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ER 본부 옆도시 '인공태양' 뜬다

머니투데이 카다라슈(프랑스)=류준영 기자 2018.12.0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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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구축 11년, 佛 엑상 프로방스 등 6개 지역시 비약적인 발전

프랑스 마르세유 포트항에 설치된 적재·하역 램프/사진=ITER 프랑스 마르세유 포트항에 설치된 적재·하역 램프/사진=ITER


#기원전 600년경 그리스 사람들이 만든 허름하고 낡은 동네. 현대 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1839~1906년)의 도시’로도 불리는 프랑스 한 시골 마을에 최근 외부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곳곳에 도로 보수와 건물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본부 인근 대표적인 위성도시인 엑상 프로방스의 모습이다. 시청 관계자는 “고대 로마 제국 시대 이후 2000년만에 추진하는 도시 재생 사업으로 시 전체가 공사장”이라고 말했다. ITER 직원과 가족들이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엑상 프로방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핫’한 장소로 손꼽힌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곳 아파트 거래가는 평균 8만 유로(약 10억 원). 엑상 프로방스는 주택 가격이 프랑스에서 2번째로 비싼 곳이 됐다.



#프랑스 마르세유 포트항. 주로 ITER 조달품을 운송하는 항구다. 지난해 9월 새로운 적재·하역 램프(부두와 배 사이를 연결하는 경사판)가 설치됐다. 또 이곳에서 ITER까지 약 100Km에 이르는 도로가 보강·확장됐다. 사회기반시설(SOC) 확충으로 이 지역은 단숨에 프랑스 물류 운송의 허브로 떠올랐다. 시 관계자는 “SOC 투자로 지역내 총생산 증가, 지역민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쪽으로 6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다라슈의 ITER 본부를 찾았다. ITER는 핵융합 반응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다.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며,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 과학 프로젝트다. 유럽연합(EU)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프랑스 카다라슈 지역에 2025년 완공을 목표로 2007년부터 ITE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장/사진=ITER 프랑스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장/사진=ITER
프랑스 정부는 ITER 사업 부지를 제공하면서 ITER 직원 가족을 위한 국제학교 설립 등 정주환경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양형렬 ITER 조립사업부 팀장은 “ITER 공사가 본격화된 11년간 마노스크 상주 인구가 2~3배 늘었다”면서 “은행과 병원, 학교 등이 들어서는 등 정주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노스크는 엑상 프로방스와 함께 ITER 근방 대표 위성도시다. 특히 ITER 소속 젊은 과학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3~18세까지 다닐 수 있는 프로방스 알프스 코트다쥐르 국제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가건물에서 운영을 시작한 이 학교에는 현재 41개국 753명의 학생들이 다니며, 이 중 ITER 가족 출신 학생이 절반을 넘는다. 학교 관계자는 “현재 100여명의 교사가 중국어, 영어, 독일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또는 스페인어 등 10개 ITER 언어 중 하나와 프랑스어로 절반씩 강의한다”고 말했다.

아코마스 물리학 박사/사진=류준영 기자 아코마스 물리학 박사/사진=류준영 기자
고용 위기·인구이탈로 내리막을 걷던 ITER 주변 지방 정부들은 주정부보다 더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엑상프로방스 지역협의체 등은 ITER 유치를 위해 써달라며 총 4억 6700만 유로(약 6000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프랑스 ITER 유치를 주도한 아코마스 물리학 박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 최대 입자 가속기 LHC(Large Hadron Collider)처럼 과학기술 대형 프로젝트 유치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이 기여해왔다”며 “ITER가 본격 가동되면 전 세계 대학·연구소들을 유치하게 돼 카다라슈 인근 녹슨 도시 모두가 과학도시라는 새 옷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ITER 직원은 850여명이며, 앞으로 총 2500여명의 근로자가 ITER 현장에서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ITER 국제기구가 지난해 프랑스 정부에 제출한 지역성장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카다라슈 인근 6개 도시(엑상프로방스, 알프스, 보클뤼즈, 부쉬뒤로느, 알프마리팀, 바) 인구는 ITER 사업 이후 13만명 늘었고, ITER와 직·간접적인 일자리는 4700여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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