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몸값 낮춰도 '시큰둥'…IPO PER 10배 이하 수두룩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8.11.2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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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부품 대유에이피 공모가 PER 5배에 확정…제조업 "성장여력 떨어진다" 평가에 기업가치 저평가 심화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제조업에 대한 저평가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성장 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PER(주가수익비율) 10배 이하 기업가치를 제시해도 투자수요를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 중인 대유에이피 공모가는 지난해 실적 기준 PER 약 5배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를 기반으로 밴드(2600~3300원) 중간에서 공모가를 결정했다. IPO 기업의 밸류에이션으로 PER 5배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제조업, 몸값 낮춰도 '시큰둥'…IPO PER 10배 이하 수두룩


최근 공모시장에서 제조기업에 대한 박한 평가는 스마트폰,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성장여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차로 산업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서 내연기관 관련 부품 회사에 대해선 투자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자부품 산업 역시 중국업체의 도전과 경쟁 심화에 따라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실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제조회사에 대한 공모시장의 외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상장을 철회한 자동차 부품회사 프라코는 PER 5.5배 밸류에이션에도 시장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의료기기를 신규사업으로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한 전자부품 강자 드림텍은 밴드 상단 기준 PER 16배를 제시했지만 결국 공모를 철회했다.



잇따른 부진에 제조업 후발주자의 자신감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는 통신 및 방송 장비 회사 머큐리는 5G 투자 수혜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모가밴드 상단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가 8.4배에 그친다. 전자부품업계 강자 비에이치 계열사인 디케이티의 공모가밴드 상단의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ER은 9.9배다. 부품생산 경쟁력에 실적 안정성을 겸비한 제조기업 역시 저조한 투자수요를 감안해 비교적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상장예비심사가 진행 중인 에코프로비엠, 천보, 지니틱스 등 제조회사 역시 공모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근 공모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밸류에이션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회사 사이에선 내년 이후 업황과 실적을 장담할 수 없어 낮은 가치를 인정받더라도 상장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나 헬스케어, 게임처럼 폭발력 있는 업종과 달리 제조업은 공모시장에서 대박을 기대할 만한 분야가 아니어서 전통적으로 밸류에이션 기대치가 높지 않지만 최근 이 같은 흐름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박 투자를 기대하는 기술 특례 위주로 공모시장이 흘러갈 경우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우량 제조기업의 꾸준한 활약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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