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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포르노=불법? 男女 92%가 보는데...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이영민 기자, 최동수 기자, 이해진 기자, 최민지 기자 2018.11.20 06:30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 (종합)

편집자주 | IT 발달에 따라 포르노는 더욱 은밀히 광범위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기형적인 어둠의 산업도 몸집을 키운다. '웹하드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도 포르노로 돈을 번다. 이대로는 제2, 제3의 양진호는 계속 나온다. 포르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불법' 포르노에 합리적 규제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할 때다.




불법? 男女 92% "나는 포르노를 봤다“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①누구나 보지만 누구나 외면, '검은 산업' 괴물 키운다



최근 정부가 대대적인 불법 음란물 단속과 처벌에 나서자 볼멘소리도 나온다. 불법촬영(일명 몰카)과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처럼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상업적 포르노물까지 불법 음란물에 묶여 성인의 '볼 권리'가 원천 차단당하는 건 지나치다는 우려다.

포르노는 누구나 외면하지만 누구나 보는 묘한 존재다. 사회의 공분을 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구속) 사건은 이런 역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양 회장은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을 구축하며 음란물 불법 유통 산업을 장악해 부를 축적했다. 경찰 수사과정 확인된 음란물 수익만 최소 70억원이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란물을 소비한다는 얘기다.

음성적 시장이 만연하고 있지만 공론화를 꺼리는 사이 국내 포르노 산업은 괴물처럼 몸집을 키우고 있다. 포르노 문제를 더 이상 개개인의 체면 뒤로 숨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포르노=불법? 현실에선 男 응답자 100% '봤다'

현행법상 음란물은 개념이 명확지 않아 판례로 구분된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음란물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왜곡·훼손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을 말한다.

포르노는 대법원 판례에서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어두운 분위기 아래 생식기에 얽힌 사건들을 기계적으로 반복·구성하는 음란물의 일종'으로 규정돼 있다. 종합하면 포르노는 성기 노출과 노골적 성 묘사 등으로 국내에서 합법적 유통이 불가능한 영상을 의미한다. 단순 소지만으로는 처벌받지 않지만, 유포·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금기시하는 문화와 달리 머니투데이가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10~50대 260명(남성 154명, 여성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포르노가 일상 깊이 스며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239명(92%)이다. 남성 응답자는 전원이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상당수(163명, 68%)는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포르노를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시청 시기도 대부분 초등학생(79명)과 중학생(110명) 때로 조사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시민들 중 165명(63%)은 국내 포르노 규제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지나친 성인의 볼 권리 억압'(68명), '불법 촬영물의 범람'(85명), '해외 사이트 등으로 국부 유출'(12명) 등을 꼽았다. 포르노 합법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181명(70%)에 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유모씨(30)는 "차라리 합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나친 억압과 규제는 오히려 범죄와 같은 잘못된 방식의 욕망 분출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음란물 유포와 폭력 등 혐의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이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음란물 유포와 폭력 등 혐의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이 16일 오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외면 속 '검은 산업'만 성장…진지한 '포르노 논의' 필요

'양진호 사태'는 방치해 온 포르노 산업에서 터져 나올 수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여줬다. 우리 사회에서는 디지털 성폭력물은 물론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수입 포르노물조차 어떻게 관리할지 논의되지 않았다.

2015년 정보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정부는 웹하드 업체에 음란물 필터링 시스템 의무화를 주문했지만 하나마나 한 조치였다. 양진호 사태에서처럼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업체를 함께 운영하며 카르텔을 형성했고,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검은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매년 국내 포르노 시장에 흘러가는 돈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진지한 포르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촬영 같은 범죄와 구분 짓는 성인물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봉조 법무법인 호연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포르노라는 단어 자체가 '성과 관련된 모든 나쁜 것을 포함해서 말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며 "이제는 건전한 성과 잘못된 성을 공론화해 얘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야동(포르노)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사실상 웹하드 업체에서는 올리고 내려받는 사업들이 시작됐다"며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서 어떤 수준으로 제도권 내로 이를 끌어안을지 등에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1500억弗 산업 된 해외 AV…손 놓은 한국 '음지'만 커졌다.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②포르노 산업 날로 진화, 우리는 사회적 논의 없이 '쉬쉬’



