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떻게 그들의 인터넷 왕국을 건설했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11.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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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지키면 美보다 제약 없어
기업 영향력 커지자 당국 '고삐'… 中서 정부 지원은 "축복이자 저주"

중국은 어떻게 그들의 인터넷 왕국을 건설했나


"인터넷이 중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인터넷은 민주주의를 위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미국의 전 대통령들을 비롯해 과거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이 중국과 같은 닫힌 세계를 자유와 민주주의로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중국은 미국에 필적할 만한 야망과 영향력을 가진 인터넷 회사들을 가진 유일한 국가가 됐지만 여전히 당과 정부의 감시와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중국은 어떻게 초강대국이 되었나'라는 심층 분석 기사들 중 하나로 중국의 인터넷 산업을 진단하고, 국가를 위태롭게 하지만 않으면 어쩌면 미국보다도 더 자유로운 인터넷 환경이 중국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들을 배출한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NYT는 먼저 중국 인터넷 산업의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미국보다 몇 년 앞서 지폐를 스마트폰 결제로 바꿨고 이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을 소비자 경제의 중요한 '게이트키퍼(문지기)'로 변모시켰다.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의 임원들은 사용자들을 휴대폰에 붙들어 놓을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 위해 중국의 텐센트와 바이트댄스와 같은 기업을 참고하고 있다. 소셜화, 게임, 지불 결제, 기차표 예약 등이 모두 가능한 '올인원' 허브를 구축한 텐센트의 위챗 앱은 페이스북이나 애플이 좀더 다양한 즐길거리의 앱을 추구하는 동력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서구의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의 쇼트 클립(짧은 영상) 앱 '틱톡'과 유사한 앱을 출시했다.

NYT는 서구인들이 중국의 이런 변화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중국의 권위주의를 기술에 대한 적대감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그들이 이룬 인터넷 산업의 성과에 만족하고 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드는 혁신 주도형 경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물론 중국이 이룬 모든 것은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격리된 인터넷 공간에서 수만 명의 검열관의 감시를 받고, 데이터 수집, 저장 및 공유 방법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중국 기술 회사들이 미국 기업들보다 제약이 적다. 미국 내의 빅데이터에 대한 반발,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들을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 디지털 중독에 대한 불안감 등 어느 것도 중국 기업들에게는 큰 문제는 아니다. 물론 한 가지 규칙은 지켜야 한다. 간단하다. '국가를 위태롭게 하지 말라'는 것. 이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공정하다.


스타트업들은 놀라운 속도로 거대한 규모를 성장하고, 격렬하게 경쟁할 수 있다. 허약한 지적재산권 보호는 혁신에 대한 큰 보상이 불가능하게 하지만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좋다. 돈도 계속 흘러들어가고 있다. 미디어, 금융, 의료와 같은 기존 산업들이 국영 대기업들에 의해 지배돼왔다는 점도 중국 인터넷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알리바바나 텐센트와 같은 인터넷 거물들이 낮은 경쟁 속에서 보다 손쉽게 이들 사업에 녹아들 수 있었다.

NYT는 인터넷 산업의 성장과 함께 민영 부분의 영향력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의 지분과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규제 당국은 더욱 엄격하게 인터넷 검열을 하고 있다.

NYT는 이런 환경에서 중국 기술회사들이 번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중국인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은 당국이 인민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감시하는 훌륭한 플랫폼이 된다. 스타트업 센스타임의 안면인식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도 응용이 되지만 정부의 법 집행 기관에도 판매가 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위험은 정부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NYT는 꼬집었다. 중국 컨설팅 회사인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랜스 노블은 중국 정부의 지원은 "축복이 될수도,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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