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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폰팔이는 망하지 않는다? …위기의 휴대폰 유통업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임지수 기자, 김세관 기자 2018.11.16 06:30

[위기의 휴대폰 유통업](종합)

편집자주 | ‘폰팔이’. 이동통신 대리점, 판매점 종사자들을 일컫는 비속어다. 과거 통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눈 먼 리베이트(판매 수수료)가 넘쳐났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호갱님’들을 양산했다. 휴대전화 매장 종사자들이 사회적 비아냥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4년 전 전국 단말기 보조금을 법적 공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사회적 편견은 가시지 않았다. 급기야 유통업계 일대 구조조정을 겨냥한 법안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통상인들은 “모든 책임을 유통업계로 몰아간다”며 억울해 한다. 한때 ‘알짜 자영업’에서 법적 구조조정 위기로 몰린 휴대폰 유통업 실태를 들여다봤다.




"단통법이 휩쓸고 가더니, 이번엔 완자제요?"





[위기의 휴대폰 유통업]①"대형 판매점·편법 보조금 치여 안그래도 설 곳 좁아지는데..."



서울 성북구의 휴대폰 판매 대리점/사진=뉴스1서울 성북구의 휴대폰 판매 대리점/사진=뉴스1
#1.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삐삐 팔고 다녔죠.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우면서 한 시대를 살았는데...” 강원도 춘천에서 SK텔레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53)는 23살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에서 호출기(삐삐)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는 일찍이 창업해 핸드폰 대리점 ‘사장님’이 됐다. 지금은 점장 1명, 직원 1명과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다.

정씨는 30년 가까이 이동통신 유통업종에서 일하면서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살았다. 정씨는 "I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휴대폰 유통 시장이 십 수년 활황세였다"며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되는데 우리가 일조했다는 자부심도 있다"고 회상했다.

한때는 넘쳐나는 판매 수수료(리베이트)로 장사가 잘됐다. '치킨집은 망해도 핸드폰 유통점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나돌았다. 상황이 급변한 건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다. 본사로부터 받던 리베이트가 많이 줄었다. 또 할인액이 평준화되다 보니 가게 재량권도 많이 사라졌다.

동네 판매점 대신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으로 발길을 돌린 손님들도 부지기수다.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불법 영업하는 판매상들 탓에 울상을 짓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녔다. 정씨는 "한 때는 춘천 시내에서 매장에서 한달에 100대 가량이 팔렸는데 요즘은 60대 팔면 대박"이라고 했다.

그는 "휴대폰 매장은 절대 망할리 없다는 속설은 이제 옛말"이라며 "단통법 때만해도 매장 문을 닫고 독서실, 치킨집, 분식집으로 업종 전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또 "그런데도 뉴스에서 우리(휴대폰 유통업계 종사자)를 보고 ‘나쁜 일자리’라고 지적하는 소릴 들으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2. 서울 흑석동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3). 김씨는 6년 전 LG유플러스 영업직을 그만두고 판매점을 차렸다. 헌데 요즘들어 매출이 도통 시원찮다. 가뜩이나 대형 유통점이나 편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온라인 판매상들 때문에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에 완전자급제 도입 소식에 어깨가 주저 앉는다.

김씨는 "통신비를 인하하려는 정책 취지와 여전히 이동통신 유통점이 많다는 사실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유통점들이 팔던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한다고 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겠냐"고 지적했다. 오히려 새로운 유통체계를 만들고 광고를 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유통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회는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단말기와 이동통신별로 가격 경쟁이 촉발되면 가계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반대로 정부는 법제화보단 자급제폰 활성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대체로 SK텔레콤을 비롯해 이동통신 업계는 법제화를, 단말기 제조사들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는 불안해 한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판매가 이원화돼 기존의 유통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이동통신 3사 대리점과 판매점은 약 2만여개 정도다. 유통업계 종사자는 약 6만~7만명으로 추정된다. 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생업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휴대폰 판매점 밀집 상가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씨(여·28)는 “식사시간에 완전자급제 관련 대화를 자주 나누는데, 이 곳(대형 판매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100명이 넘는데 하루아침에 나앉을 수 있다”며 “높아진 가계통신비에 대한 책임을 유통점들에게 몰아 세우는 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주현 기자





국회는 가속-정부는 감속…'완전 자급제' 어디로





[위기의 휴대폰 유통업]②자급제 ‘법제화’냐 ‘자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더 이상 시장 자율에 맡길 순 없다. 완전한 시장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것” VS “단말기와 서비스를 따로 판다고 가계통신비가 내려간다는 건 억측에 불과하다.”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완자제)를 두고 정치권, 국회, 업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큰 틀에선 가계통신비가 내려가려면 자급제폰(공기계) 유통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조사끼리 혹은 유통점끼리 자급제폰 시장 경쟁이 살아나야, 단말기 출고가도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다.

