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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서만 자라는 꽃 이름이 '다케시마'? (영상)

머니투데이 김소영 인턴기자, 이상봉 기자 2018.11.24 08:50

[#터뷰]'창씨개명'된 우리 꽃 알리는 대학생 동아리 '아리아리'

편집자주 | #며느리밑씻개 #큰개불알꽃 #일제만행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고 독도가 다케시마라고 불리는 사실에 분개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그런데 '며느리밑씻개', '큰개불알꽃' 등 왜색이 짙은 우리 꽃의 이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어요."

'창씨개명된 우리 꽃 알리기' 프로젝트를 기획한 '아리아리'의 부팀장 홍지현씨(21)는 프로젝트 시작 계기를 묻는 기자에게 웃으며 답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개명된 한국의 꽃 이름을 되찾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학생 동아리 '아리아리' 팀원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미선(25), 서혜린(21), 안혜진(21), 홍지현(21), 이예슬(23), 공규현(21), 방준호(22), 임동현씨(23)/사진제공=아리아리일제에 의해 강제개명된 한국의 꽃 이름을 되찾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학생 동아리 '아리아리' 팀원들.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미선(25), 서혜린(21), 안혜진(21), 홍지현(21), 이예슬(23), 공규현(21), 방준호(22), 임동현씨(23)/사진제공=아리아리
일제에 의해 일본식 이름으로 강제개명된 우리 꽃의 이름을 바로잡으려 애쓰는 대학생들이 있다. 공규현(21), 김미선(25), 방준호(22), 서혜린(21), 안혜진(21), 이예슬(23), 임동현(23), 홍지현씨(21) 등 8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아리아리'다. 아리아리 멤버 8명 중 7명을 만나 우리 꽃의 이름에 얽힌 아픈 역사와 올바른 이름을 알리는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를 나눠봤다.







'며느리밑씻개', '큰개불알꽃'… 꽃에 붙여진 저속한 이름들




지난 10월 아리아리 팀원들은 독도의 날(10월 25일)을 맞아 자료를 찾아보던 중 우리나라 토종꽃들에 이상한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독도에 자생하는 '섬기린초', '섬초롱꽃', '섬벚나무' 등의 학명(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적인 이름)과 영어 이름(영명)에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가 들어가 있었던 것.

독도에서 자라는 섬벚나무. 학명은 '프루너스 다케시멘시스 나카이(Prunus takesimensis Nakai)', 영명은 '다케시마 플라워링 체리(Takeshima flowering cherry)'다. 모두 '다케시마'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독도에서 자라는 섬벚나무. 학명은 '프루너스 다케시멘시스 나카이(Prunus takesimensis Nakai)', 영명은 '다케시마 플라워링 체리(Takeshima flowering cherry)'다. 모두 '다케시마'라는 표현이 들어있다. /사진=국립생물자원관
본격적인 자료 조사에 들어간 이들을 더욱 충격에 몰아넣은 건 한국 고유종에 붙어 있는 '며느리밑씻개', '큰개불알꽃' 같은 저속한 이름들이었다. 일제강점기 이전 며느리밑씻개는 '사광이아재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식민 지배 이후 일본은 사광이아재비에 '마마코노시리누구이'(繼子の尻拭い)라는 일본식 이름을 붙였다. '의붓자식의 밑씻개'라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의붓자식'이 '며느리'로 바뀌었다.

사광이아재비의 학명 페르지카리아 센티코자(Persicaria senticosa) 중 '센티코자'는 '아래로 향한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사광이아재비에는 가시가 촘촘히 나 있다. 즉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은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식물로 '며느리'의 '밑'이라 명명된 신체 부위를 '씻는다'는 속된 표현이다.

큰개불알꽃은 꽃의 열매가 개의 음낭을 닮았다는 이유로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가 명명했다.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본래 이름은 '봄까치꽃'이다.

'며느리밑씻개'로 잘못 불리고 있는 '사광이아재비'(위쪽)와 '큰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봄까치꽃'. 모두 일제의 치욕스러운 잔재다./사진=국립생물자원관, 뉴스1<br>
'며느리밑씻개'로 잘못 불리고 있는 '사광이아재비'(위쪽)와 '큰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봄까치꽃'. 모두 일제의 치욕스러운 잔재다./사진=국립생물자원관, 뉴스1
엄연히 예쁜 이름을 가진 우리 꽃들이 왜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걸까.

