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증가율 25개월來 최저, 수출 둔화 본격화?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8.12.02 15:25
글자크기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물량 둔화도 불안요인… 선박 수출은 9개월만에 증가세 전환

반도체 수출증가율 25개월來 최저, 수출 둔화 본격화?


월간 수출액이 7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연간 수출액도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하지만 수출을 이끌어 온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 등 앞으로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수출의 앞 날을 가늠할 3대 핵심 요소를 머니투데이가 분석했다.

ⓛ반도체 수출 둔화=2일 산업통상자원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4.5% 늘었다. 수입액은 11.4% 늘어난 467억8000만달러였다. 무역수지는 5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수출액은 5572억달러다. 이번 달 수출액이 428억달러만 넘으면 연간 수출액 6000억달러를 돌파한다. 통상 연말에 수출액이 커지는 점을 고려할 때 달성이 확실시된다.

올해 수출은 반도체가 주도했다. 올 들어 11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130억54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1.1%를 차지한다. 이 기간 수출 증가율은 34.0%로 전체 수출액 증가율(6.3%)의 5.4배에 달한다.



하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최근 빠르게 둔화되는 점은 우려스럽다. 올 1월 53.3%이던 증가율이 지난달 11.6%까지 떨어졌다. 2016년 10월 이후 25개월만에 최저치다. 원인은 단가 하락이다. D램 현물가격(DDR4 4GB)과 NAND 현물가격(MLC 64GB)은 올 1월 각각 4.9달러, 4.03달러에서 지난달 3.35달러(-36.1%), 2.9달러(-28.0%)로 낮아졌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내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한국무역협회는 5%로, 산업연구원은 9.3%로 각각 전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달 29일 내놓은 ‘반도체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5.2%에서 2.6%로 낮췄다.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내년 반도체 수출 총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도 수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②조선업 경기 살아날까=일각에서는 반도체를 대신해 최근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조선이 우리 수출을 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지난달 선박 수출은 20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8.4% 증가했다. 지난 3월 이후 9개월만에 증가세 전환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조선업체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44.55%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누르고 연간 수주 점유율 1위 탈환이 예상된다.

조선업은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발주 증가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조선업 수출이 올해보다 13.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역전쟁 등으로 현재 물동량 자체가 크게 둔화된 만큼 회복세를 단정하기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선박 발주가 LNG추진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형 조선업체의 업황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③석유화학·석유제품 물량올 들어 11월까지 총 수출액의 16.0%를 차지한 석유제품(7.7%)·석유화학(8.3%)의 흐름도 주목된다. 최근의 수출 호조가 물량보다는 단가 상승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먼저 석유화학은 지난달 수출단가가 톤당 1320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1% 증가했다. 반면 물량은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42.7%이던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3.8%까지 떨어졌다.

석유제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수출물량이 4647만배럴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줄었지만 수출단가가 배럴랑 85.5달러로 21.1% 오른데 힘입어 총 수출액이 23.5% 증가했다. 국제유가 등의 움직임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선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 수출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 구조의 질적 고도화, 수출시장·품목의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