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삼성 OLED 기술 탈취에 美도 화났다

USTR, 비판보고서 발표…"中의 기술도둑질에 韓·日·EU도 피해"
산업스파이 행위 등 강하게 비난…美中정상회담 전 압박강화

지난 5월 4일(현지시간) 무역 협상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댜오위타이 국빈관으로 가기위해 숙소를 나서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은 근본적으로 전혀 변하지 않았다. 강제적인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산업 스파이 행위와 사이버공격 등이 여전하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불합리한 행위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감시와 시정 노력을 계속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이끄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20일(현지시간) 중국이 여전히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새로 발간했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한국과 일본, EU, 호주 등 다른 나라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했다. 다음 달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이 무역 압박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USTR은 이날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혁신과 관련된 중국의 조치, 정책, 관행에 대한 업데이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이 지적재산권 및 기술 도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도 성명에서 "중국은 불공정하고, 부당하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관행을 바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무역전쟁을 피하고자 공정한 경쟁 및 시장 개방 확대 등을 약속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USTR은 그러면서 전기 자동차를 예로 들었다. 중국이 외국 전기 자동차 업체에 대해 자국 기업과의 의무적인 합작 법인 설립 규정은 없앴지만, 다른 차별적인 규제로 합작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 5월 중국에 지분 100%의 자회사를 설립했지만, 공급망 구축에만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보고서에는 특히 중국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다른 나라 사례도 여럿 실렸다. 지난 7월 호주국립대 산업정보 해킹, 일본 미디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악성코드 공격, 독일 연방하원을 대상으로 한 도청 등의 피해 사례가 자세히 나열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가 미국 디램(DRAM) 제조사 마이크론의 기밀을 이용해 제재를 받은 것과 지난 9월 중국 업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빼내려다 무산된 사건도 포함됐다.

USTR이 보고서에 미국 이외 동맹국의 피해 사례를 적시한 배경으로는 중국과의 싸움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류웨이동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은 미·중 양국에 모두 피해를 주지만, 중국이 더 큰 압력을 받는다"면서 "서방 강대국은 미·중 사이에서 어느 편도 분명하게 지지하지 않지만,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조치를 암묵적으로 수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가 다음 달 1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을 불과 10여 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상 간 담판을 앞두고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도 전날 연방 관보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 기술, 3D 프린터 등 국가 안보에 중요한 첨단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정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기술 발전 견제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풀기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협상 결과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냈다"면서도 "이번 USTR 보고서가 중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깊은 의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