팀장 임동현씨는 "일제강점기 일본은 식민 지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국 고유종에 관한 대대적인 조사를 펼쳤다"며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꽃들의 이름을 저속하게 바꾸거나 자신의 이름을 넣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영상을 클릭하면 '일제가 우리 꽃에 저지른 만행'을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다. 팀원 이예슬씨는 "나카이는 한반도의 고유종 527종 가운데 무려 62%에 달하는 327종의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며 "심지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개나리의 학명 폴시티아 코리아나 나카이(Forsythia koreana Nakai)에도 나카이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임동현씨는 "사실 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꽃에 다케시마라는 표현을 넣고 며느리밑씻개, 큰개불알꽃 같이 입에 담기도 힘든 이름을 붙인 것은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 꽃의 이름이 일제 찬양의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금강초롱꽃'이라는 꽃의 학명 하나부사야 아시아티카 나카이(Hanabusaya asiatica Nakai)에 조선의 초대 일본공사인 하나부사 요시모토의 이름을 넣은 것이다. 나카이는 됴쿄식물학회가 발행한 <식물학잡지> 1911년 4월호에서 "조선의 식물 채집을 위해 식물학자들을 파견한 하나부사의 공을 길이 보존하려 '하나부사야'라는 표현을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의 초대 일본공사인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1841~1917)조선의 초대 일본공사인 하나부사 요시모토(花房義質·1841~1917)
문제는 한번 지은 학명은 영원히 바꿀 수 없다는 것. 임동현씨는 "국제적 약속인 '국제식물 명명규약' 상 꽃의 학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신 전 세계적으로 불리는 영명을 올바르게 고치고 잘못 번역된 국명(해당 국가에서 부르는 이름)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 10명 중 9명 "우리 꽃의 치욕스러운 이름 몰라"




아리아리가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88명 가운데 90.3%(260명)가 '우리 꽃이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팀원들은 맨투맨 티셔츠와 스티커를 제작해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을 통해 우리 꽃의 아픈 역사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티셔츠와 스티커에는 일본이 치욕스러운 이름을 붙인 봄까치꽃(큰개불알꽃), 사광이아재비(며느리밑씻개), 섬초롱꽃을 형상화한 디자인을 넣었다.

'아리아리' 팀원들이 제작한 맨투맨 티셔츠. 우리 꽃들이 진짜 이름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을 완성했다./사진제공=아리아리'아리아리' 팀원들이 제작한 맨투맨 티셔츠. 우리 꽃들이 진짜 이름을 찾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디자인을 완성했다./사진제공=아리아리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후원금을 모집한 지 18일 만에 목표 금액 5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430여만원을 달성했다. 후원자 수는 305명에 달했다. 지난 2일에는 오프라인 홍보캠페인을 진행했다.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을 누비며 우리 꽃의 올바른 이름을 알렸다. 시민 인터뷰를 통해 우리 꽃의 이름을 되찾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도 영상에 담았다.

시민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들도 이 캠페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예슬씨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어서인지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이 특히 컸다"며 "함께 분노해준 관광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혹시 일본인 관광객은 만나지 못했냐 묻자 잠시 망설이던 이씨는 "첫 인터뷰 대상자가 일본인이었다"며 "즐거워야 할 여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단 생각에 그냥 보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난 2일 경복궁에서 오프라인 홍보 캠페인을 벌인 '아리아리'/사진제공=아리아리지난 2일 경복궁에서 오프라인 홍보 캠페인을 벌인 '아리아리'/사진제공=아리아리




"꽃 이름이 중요하냐?" 묻던 사람들…역사 인식 변화의 주춧돌 되고 싶어




아리아리의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물었다. 임동현씨는 "후원금으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와 함께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며 "일제에 의해 강제개명 당한 우리 꽃을 널리 알리고 역사 인식 개선을 위해 국내외에 영상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상 제작이라는 방법을 택한 까닭을 묻자 임씨는 "제국주의에 희생당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새로운 독립운동' 문화를 창조하고 싶었다"며 "일본과 달리 제국주의가 아닌 방식으로 우리 꽃의 올바른 이름을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뭘까?'라는 점이었어요. 저희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을 세상 모두가 알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영상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판매된 스티커/사진제공=아리아리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판매된 스티커/사진제공=아리아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팀원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꽃의 이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는 것이었다.

홍지현씨는 "꽃의 이름이라는 건 단순히 그 꽃의 특징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지역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게 바로 꽃의 이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 꽃이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는 건 한국의 전통과 정신을 말살하려 했던 창씨개명이나 다름없는 행동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이를 바로잡으려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저희 대학생들이 많은 걸 바꿀 순 없지만 변화의 주춧돌이 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분노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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