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직박구리 폴더'에 수천기가 포르노, 처벌은…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2018.11.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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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③기술발달에 처벌 사실상 불가능, 음지서 불법수익만↑

편집자주 IT 발달에 따라 포르노는 더욱 은밀히 광범위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기형적인 어둠의 산업도 몸집을 키운다. '웹하드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도 포르노로 돈을 번다. 이대로는 제2, 제3의 양진호는 계속 나온다. 포르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불법' 포르노에 합리적 규제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할 때다. 

[MT리포트]'직박구리 폴더'에 수천기가 포르노, 처벌은…


# 회사원 A씨(34)는 일본 AV(성인비디오) 등 포르노를 모으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영상은 수천 기가바이트(GB)에 달한다. 외장 하드디스크에 연도·배우·장르별로 구분돼 있다. 주변에서는 A씨의 이런 모습을 알지 못한다.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A씨만의 사생활이다.

# 취업준비생 B씨(29)는 또래 남성들과는 다르게 포르노를 좀처럼 즐겨 보지 않는다. 수개월에 한 번씩 보는 수준이고 웹하드 등에서 포르노를 내려받아 보더라도 꼭 삭제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편이다. 한 번은 깜빡하고 포르노 영상을 지우지 않았는데 친구가 보고 싶다고 했다. B씨는 별생각 없이 해당 영상을 이메일로 친구에게 보내줬다.



대한민국에서 포르노는 음란물로 규정돼 법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불법이라고 해서 모두가 처벌 대상은 아니다. A씨와 B씨 가운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B씨다. 현행법은 음란물의 '소유'보다 '유통'에 처벌의 방점이 찍혀있다. 단순히 음란물을 소지한 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영상을 유통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확실한 수요가 있다 보니 공급자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웹하드 업체는 P2P(개인 대 개인 파일공유) 시스템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한다. 법적으로 모호한 음란물 개념도 확산에 한몫한다. 지금도 51개 웹하드 사업자가 만든 100여개 사이트에서는 언제든지 포르노를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그동안 사법 당국은 불법 촬영물(몰카)과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아동 음란물 등을 제외한 일반적 포르노의 유통은 사실상 눈감아줬다. 주로 '큰 손' 헤비업로더만 단속 대상이 됐다. 2005년 1만4000여편의 해외 포르노를 웹하드 등에 올려 경찰에 붙잡힌 '김본좌' 김모씨(당시 30세)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제2, 제3의 김본좌는 계속 등장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헤비업로더들은 1건당 200~500원 수준의 자료를 올리고, 수익을 웹하드 사이트와 7대 3 비율로 나눈다. 올리는 영상의 개수에 따라 많게는 수천만 원의 수익도 가능하니 공급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서울 종암경찰서에 적발된 헤비업로더 황모씨(23)는 9개월 간 총 23만4681건의 음란물을 올리고 5881만5000원을 챙겼다.


사회적 공분을 산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54)도 국내 1·2위 웹하드 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서 포르노를 유통해 1000억원대 자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폭행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버젓이 활보하고 다녔다. 개인 간 파일을 주고받는 P2P 시스템의 특성과 필터링을 형식적으로라도 갖춘 점 등이 면죄부가 됐다.

웹하드만 문제가 아니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 쉽게 접속할 수 있다. 지금도 구글에 들어가 '야동', '섹스' 등의 단어만 치면 순식간에 수백 개의 포르노 사이트가 눈앞에 펼쳐진다.

경찰 관계자는 "모든 음란물의 유통을 처벌 대상으로 정해 단속하는 것은 행정력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다"며 "명백히 불법인 몰카 등을 중점적으로 단속해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달로 포르노 유통의 단속·처벌은 갈수록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 차단을 적용해 해외 150개 음란사이트 접속을 막았다고 발표했다. 10여 년 만에 URL(인터넷주소) 차단을 대체한 것이지만, DNS 차단 우회 방법은 이미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다.

김봉조 법무법인 호연 변호사는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불법적이고 위험이 큰 사업에서 돈을 많이 벌 수밖에 없다"며 "포르노와 같이 수요가 넘쳐나는 특수성에 불법적으로 음지에서 유통과 사업이 이루어진다면 수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인터넷은 너무나 넓은 공간이라서 포르노를 하나하나 찾아서 삭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며 "디지털 성 폭력물을 차단하고 삭제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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