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MUFFLER] 영국·미국 해외파 한국 기자들이 풀어본 수능 영어 점수는?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박광범 기자, 홍재의 기자, 정한결 기자 2018.11.23 06:25
11월 15일 2019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어. 시험이 끝나고 수험생들은 분노와 절망에 휩싸였지. 왜! 어째서! 이번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인 거야!

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지를 확인하며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16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여고에서 3학년 수험생들이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지를 확인하며 가채점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스1
1교시부터 멘붕을 안겨준 국어는 (사실상 과학 시험이었지만) 우리말, 우리글이라 그렇다 쳐. 왜 우리가 이만큼이나 어렵고 난해한 영어 문제를 풀어내야 하지? 외국인들도 살면서 평생 한 번 쓸까말까한 단어들을 왜 우리는 달달 암기해야 하지? 게다가 지난해 수능보다 더 어려워서 1등급(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받기가 더 까다로워진 건 도대체 왜냐구.



우리 수능 영어 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괴랄한지 알아보기 위해 두 해외파 한국인에게 올해 수능 영어 문제를 풀게했어. 한 명(='홍형')은 두 번의 수능을 치렀으며 영국에서 1년 반 가량 어학연수를 받았고, 다른 한 명(='결쓰')은 어렸을 때 캐나다에 거주했으며 미국 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쳤지.

우리나라의 주입식 영어 교육도 경험했으면서 영어권 국가 현지에서 수년간 공부했기 때문에 우리 수능 영어에 대해 더 현실적인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거야.

영국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홍형.영국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홍형.
캐나다, 미국 등에서 총 8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결쓰.캐나다, 미국 등에서 총 8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결쓰.
두 사람에게 2019 수능 영어 시험지와 답안지를 배부하고 진짜 수능에서처럼 70분간 풀게 했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에서 시험지와 듣기평가 오디오 파일을 내려받아 진행했지.

듣기평가 안내 멘트와 함께 시험이 시작되자 두 사람은 매우 진지한 얼굴로 문제에 집중했어.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듣기평가 17문제에서 만큼은 실수가 없어야 하니까. 하지만 '대화를 듣고 남자가 지불할 금액을 고르시오'란 3점짜리 9번 문제에서 영국파 홍형의 동공은 심하게 흔들리고 말았어. 영어 듣기와 함께 간단한 산수가 요구되는 듣기 9번 문제, 영국파 홍형은 어떤 답을 적었을까?

70분 동안 45문제를 모두 풀어봄.70분 동안 45문제를 모두 풀어봄.
예상 외로 두 해외파 모두 지필평가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어. 시험 종료 시각을 얼마 남기지 않고 답안지 마킹을 끝냈거든. 지문을 읽고 답을 내리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지. 특히나 영국파 홍형은 시간이 모자라 41번부터 45번까지 문제는 ①으로 답 줄세우기를 했더라구. (아무거나 하나라도 ①이어라!)

영국파 홍형은 시험이 끝나자 마자 미국파 결쓰에게 듣기평가 9번 문제에 대해 물었어. 그리고 곧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침통함에 마른 세수를 했지. 20달러짜리 헬멧을 50% 할인해서 판매한단 얘기를 15% 할인으로 잘못 들은 거야. 이 실수를 가볍게 넘길 수가 없는 게 수능에선 한 문제 차이로도 등급이, 대학 이름이 달라지기 때문이지. 이 한 문제만 틀려도 -3점이고, 이 한 문제만 놓쳐도 한 끗 차이로 아래 등급으로 내려간다구.

아무리 불수능이라도 15% 할인한 가격을 묻는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구.아무리 불수능이라도 15% 할인한 가격을 묻는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구.
두 해외파의 답안지를 채점한 결과는 놀라웠어. 만점을 노리겠다던 미국파 결쓰가 91점, 70점 이상 받는 게 목표라던 영국파 홍형이 58점을 받았어. 어린 시절 캐나다에서 2년 반을 지냈고, 미국에서 대학 학부와 석사를 졸업한 미국파 결쓰가 무려 3문제나 틀리다니. 간신히 1등급에 턱걸이 하다니!

