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젊어서 구두 닦으면 안되나요?" (영상)

머니투데이 이상봉 기자 2018.12.01 06:38

[#터뷰]14년째 신발 수선하는 청년 김슬기씨 "구두닦이도 아티스트, 신발로 예술품 만들어"

편집자주 | #청년 #구두닦이 #신발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구두닦이는 '실패한 사람',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편견이 있다. /사진= 이상봉 기자구두닦이는 '실패한 사람',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편견이 있다. /사진= 이상봉 기자
지하철역 입구나 횡단보도 근처에서 볼 수 있는 조그마한 컨테이너 박스. 출근길에 갑자기 구두 굽이 부러진 사람,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구두를 닦으려는 사람 등이 이곳을 찾는다. 약 2평 정도의 구두를 닦고 고치는 '구두닦이'를 위한 공간이다.

신발을 매만지는 '구두닦이'란 직업은 오래시간 우리 곁에 있어왔지만 '못 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항상 함께였다.

동대문구에서 26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성우씨(58)는 "70~80년대에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구두닦이가 된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요즘은 사회적 대우나 돈벌이 때문에 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의문이다"고 말했다.



구두닦이는 한 분야의 전문가이자 예술가(artist)라고 주장하는 청년이 있다. 신발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14년째 신발을 고치고 있는 신발 수선업체 '페르커' 대표 김슬기씨(38)다.

신발을 수선하고 있는 페르커 김슬기 대표(38) /사진=이상봉 기자신발을 수선하고 있는 페르커 김슬기 대표(38) /사진=이상봉 기자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신발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잘 손질된 약 60켤레의 신발들이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조용한 인디밴드 음악도 들려왔다.

좁은 공간에서 힘들게 작업하실 줄 알았다는 질문에 김 대표는 "구두닦이라고 하면 지하철역 앞에서 신발을 고치고 닦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요즘은 원래 신던 신발을 고객 요청에 맞게 새롭게 제작해주는 일까지 영역을 넓혔다"며 웃어보였다.

주위 친구들이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을 쌓을 때, 그는 정성 들여 꿰맨 신발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축구화·등산화·부츠·구두·운동화 등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친 신발만 약 50만 켤레. 그가 신발에 관심을 가진 건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24살 때 일을 시작해서 벌써 14년 차 구두닦이입니다. 사실 구두닦이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죠. 축구화 밑창 교체, 등산화 수선, 구두 광내기 등 하루 평균 200켤레 정도 수선을 했어요. 사람들의 낡고 해진 신발을 만지며 꿈을 키웠습니다."

'아이유가 반했다'는 신발을 만들었다?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꽤나 날카로웠던 것. 모르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이 왜 구두를 닦냐', '신발 고치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 등의 발언이 마음을 쿡쿡 찔렀다고.

그럴수록 김 대표는 신발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미국과 일본의 신발 제조·수선업체들을 돌아다니며 몸소 경험했다. 일본 커스텀 업체 '브라스도쿄', 미국 미네소타주의 '레드윙' 공장 등에 방문해 신발 커스텀 작업과 수선 방법 등을 배웠다.

김 대표는 구두닦이도 예술의 한 분야라고 말한다. 그는 "디자인을 바꾸는 수선, 새로운 밑창을 만드는 것 등 신발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며 "신발 수선을 아주 좁은 의미로만 해석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악하는 사람이 노래를 만들고, 미술하는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신발이라는 주제로 예술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신발을 닦고 관리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진 요즘. 김 대표는 누구나 구두닦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구두 닦는 일은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맞아요. 다만 어떻게 수선하냐, 누가 만드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똑같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도 천원짜리 음식이 될 수도 있고, 1만원짜리 음식이 될 수 있습니다. 신발에도 수많은 소재들과 접착제와 같은 재료들 이 있어요. 신발 고치는 것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신발 손질 및 밑창 교체가 된 신발(왼쪽)과 손질이 안 된 신발(오른쪽) 비교 /사진=이상봉 기자신발 손질 및 밑창 교체가 된 신발(왼쪽)과 손질이 안 된 신발(오른쪽) 비교 /사진=이상봉 기자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눈은 반짝였다. 신발 수선법, 꿰매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그에게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이 일을 할거냐는 질문에 그는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신발을 닦고 고친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며 "전혀 부끄럽지 않고 한 명의 예술가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최근에 생긴 좋은 일을 자랑하며 멋쩍게 웃었다. 자신이 수선한 N사의 운동화를 가수 아이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신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는 것. 기존에 있던 신발의 아웃솔(밑창)을 뜯어내고, 굽이 살짝 높은 톱니 모양의 아웃솔을 붙였다. 아이유 역시 신발이 너무 맘에 들었다는 후문. 인터뷰 중 김 대표의 가장 밝은 웃음을 마지막에 볼 수 있었다.
네이버에서 머니투데이를 만나보세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 플러스친구
  • 네이버 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