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주주행동주의 바람…코스피 재평가 '기대감'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11.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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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전략]한진칼, 사모펀드 9% 지분 신고에 14.75% 급등

사모펀드의 한진칼 대량 지분 신고로 증시에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사모펀드(PEF) 10%'룰 규제 완화와 스튜어드십코드(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코스피 재평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거세지는 주주행동주의 바람…코스피 재평가 '기대감'


16일 코스피 시장에서 한진칼 (59,500원 ▲100 +0.17%)은 전일대비 3650원(14.8%) 오른 2만8400원에 마감했다. 자회사인 대한항공 (21,700원 0.00%)도 2.6% 상승 마감했다.

전일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 9%를 신규 취득 공시했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투자목적회사다. 시장에서는 사모펀드의 대규모 지분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이 예상된다며 PEF가 한진칼의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권 장악 시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사모펀드 경영권 참여 확대된다=9월 말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의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을 구분하는 10% 지분보유 규제 등을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10% 이상 지분투자(10%룰),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불가 등의 규제가 적용되고 전문투자형은 10% 이상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가 있었다.

금융위는 이런 규제를 모두 없애 국내 사모펀드에 글로벌 사모펀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규제 철폐로 국내 사모펀드는 해외 사모펀드처럼 소수의 지분만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배당 확대 요구 등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개편방안과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로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부 팀장은 "그간 국내 PEF는 10% 지분 규정으로 대기업에 대한 경영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규제 완화로 PEF가 적극적으로 기업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규제 완화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국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활성화되며 기업에 대한 경영참여가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초저평가' 지주사 재평가 시작되나=그레이스홀딩스는 상장사 중에서 오너 일가의 도덕성 논란이 일었던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매입했다. 특히 그룹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지주사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지주사 재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의 일부 재벌은 총수 일가의 이익을 기타 주주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이는 지배구조의 취약한 부분"이라며 "이러한 기업 지배구조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 바로 주주행동주의 펀드"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주회사는 소유 구조에서 여러 사업자회사나 관계사의 지분을 보유해 투자 및 배당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지주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자회사보다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큰 것이다.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질수록 만년 저평가된 지주사 주식의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산업재 팀장은 "한진그룹이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은 소액주주들이 그레이스홀딩스에 의결권을 위임할 가능성이 있다"며 "PEF가 경영권 장악에 성공할 경우 경영합리화 통한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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