 기존 아파트들도 최근 가격이 조정세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기준 공사현장 /사진=엘시티 홈페이지지난 7월 기준 공사현장 /사진=엘시티 홈페이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