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로그램(kg)' 정의 130년만에 바뀐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8.11.1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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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CGPM 오늘 개최…암페어(A)·켈빈(K)·몰(㏖)도 재정의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이 약 130년 만에 새로 정의된다. 또 전류의 기본단위인 ‘암페어(A)’, 온도의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도 함께 재정의된다. 초(s)와 미터(m), 칸델라(㏅) 등을 포함한 7개 기본 단위 중 4개 정의가 한번에 바뀌는 것은 단위 역사상 처음이다.

국제 도량학계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 측정 표준 분야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금속 블록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로 질량의 국제 표준을 정하던 것을 물질 상수 '플랑크상수(h)'에 의한 정의로 바꾸는 안을 의결한다.



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된 높이, 지름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원기. 파리 외곽 금고에 보관돼 있다/사진=국제도량형국(BIPM)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된 높이, 지름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원기. 파리 외곽 금고에 보관돼 있다/사진=국제도량형국(BIPM)


현재의 1kg은 '르그랑K'(Le Grand K)로 이름 붙여진 물체(원기)의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국제 도량학계는 1889년 백금 90%, 이리듐 10%로 구성된 높이, 지름 각각 39mm인 원기둥 모양의 원기를 1kg의 국제 기준으로 정한 뒤 유리관에 담아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해 왔다.

그러나 르그랑K가 130년이 다 되어 가면서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최대 100㎍(마이크로그램ㆍ100만분의 1g) 가벼워졌다. 원기 표면이 산화되는 등 문제가 생긴 것. 이에 도량학계는 변하지 않는 ‘상수’로 질량을 새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원기에 오차가 생기면 미세한 질량 차이로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의약품 등 산업 분야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영국 런던 국립물리학연구소(NPL) 측은 “르그랑K를 기준으로 설탕 봉지의 무게를 재는 것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의약품 무게 측정 등 한층 정교한 과학 분야에서는 점차 용인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량학계는 변하는 물질 대신에 변하지 않는 수인 '상수'를 이용키로 하고 물리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 상수(h)'로 질량을 정의하는 안을 내놨다. 플랑크 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이자 전류 및 전압의 강도를 토대로 중량을 재는 특수저울 '키빌 저울'로 측정할 수 있는 불변의 자연 상수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kg뿐 아니라 암페어(A), 켈빈(K), 몰(㏖) 단위도 상수인 아보가드로 상수, 기본 전하, 볼츠만 상수를 이용해 다시 정의한다.


이중 암페어(A)의 경우 정의 자체가 모호한 경우다. 1948년 열린 제9차 CGPM 총회에서 1A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두 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m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m당 1000만분의 2뉴턴(N)의 힘이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이란 표현은 매우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해 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 이호성 박사는 “7개의 주요 국제단위계 중 이미 변하지 않는 값을 중심으로 재정의한 길이(m), 시간(s), 광도(cd)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단위가 한번에 바뀌는 것은 1960년 국제단위계가 제정된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변화된 단위 기준은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독성 조절 등 초정밀 측정기술을 필요로 제약 등의 분야에선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 기준이 통과되면 세계측정의날(WMD)'인 내년 5월 20일부터 전 세계 산업계와 학계가 전면적으로 새롭게 정의된 단위를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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