최근 직장인 김모씨(32)는 포르노 영상 다운로드 횟수를 급격히 줄였다. 대신 최근 구입한 VR(가상현실) 기기로 일본 성인용 VR 영상을 본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내려받은 후 VR 기기를 쓰면 마치 배우가 앞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김씨는 "기대보다 실감 난다"며 "꾸준히 영상을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르노 산업이 IT(정보기술) 발달과 함께 일상에 더 밀접하게 파고들고 있다.

세계 최대 포르노 사이트 폰허브(Pornhub)가 올해 초 발표한 '2017년 연간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트 이용자의 76%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접속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8100만명이 폰허브를 방문한 것을 고려하면 하루 평균 6178만명이 모바일 기기로 포르노를 본 셈이다.

반면 일반 컴퓨터(PC) 접속은 24%에 그쳤다. 포르노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매체가 책에서 비디오, PC를 거쳐 스마트폰으로 옮겨갔다. 폰허브 검색어 순위에서도 포르노 산업의 변화는 감지된다. 지난해 상위 20개 검색어 중 'VR'은 전년대비 14계단 상승해 16위에 올랐다.

포르노 산업은 VR과 AR(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의 날개를 달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매체 NBC에 따르면 전 세계 포르노 산업 시장규모는 2014년 970억 달러를 돌파했고 조만간 1500억 달러(약 16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변화는 대표적 포르노 합법화 국가인 미국과 일본에서 빠르게 나타난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파이퍼 제프레이는 2020년 미국 VR 포르노 시장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2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도쿄의 성인용품 거리 아키하바라에서는 지난해부터 1인용 성인용 VR 부스가 등장했다. 이 부스에서는 1500엔(약1만5000원)을 내면 약 1시간 동안 성인물 배우의 VR 영상을 볼 수 있다. 가상현실 속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여성이 발을 안마하는 VR 마사지 가게도 등장했다.

7080세대의 성 문화 향유기를 담은 '내 안의 음란마귀'를 펴내 주목받았던 현태준 작가는 "(포르노는) 잡지에서 비디오로, 이후 비디오와 만화를 함께 보다가 인터넷이 생기면서 동영상 파일로 옮겨졌다"며 "앞으로는 가상현실의 포르노 등 4차산업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서울과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에 성인용 VR 룸이 생기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는 관련 인터넷카페가 등장하고 성인용 VR 영상을 공유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성인 콘텐츠 소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포르노 산업은 날로 진화해 덩치를 키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공적 규제나 사회적 합의를 논의할 장이 아직 없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포르노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등 포르노를 합법화한 국가가 포르노 규제 방안을 놓고 1960년대부터 논의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손 놓고 있는 사이 불법 유통으로 수많은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우선 포르노가 사실상 방치된 채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동안 누군가는 돈을 챙기고 있다. 위디스크와 파일누리 등 국내 1, 2위 웹하드업체를 운영하며 거액을 챙기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대표적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등 각종 불법 촬영물들도 일반 상업용 포르노물에 뒤섞여 기승을 부린다. 사람들은 해외에서 합법인 포르노물과 몰카(불법 촬영) 같은 불법 영상물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구분않고 볼 수 있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2997건이 접수됐던 불법촬영 범죄는 2017년 6632건으로 4년 만에 121% 증가했다.

