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싱가포르 선텍 회의장 양자회담장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2018.11.15. [email protected]
북측과 2차 정상회담의 목표가 '핵 리스트' 제출이 아니라 '비핵화 시간표'에 맞춰져 있음을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에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라고 시간표를 제시했었는데, 이를 보다 구체화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북미 간 원하는 바는 명쾌해졌지만, 간극은 여전하다. 지난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측은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경우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 및 폐기에 응하겠다고 했던 바 있다. 이에 맞는 '당근'도 안 나온 시점에서 미국이 다음 단계인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는 것은 협상의 기본인 '기브 앤드 테이크'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CVID(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됐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됐든, 북측이 비핵화를 할 의지를 아직 분명하게 확인해주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있다. "과거의 실수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행정부인 만큼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북측과 협상을 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간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었다. 북미 간 협상 테이블에 공백이 생기자, 이제 신경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첨단전술무기'를 현지 지도하며 군사적인 메시지를 내기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도 "서두를 거 없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펜스 부통령이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 대화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 9월 북미 간에 대화가 단절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가 돼서 역할을 해 달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요청이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북미 간 협상이 난기류를 만날 때마다 중재자로 구원등판했었다. 지난 5월에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의 무산 위기를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극복했다. 지난 9월에는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고 다시 남북미 협상 테이블을 복원하는 것에 성공했었다.
일단 문 대통령이 쥐고 있는 가장 큰 카드는 '연내에 서울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한다'고 했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약속이다. 북미 간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촉진'을 달성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방남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 청와대는 여전히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을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볼 때, 북미 고위급 회담이 선행돼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을 어느 정도 확보해야 서울행에 응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중재안에 대한 힌트도 그동안 꾸준히 공개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 순방 당시 "비핵화 프로세스와 그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 등의 타임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의 형식은 상당이 오픈돼 있다"며 정상급이 아닌 실무급 종전선언의 가능성도 거론했다.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남북정상회담 둘째날인 9월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에 중계되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