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재단 소유 건물 임차인들 발동동…"보증금 어떡해요"

뉴스1 제공 2018.11.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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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의혹' 건물관리업체 대표, 130억원 보증금 날려 경찰 입건
임차인 "실질적 대리계약…휘문의숙이 반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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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W타워 관리업체인 신모 휘문아파트관리㈜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건물 내 엘리베이터에 붙인 사과문. © News1대치W타워 관리업체인 신모 휘문아파트관리㈜ 대표이사가 지난 15일 건물 내 엘리베이터에 붙인 사과문. © News1


"보증금을 안 빼주면 어떡합니까. 우리 (계약 종료로)나가야 하는데요"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더블유(W)타워 1층에 모인 세입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채 발을 굴렀다. 혹여 자신의 임대 보증금을 떼일까봐 다들 걱정어린 모습이었다.



이들은 W타워에서 장사를 하거나 거주를 하는 세입자들이다. 지하와 1층에는 상가가 있고 위로는 오피스텔 형식의 건물이다. 총 7층·149세대 규모로, 입주민들에 따르면 이중 전세세입자는 50가구 정도다. 이 건물의 소유자는 학교법인 휘문의숙으로, 휘문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이 건물의 관리업체인 휘문아파트관리㈜ 대표이사인 신모씨가 세입자들의 보증금 약 130억원을 탕진하면서부터다. 지난 15일 신씨는 "휘문의숙에게 W타워의 관리업무를 인수인계하고 관리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임차인 여러분의 보증금을 다른 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봐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공지했다.



신씨는 정작 주택관리임대업 등록도 안 했다는 것이 최근 밝혀져 휘문의숙과의 특혜의혹이 일었던 인물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3월 이같은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당시 휘문의숙 이사장인 민모씨를 고발했다. 민 이사장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교육청은 "휘문의숙이 학교 주자창으로 사용하던 부지에 W타워를 건축하고 도시형생활주택 149호, 상가 24호에 대한 임대료를 수익하고 있었다"며 "주택관리임대업(자기관리형)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에게 보증금 20억원, 연 임대료 21억원에 전대권한까지 포함, 장기 임대해 특정인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씨 역시 현재 횡령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서울동작경찰서 관계자는 "휘문의숙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중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에 나섰다"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 추가수사를 진행한 후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오전 대치W타워 입주민들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 News116일 오전 대치W타워 입주민들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는 모습. © News1
임차인들은 패닉상태다. 이날 오전에도 수십명의 거주자들이 휘문의숙 관계자를 만나 보증금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지만 휘문의숙 측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세입자들은 "우리는 '휘문' 임차인이므로 보증금이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고, 실제로 부동산중개업자들도 그런 말을 했다"며 "전 휘문의숙 이사장이 신씨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보증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불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이 사단이 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휘문의숙 측은 입주자들이 임차인(휘문아파트관리)에게 다시 전차를 받은 전차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보증금을 휘문의숙이 반환해야하는 법적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휘문의숙은 관리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되는대로 W타워를 직접 관리하면서 사태 수습에 나설 계획이다. 휘문의숙 관계자는 "직접관리를 맡아 사무실을 W타워 안에 차리고 세입자들과 함께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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