사정이 이러니 포르노 논의를 공론화하자는 주장이 자연스레 나온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성인영화를 제작하는 공자관 감독은 "우리나라는 법률 조항이 자의적으로 해석 될 여지가 많아 음란물에 대한 규정을 전적으로 판사에 의존하고 있다"며 "법의 집행은 사회적 통념을 따라가야 하는데 현재 우리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포르노는 한 번도 합법인 적은 없었지만 한 번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며 진지한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언론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미국과 일본 포르노가 묘사하는 과장된 성애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현상마저 있다"며 "불법으로 간주 되는 포르노가 사회에 만연해도 공공영역에서 이를 다루기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포르노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끊임없이 논의해 오면서 법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포르노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우리도 성 의식 조사와 함께 포르노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으로 논의를 수면으로 끄집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이영민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직박구리 폴더'에 수천기가 포르노, 처벌은…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③기술발달에 처벌 사실상 불가능, 음지서 불법수익만↑

# 회사원 A씨(34)는 일본 AV(성인비디오) 등 포르노를 모으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영상은 수천 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외장 하드디스크에 연도·배우·장르별로 구분돼 있다. 주변에서는 A씨의 이런 모습을 알지 못한다.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A씨만의 사생활이다.

# 취업준비생 B씨(29)는 또래 남성들과는 다르게 포르노를 좀처럼 즐겨 보지 않는다. 수개월에 한 번씩 보는 수준이고 웹하드 등에서 포르노를 내려받아 보더라도 꼭 삭제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편이다. 한 번은 깜빡하고 포르노 영상을 지우지 않았는데 친구가 보고 싶다고 했다. B씨는 별생각 없이 해당 영상을 이메일로 친구에게 보내줬다.

대한민국에서 포르노는 음란물로 규정돼 법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불법이라고 해서 모두가 처벌 대상은 아니다. A씨와 B씨 가운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B씨다. 현행법은 음란물의 '소유'보다 '유통'에 처벌의 방점이 찍혀있다. 단순히 음란물을 소지한 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을 유통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확실한 수요가 있다 보니 공급자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웹하드 업체는 P2P(개인 대 개인 파일공유) 시스템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한다. 법적으로 모호한 음란물 개념도 확산에 한몫한다. 지금도 51개 웹하드 사업자가 만든 100여개 사이트에서는 언제든지 포르노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그동안 사법 당국은 불법 촬영물(몰카)과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아동 음란물 등을 제외한 일반적 포르노의 유통은 사실상 눈감아줬다. 주로 '큰 손' 헤비업로더만 단속 대상이 됐다. 2005년 1만4000여편의 해외 포르노를 웹하드 등에 올려 경찰에 붙잡힌 '김본좌' 김모씨(당시 30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2, 제3의 김본좌는 계속 등장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헤비업로더들은 1건당 200~500원 수준의 자료를 올리고, 수익을 웹하드 사이트와 7대 3 비율로 나눈다. 올리는 영상의 개수에 따라 많게는 수천만 원의 수익도 가능하니 공급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서울 종암경찰서에 적발된 헤비업로더 황모씨(23)는 9개월 간 총 23만4681건의 음란물을 올리고 5881만5000원을 챙겼다.

사회적 공분을 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도 국내 1·2위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서 포르노를 유통해 1000억원대 자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폭행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버젓이 활보하고 다녔다. 개인 간 파일을 주고받는 P2P 시스템의 특성과 필터링을 형식적으로라도 갖춘 점 등이 면죄부가 됐다.

웹하드만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지금도 구글에 들어가 '야동', '섹스' 등의 단어만 치면 순식간에 수백 개의 포르노 사이트가 눈앞에 펼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음란물의 유통을 처벌 대상으로 정해 단속하는 것은 행정력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며 "명백히 불법인 몰카 등을 중점적으로 단속해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달로 포르노 유통의 단속·처벌은 갈수록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 차단을 적용해 해외 150개 음란사이트 접속을 막았다고 발표했다. 10여 년 만에 URL(인터넷주소) 차단을 대체한 것이지만, DNS 차단 우회 방법은 이미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다.

