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깡패 아니고 아들바보 아빠 *^^*
이 한마디로 460만 관객을 벌벌 떨게 한 배우 이중구 아니 박성웅. 영원한 중구 형님일 줄 알았던 박성웅이 간만에 따뜻한 역할로 돌아왔어. 영화 '신세계' 이후로 출연 섭외가 들어오는 역할이 죄다 살인자, 연쇄살인마, 갱스터, 형사 밖에 없었다지? 이번엔 180도 달라. 진짜 바뀌었어.
영화 '해피 투게더'에서 색소폰 연주자로 근근이 먹고 살면서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아빠 역할을 맡았거든. 월세가 밀려 집주인을 피해 숨어다니는 게 일이지만 그러면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못하는 짠한 아빠 역할이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 이중구. /사진제공=NEW
강하늘 역을 놓고 여러 명의 아역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었대. 그 중에 2명이 최종 물망에 올랐지. 마침 마지막 오디션 때 박성웅이 심사위원으로 함께 했대. 아무래도 박성웅의 아들 역할을 고르는 거니까 말이야.
어릴 때나 커서나 잘 생긴 아들. 그렇지만...
이 얘기를 하는 박성웅의 눈에선 꿀이 떨어졌어. 로운이 얘길 하면서 마치 진짜 아들내미 보듯 달달한 표정을 짓는데 너무나 부드럽고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 엿보였지. 영화에서처럼 말이야.
'아빠 미소'가 이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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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박성웅의 심기를 건드린 자가 있었으니. 청년 강하늘 역할의 아이돌(빅스) 겸 배우 한상혁이었어. 장난삼아 시작한 자랑 배틀에서 다 큰 아들 한상혁은 아빠 박성웅를 상대로 디스를 시전했지. '내가 색소폰을 제일 잘 분다'면서 말야.
게다가 그냥 '잘 분다' 정도에서 끝났으면 될 걸 굳이 한 마디 붙였던 게 화근이었어. "색소폰, 리코더랑 비슷하던데요?"
두 아들아. 자꾸 내 성격 나오게 만들래?
이렇게 시작된 색소폰 배틀은 결국 박성웅 속 이중구를 소환하게 됐어. 따뜻한 감성 드라마 '해피 투게더'의 쇼케이스 현장이 순식간에 '신세계' 골드문 행사로 바뀌었지. 이 상황을 지켜본 모든 이들은 한상혁의 밤길을 걱정하기 시작했어.
불씨는 한상혁이 당겼지만 '이중구 대폭발'을 일으킨 이는 의외의 인물, 로운이었어. 박성웅이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어린 아들이 뒤통수를 친 거지. '색소폰을 연주하는 게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로운이가 대답하다가 그만. 아빠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어. "색소폰 레슨을 받으러 갔는데 처음엔 아빠(=박성웅)처럼 소리가 잘 안 났…"
아들 열심히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표정.
영화 '해피 투게더'는 이들의 모습처럼이나 훈훈하고 마음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영화였어. 엄마 없이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아빠. 밤무대 색소폰 연주자로 생활하지만 예술을 놓고 싶진 않은 아빠. 그래서 돈은 없지만 마음만큼은 아들이 있어 행복한 아빠. 그런 아빠의 유전자를 받아 색소폰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아들. 그런 아들이 못마땅한 아빠. 색소폰 하지마! 할 거야! 갈등이 일어나고. 여차저차 돈을 벌러 나간 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이 보이지?
스토리가 뻔한 감은 있지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야. 그리고 무엇보다! 이중구가 아닌 박성웅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 아니겠어? 배우 송새벽의 깐족 연기도 일품이고. 추운 겨울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지고 싶다면 영화 '해피 투게더'를 영화관… 아니 IPTV에서 만나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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