91점을 받은 미국파 결쓰는 "상상도 못했다"며 세 문제 모두 실수를 해 놓쳤다고 털어놨어. 결쓰가 틀린 문제는 34번, 37번, 39번 문항으로 각각 EBS가 공개한 오답률 톱 10 중에서 3위, 4위, 5위에 올랐어.

미국 시카고대 석사 졸업생도 풀면서 이상함을 느낀 문제, 마의 33번.미국 시카고대 석사 졸업생도 풀면서 이상함을 느낀 문제, 마의 33번.
미국파 결쓰는 가장 의문이 가는 문제로 33번 문항을 지목했어. 역대급 킬러 문항으로 꼽히는 바로 그 33번 문항 말이야. 결쓰는 "사실 맞는 말이고 정답이 이것밖에 없긴 한데 표현들이 너무 추상적"이라면서 "굳이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이 정도까지 공부해야 하나 싶다"며 헛웃음을 지었어. 미국의 수능이라 할 수 있는 SAT를 경험한 미국파 결쓰에 따르면 수능 영어는 미국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수준이래. 단, 몇 개의 지문은 빼고. 물론 극악의 33번 문항이 포함되겠지.

영국파 홍형은 "영국에 어학연수를 가기 전인 고3 때보다, 심지어 80점 만점이었던 그때보다 점수가 낮다"며 새삼 길디 긴 지문에 놀라워했어. "한국어로 나와도 다 못 읽겠다"면서. 홍형은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25번, 26번, 27번, 28번 문항을 가리켜 "이 정도 영어 실력만 있으면 외국에서 충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어.

수능 영어와 공시 영어는 어떻게 다를까?수능 영어와 공시 영어는 어떻게 다를까?
수능 영어 점수를 받아들고 생각보다 낮은 점수에 멘붕이 온 미국파 결쓰에게 또 다른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9급 공무원 영어 시험지를 건넸어. 2018년 9급 일반행정직 공무원 시험 문제인데 20분을 주고 20문항을 모두 풀게 했지. 결과는 만점. 수능에서 상처 입은 자존심이 조금이나마 회복됐지만 미국파 결쓰의 머리는 더 아파왔어. 공무원 영어가 수능 영어보다 훨씬 '악질'이란 거야. 결쓰는 "이건 그냥 틀리라고 낸 문제"라며 대표적인 악마의 문제로 13번 문항을 지목했어. 독해력, 이해력, 사고력을 요한다기보다 단순한 말장난으로 어떻게든 수험생이 실수하기만 기다리는 듯한 문제로 보였거든.

'극악의 난이도' 하면 공무원 영어가 빠질 수 없지.'극악의 난이도' 하면 공무원 영어가 빠질 수 없지.
영국에서 1년 반을 생활하며 영어만 듣고 말하고 읽고 쓰던 사람도, 다년간의 해외 거주 경험과 동시에 '토익(TOEIC) 990점 만점' '토플(TOEFL) IBT 112점' 등의 빛나는 스펙을 가진 사람도 만점 받기 힘든 게 이번 수능 영어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킬러 문항이 필요한 건 맞지만 해외파도 고개를 갸웃할 만한 극악의 난이도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올해 수능을 치른 모든 수험생들 정말 고생했어. 특히나 불수능이라 더더욱. 다음 수능부터는 난이도 조절에 성공해서 이번이 마지막 '역대급 불수능'으로 기록되길.



[머플러(MUFFLER)는 머니투데이가 만든 영상 콘텐츠 채널입니다. '소음기'를 뜻하는 머플러처럼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을 없애고 머플러만의 쉽고 재밌는 영상을 보여주고 들려드리겠습니다. 목에 둘러 추위를 피하는 머플러처럼 2030세대의 바스라진 멘탈을 따뜻하게 채워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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