김봉조 법무법인 호연 변호사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불법적이고 위험이 큰 사업에서 돈을 많이 벌 수밖에 없다"며 "포르노와 같이 수요가 넘쳐나는 특수성에 불법적으로 음지에서 유통과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수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인터넷은 너무나 넓은 공간이라서 포르노를 하나하나 찾아서 삭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며 "디지털 성 폭력물을 차단하고 삭제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해외 곳곳서 포르노 공론화…韓, 제자리걸음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④미국·일본·영국 등 포르노 공론화해 규제 기준 체계화

위디스크, 파일누리 등 국내 웹하드 사이트가 불법 포르노의 천국이 된 건 우리 사회가 포르노와 관련해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고 외면해 온 탓이 크다. 포르노를 공론화하지 못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선 사회적 논의를 거쳐 포르노 관련 규제를 체계화하고 있다.

현재 포르노를 합법화한 대표적인 국가들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독일, 영국, 호주, 일본 등이다. 물론 포르노를 합법화했다고 해서 모든 포르노를 법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폭력성, 아동 대상 유무 등 규제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했다.

전 세계 포르노 산업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포르노를 노출 수위에 따라 소트트코어(Softcore) 포르노와 하드코어(Hardcore) 포르노로 나눈다. 소프트코어 포르노는 성인의 나체나 성행위 장면을 단순히 보여주는 포르노다. 하드코어 포르노는 남녀의 성기나 음모가 그대로 보이거나 성행위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국에서는 하드코어 포르노라고 해도 표현물로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다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 동물과의 성교, 폭력적 성행위를 묘사한 극단적인 하드코어 포르노는 철저히 금지한다.

독일, 일본, 영국 등 포르노를 합법화한 국가들은 대부분 미국과 비슷한 규제를 둔다. 소프트코어 포르노와 일부 하드코어 포르노를 허용하고 아동 포르노, 폭력적 포르노, 동물과 성교하는 포르노 등은 금지한다. 폭력적 포르노는 강제적인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강간, 집단적인 성폭행, 성적인 고문, 채찍질 등 행위가 담긴 포르노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등 대부분 국가는 영화, 애니메이션, 책 등 모든 아동 포르노를 강력 규제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만화에서 아동의 등장을 허용한다. 콘텐츠 내에 가상의 아동이 등장해 성행위를 해도 허용하는 것이다.

포르노를 합법화한 국가들은 단순히 성기노출, 성기 삽입 여부만을 놓고 불법 여부를 따지지는 않는다. 콘텐츠 전체의 내용 등을 따진다. 불법 여부를 전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공론화해 사회적인 논의를 충분히 거치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 등 포르노를 합법화한 국가는 포르노 규제 방안을 놓고 1960년대부터 논의해 왔다. 미국은 1968년 '음란성과 포르노그래피에 관한 대통령 위원회'를 처음 만든 뒤 1985년 포르노 실태와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미즈위원회'를 설립했다.

영국은 1977년 음란물 규제와 실태 조사를 위해 '윌리엄즈 위원회'를 만들었다. 정부와 학계, 포르노 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성인 콘텐츠 실태조사와 포르노가 미치는 영향 등 광범위한 연구․조사를 벌였다.

'포르노그래피'의 저자 홍성철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포르노는 인터넷과 글로벌 경제를 두 날개로 생활 깊숙이 침투해 왔다"며 "포르노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지만 우리는 포르노를 어떻게 다룰지 논의하는 걸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포르노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끊임없이 논의해 오면서 법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포르노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우리도 한국인들의 성 의식 조사와 함께 포르노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으로 포르노 논의를 수면으로 끄집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메이드인 코리아' 포르노 합법화 논란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⑤찬성측 "차라리 양성화해야" vs 반대측 "부작용 양산“

