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워커 사이언스파크 단장이 케임브리지사이언스파크 지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독보적인 산·학 협력 운영시스템을 갖춘 사이언스파크는 영국 첨단기술 산업의 집적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비견된다. 과학자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스티븐 호킹, 경제학자 존 케인스 등을 배출한 케임브리지 대학을 중심으로 1976년 첫 기업을 받았다.
찰스 코튼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대기업 가운데 미국 회사가 27개(44%)로 가장 많지만 최근엔 중국기업 진출이 한창이다. 현재 입주를 완료한 중국기업은 총 5개지만 2억 파운드(약 3000억원) 펀딩을 앞세워 급격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바이오 관련 중국 기업들의 입주 상담이 부쩍 늘었다는 것. 바이오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중국 투자사 ‘투스(Tus) 홀딩’이 지난해 합류했고, 올해는 DNA(유전자) 분석전문기업 노보진(Novogene)이 새 식구가 됐다. 재닛 워커 사이언스파크 단장은 “중국 투자가 매우 전략적”이라고 귀띔했다.
이 곳 지도를 꺼내 든 워커 단장이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영역은 중국 깃발이 꽂힌 일명 ‘차이나 밸리’. 케임브리지 바이오 클러스터에선 아덴브룩스 병원이 대규모 바이오메디컬센터를 짓고 있다. 워커 단장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도 이곳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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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케임브리지 대학병원은 연구인력인 박사후연구원(Post doctor)이 4500여명 정도다. 또 영국 국영 의료기관 NHS와 연계된 임상 등의 의료 데이터베이스(DB) 수집·관리체계도 최근 고도화를 이뤘다.
재닛 워커 사이언스파크 단장/사진=류준영 기자
1953년 DNA(유전자) 구조를 처음 밝히고, 인간 유전자 정보를 자세히 규명해 불치병·만성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제공하는 ‘인간게놈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안한 나라는 영국이다. 하지만 R&D(연구·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R&D 상용화·실용화로 재빠르게 치고 나간 미국에 바이오 기술 원조(元祖)국이란 타이틀을 넘겨줬다.
영국은 설욕을 위해 케임브리지 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바이오 산업화를 집중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로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워커 단장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 개발처럼 오늘날 R&D와 비즈니스의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분야들이 합쳐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학도시’라는 이점을 살려 새로운 시대적 조류에 부합한 산업 혁신을 이뤄나가는 첨단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교육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단단하다”며 “인재를 활용한 산업에서 큰 성과를 이뤄낸 역사가 있는 만큼 이런 강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실리콘밸리나 케임브리지와는 또다른 독창적 사이언스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