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왜 대리운전 부를까…술 안 마시고 대리 부르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8.11.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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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카카오 T 대리운전 서비스의 재밌는 통계들…여성전용 대리 맞춤서비스 출시 기대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대낮에 왜 대리운전 부를까…술 안 마시고 대리 부르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대리운전은 술을 마신 후 자가 운전이 어려울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음주로 인한 심야시간에 대리 이용이 많다. 그러나 대리운전 호출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환한 대낮에도 대리운전을 부르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부지불식간에 '야간'과 '음주'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대리운전의 패턴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카카오 T 대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월 빅데이터를 통해 지난 2년여간의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행태를 분석한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2018’를 발간했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대리운전 서비스 이용객은 대부분 야간에 음주 이후 귀가하려는 수요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대리기사 이용 실태를 보면 음주가 부담스런 환한 대낮에도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있다. 주간에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로 대형병원, 건강검진센터, 성형외과 등에서 호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간단한 수술이나 수면내시경, 각종 약물투여 등으로 귀가 시 자가 운전이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실제로 A씨의 경우 건강검진을 위해 차량을 갖고 병원을 찾았는데 수면내시경 검사 후 귀가 시 운전하지 말라는 안내사항을 보고 대리운전을 호출했다. 아직도 수면내시경 등의 검사를 받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안전을 고려한다면 대리운전 서비스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골프장의 경우 운동 후 피로감 때문에 운전이 힘든 경우라던지, 공항같은 경우 해외여행이나 출장 이후 시차로 인한 졸음 등을 피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부부가 함께 공항에 간 뒤 남편은 출장을 가고 부인은 공항에서 대리운전을 호출해 귀가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남편을 전송하고, 운전을 못하는 부인이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향후 좀 더 차별화된 대리운전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도 눈에 띈다. 특히 늦은 시간에 운전이 곤란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좀 더 안전하게 마음놓고 이용할 수 있는 ‘여성전용 맞춤 대리운전’ 서비스가 출시되면 여성 운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말없는 대리기사’ 서비스 역시 흥미롭다. 억지로 대화를 강요(?)하는 택시 기사에 대한 불편한 기억들이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법한데, ‘말없는 대리기사’ 서비스는 조용히 귀가하고픈 운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빅데이터를 통해 대리운전기사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조사 분석했는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이 담겨있다.

먼저 대리기사는 일반적으로 본업 소득이 부족한 사람들이 부업 차원에서 대리운전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대리기사의 절반 정도는 아예 대리운전을 전업으로 하고 있다.

대리기사를 전업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리운전을 통해 생계가 가능한 수준의 소득을 올린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있다. 실제로 카카오 대리기사 중 지난 1년간 최고 정산액(승객지불요금에서 수수료 공제 후 순소득)은 월간 533만원으로 나타났다.

사실 모든 대리기사가 월 500만원대의 소득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기술혁신과 함께 고부가가치의 대리운전 서비스가 도입된다면 대리기사의 소득도 웬만한 직장인 못지 않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퇴직 후 대리기사를 전업으로 하는 B씨의 경우 대리운전이 비록 대기업 월급에 못 미치지만 성실히 일하면 월 300만원 정도는 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송년회가 잦은 12월에는 정산 전 금액이 500만원을 넘겼다고 말했다.

작은 회사에 다니면서 임금이 몇 개월씩 체불되는 경험 때문에 괴로웠다는 B씨는 "작은 회사의 관리직이라면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겠지만, 대리운전이 그보다는 훨씬 낫다"며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도 말했다.

물론 대리운전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주로 술에 취한 고객을 응대해야 하고, 가끔은 진상 고객을 만나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낮과 밤을 거꾸로 살아야 하는 탓에 새벽시간 졸음과 싸우며 승객의 차량을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리운전 기사의 가장 큰 고민은 호출 지점까지의 이동 문제다. 주로 걷거나 뛰는 경우가 많은데, 대리기사가 하루 평균 걷거나 뛰는 거리는 5~7km로 조사됐다. 심지어 매일 15km이상 이동하는 대리기사도 있는데 이는 김포공항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의 거리와 맞먹는다. 따라서 대리기사들에겐 이동시간을 줄이는 게 늘 고민거리다.

걷거나 뛰는 대신 대리기사가 주로 찾는 이동수단으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대리기사들이 모여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택틀(택시 합승), 업체 제공 셔틀버스, 2인1조 픽업차량, 전동 이동수단(킥보드, 전동휠 등), 공유자전거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대리기사의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주로 걷거나 뛰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다. 또한 전동 킥보드를 타면 호출 반경이 넓어지고, 특히 심야시간 대중교통이 끊어진 경우에도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T 대리'는 현재 운행 가능한 승인 대리기사가 약 12만명에 이르며, 수수료는 20%로 업계 평균(30~40%)에 비해 낮다. 그러나 최근 월 2만원에 단독배정권을 2장을 지급하는 프로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대리기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해에만 1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양한 유료화 모델을 통해 적자폭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었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리운전은 이제 야간 음주 시에만 이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대리기사 역시 더 이상 사회의 밑바닥을 상징하는 낙후된 일자리가 아니다. 대리운전은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 등을 통해 저변이 넓어지고 승객의 안전과 편리함은 물론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으로 발전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술혁신과 함께 대리운전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은 단지 질 낮은 임시직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고정직에 추가적인 수익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방향과도 크게 어긋나 보이지 않는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혁신의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며 "대리운전도 그러한 혁신의 일환으로 이동의 편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서비스의 범위가 확장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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