기형적 국내 음란물 시장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포르노 합법화'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이슈다. 2016년 한 국회의원이 "성의 음성화가 문제"라며 찬성 입장을 내놨다가 사회 각계의 반발에 사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인의 '볼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합법화 찬성 측은 국내에서 포르노가 억제되는 현실을 국가가 간섭하는 지나친 '후견주의'로 본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국가가 마치 부모님같이 '너는 이런 것을 보면 안 돼'라고 정해주고 관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하는 것들은 1970년대와 다르지 않은 국가의 검열"이라고 말했다.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포르노를 문화이자 콘텐츠로 봐야 한다"며 "합법화는 개인의 선택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가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포르노 합법화가 불법 촬영물(일명 몰카)과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같은 디지털 성 폭력물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음지로 흘러가는 검은돈을 차단할 산업적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합법적 한국 배우의 포르노가 없는 상황에서 불법 제작된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가 이를 대체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차라리 포르노를 양성화시켜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은 헤비업로더가 음성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세금을 거의 안 낸다"고 말했다.

반면 포르노 합법화가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거세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도 성범죄 피해가 AV(성인 비디오) 계약에 의한 정당한 상황처럼 돼서 10대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빈곤 여성, 이주 여성과 같이 사회에서 취약한 사람들이 찍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도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남성들은 디지털 성 폭력물에는 상업적으로 제작된 포르노에 없는 사실성과 진정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며 "음성적으로 일본 AV 등을 볼 수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 성 폭력물을 소비하는 것처럼 합법화로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정서적으로 어려운 합법화 대신 현재 상황을 관리하자는 의견도 있다. 해외에서 제작된 포르노 유통을 허용하되 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이다.

이윤수 한국성과학연구소 소장은 "포르노를 해외 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불법이라고 모두 처벌을 할 수는 없다"며 "해외에서 제작된 음란물을 유통하고 법적 장치를 마련해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주체성이 자리 잡지 못한 미성년자들을 보호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이해진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빨간비디오'부터 스트리밍까지…포르노의 변신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⑥기술 발전따라 존재형태 계속 진화

"처음에는 '플레이보이' 같은 잡지를 보다가 빨간 비디오를 봤는데 신세계였다. 이제는 스트리밍으로 가끔 보는 정도다."

평범한 40대 회사원 장모씨(49)의 솔직한 고백처럼 포르노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국내에서 포르노 등 음란물은 불법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그 형태를 다양하게 바꿔왔다. 시선을 세계로 돌리면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4차산업 분야에서도 성장성을 인정받는 분야가 포르노다.

중장년층이 기억하는 대표적인 포르노는 '빨간 비디오'다. 빨간 비디오는 1980년대 가정용 비디오(VHS)를 청소년용은 '녹색', 성인용은 '적색'의 표지 색깔로 구분한 것에서 유래했다. 암암리에 유통되던 해외 포르노도 빨간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애마부인'(1982)과 '빨간앵두'(1982) 등 애로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비디오대여점에서 포르노를 빌렸다.

급격히 성장한 비디오 인프라가 각 가정마다 포르노를 보급한 셈이다. 1989년 서울 YMCA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국 775개 비디오대여점 경영자 가운데 '불법·음란비디오를 대여해줬다'고 대답한 비율은 약 65%에 달했다.

7080세대의 성문화를 담은 '내 안의 음란마귀'(공저)를 펴낸 김봉석 문화평론가는 "당시 청계천 일대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많이 구했고, 심야에는 다방이나 만화방에서 포르노를 틀어주기도 했다"며 "다방 커피 가격이 300원일 때 비디오 한편 가격이 500~600원 정도로 오늘날로 치면 1만원 정도였다"고 말했다.

초고속인터넷 통신망 ADSL(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이 깔리기 시작한 1999년부터 포르노는 인터넷으로 옮겨간다. 인터넷 사용실태 조사사이트 '알렉사'에 따르면 2000년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접속하는 미국 인터넷 사이트 상위 10개 중 6개가 포르노 사이트였다.

인터넷의 보급은 포르노를 온전히 개인의 영역으로 바꿔놨다. 포르노를 타인과 직접 대면해 구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사라지고 은밀함만 남았다. 개인 대 개인이 파일을 공유할 수 있는 P2P·웹하드가 확산하며 단 한 번의 클릭으로 포르노를 안방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본 포르노 AV(Adult Video, 성인 비디오)가 대거 유입된 것도 이 시기다. 인종적 동질감을 무기로 일본 AV는 비디오 시대의 서양 포르노를 빠르게 대체했다. 일본 15개 AV 제작사가 2015년 국내 웹하드 업체 4곳의 5000건에 달하는 동영상의 불법복제를 막아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정도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작한 영상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례도 꾸준히 나왔다. 2003년에는 해외에 방송국을 차려 성행위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PJ(포르노 방송 진행자) 등 62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일반인이 직접 찍은 성행위 사진·영상 등을 공유하던 사이트 소라넷도 사회적 충격을 줬다. 2003년부터 운영진이 경찰에 붙잡힌 2016년까지 가입 회원이 100만명에 달했다.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수시로 변경한 주소를 트위터로 공지한 탓에 한국의 트위터 보급에 소라넷이 영향을 줬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벗방'으로 불리는 개인방송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줄타기한다. 팝콘티비, 캔티비 등 인터넷 방송국에서 BJ(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은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기 위해 노출을 하거나 성행위를 묘사한다. 일부 BJ는 더 큰돈을 받기 위해 성기까지 노출했다가 처벌을 받기도 했다.

'포르노그래피'의 저자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포르노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늘 존재해왔다"며 "첨단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고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 충족시키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포르노는 항상 법의 테두리 밖에 있던 만큼 많은 부작용도 낳았다. 최근 양진호 사태에서 보듯이 디지털 성폭력물 유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 AV 보다 리벤지 포르노로 발생하는 수익이 최대 15배까지 높다는 웹하드 업계 내부의 목소리도 있다.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여성을 위한 포르노는 없다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⑦포르노 본 여성들 "남성중심 내용, 수용 힘들어“

여성도 '야동'(야한 동영상)을 본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을 적극적 성적 욕망의 주체로 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선 말이다.

머니투데가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10~50대 260명(남성 154명, 여성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여성 중 85명(80.1%)이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인프라가 풍성해지며 남녀 구분 없이 음란물에 접근성이 높아진 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현존하는 포르노의 내용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 설정에 머물러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르노를 종종 본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 A씨는 "야동에서는 여성이 싫다고 표현해도 남성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강압적 성관계, 남성만 수분씩 구강성교를 받는 장면 등이 당연하다는 듯 나온다"며 "실제 남성들이 현실에서 여성에게 야동과 똑같이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몰입이 안 됐다"고 말했다.

성적 욕구가 있는 여성을 극단적·단편적으로 묘사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야동을 본 30대 여성 B씨는 "야동에서 나오는 남성 캐릭터는 굉장히 평범하게 그려지는 반면 여성은 창녀 혹은 성녀로만 그려진다"며 "여성도 남성처럼 욕구를 가진 평범한 인간이라는 인식을 잊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란물의 내용이 문제일 뿐 그렇다고 음란물을 불법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B씨는 "음란물의 설정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리고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성문화 교육이 충분히 전제된다면 야동이 합법화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역시 "남녀가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다가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는 현실 연애와 비슷한 여성적 성향의 야동을 찾아보는 친구도 있었다"며 "불법행위를 과하게 부추기는 내용만 아니라면 합법화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남성 중심적 포르노를 보며 여성들은 상당 부분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포르노를 보면 여성의 서사가 없다"며 "단적인 예로 대부분의 포르노는 남성의 사정과 동시에 끝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포르노를 보면 여성은 동영상 속 여성과 자신을 철저히 다르다고 분리 시키거나 성적 착취에 분노하는 등의 극과 극 반응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여권이 신장 되고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여성 중심의 포르노 산업은 발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페미니스트 그룹들이 '포르나'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위한 포르노그래피 운동을 했다가 완전히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현존하는 포르노들은 여성 성기를 해부학적으로 확대하고 가학하는 내용인데 이와 달리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면서 남성이 여성을 애무하는데 열심인 포르노에 '수위가 낮은 에로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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