문제는 그 방법론이다.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기존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도록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반면 정부는 법제화 자급제 단말기 유통을 활성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사업자들은 각 사 입장에 따라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중간에 낀 유통상인들만 불안한 시선으로 자급제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단말·서비스 판매 완전 분리”…완자제 2.0 법안 발의=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휴대폰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고 묶음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완전자급제 2.0’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완자제 도입을 전제로 발의된 4번째 법안이다. 그만큼 법제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완자제 필요성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과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단말기를 따로 팔아야 이동통신 요금과 상관없이 단말기 제조사간 가격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한동안 잠잠했던 완자제 논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화두로 대두되면서다. 이번엔 야당이 완자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완자제 2.0이 기존 발의법안들과 다른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장소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묶음판매를 금지한다는 점이다. 또 이동통신사가 이용자 모집업무를 재위탁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더 강력한 시장 분리 법안이다.

김 의원은 “현행 유통구조는 2G 시대부터 고착돼 왔기 때문에 어중간한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제도화를 통해 불투명한 유통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자급제 단말기, 내년까지 두배 이상 확대”=정부는 완자제의 법제화 보다는 자급제 단말기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자율을 유도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소비자 선택권 관점의 완전자급제 추진방향’ 문서를 보면 정부가 법제화에 부정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해외 등 아직 검증된 선례가 없고 소비자 후생과 유통망 일자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가령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서비스 가입 업무만 맡게 된다면, 단말기 구매 따로 서비스 가입 따로 해야 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약정할인의 법적 명분 역시 사라질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 유통업에 종사하는 6만명의 상인들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완전자급제 취지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고 일자리 충격도 최소화하는 완전자급제 모델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 대안으로 현재의 25%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고, 이동통신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단말을 자급제 시장에서 공급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 출시되는 단말기부터 자급제 라인업을 확대해 내년 말까지 자급제 단말기 규모를 현재보다 두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뭐가 유리하지” 업계 미묘한 ‘시각차’ =완자제를 바라보는 이동통신사, 제조사별로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국정감사장에 공개 찬성 의지를 밝힐 정도로 완자제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완자제 도입 필요성에 동조하면서도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자제 도입 방향이) 결정되면 따르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후발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유통 마케팅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고,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별도 단말기 유통체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임지수 기자





'폰팔이'와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의 변화





[위기의 휴대폰 유통업]③기형적 유통구조 개선하려 등판한 단통법 한계…'완자제' 추진으로 번져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단말기 구입과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받는 휴대전화 유통 시장 구조는 사실 30여년 전 이동통신 초창기 때부터 이어져왔다. 안정적인 단말기 공급이 필요했던 이통사와 별도 유통망 구축이 부담스러운 제조사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SK텔레콤(011)과 신세기이동통신(017)에 이어 016 KTF(현 KT), 018 한솔PCS, 019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등 개인휴대통신(PCS)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휴대폰 유통 시장도 급성장했다. 동네 휴대폰 매장도 우후죽순 생겼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들은 가입자들에게 보조금을, 유통점(판매점·대리점)에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는 등 거액의 마케팅 재원을 투입했다. 당시만 해도 보조금과 장려금을 관리하는 규정은 없었다. 같은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하는 데도 유통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차이가 발생했다.

시장 과열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00년 6월 이용약관을 통해 보조금 금지를 유도했고, 2003년에는 아예 보조금을 3년간 지급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단말기당 최대 27만원을 넘는 보조금 지급이 금지됐다. 그러나 한 번 고착된 보조금 경쟁을 진화하기는 역부족했다.

2011년 LTE(롱텀에볼루션) 및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이통사의 보조금·장려금 경쟁은 극에 달했다. 이통사들은 유통사가 가입자를 1명 유치하면 50만원이 넘는 장려금을 지급했다. 유통점 사이에서 ‘월급폰’, ‘회식폰’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였다. 유통점의 불법·편법 호객행위도 절정에 달했다. 유통점 종사자들을 ‘폰팔이’라고 비하하는 말이 퍼져나간 시기도 이때다. 유통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은 고가 단말기를 거의 공짜로 구입했지만 그렇지 못하면 ‘호갱’이 됐다.

이같은 문제가 적체되면서 등장한 것이 단통법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10월 극적으로 시행됐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요금제, 같은 단말기면 동일한 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극약처방이다. 이용자 차별 금지 측면에선 효과가 있었지만 시장 자율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정작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에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완전자급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통사 대리점에선 통신 서비스만,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가 맡도록 하는 제도다. 단말기 유통 시장 틀을 아예 뜯어 고쳐버리는 내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자제는 기존 휴대전화 유통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혁명적 법안이 될 것”이라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철저히 사전 검토한 뒤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세관 기자





휴대폰 유통업계 양날의 칼 '폰파라치'





[위기의 휴대폰 유통업]④단통법 때 '기승' 폰파라치, 완자제 도입되면

폰파라치(단말기 보조금 관련 불법행위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는 사람)는 휴대폰 유통업계에는 ‘양날의 칼’이다. 파파라치 제도는 불법 보조금 지급 행위를 자율 규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포상금을 노린 허위 신고나 일부러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함정 신고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유통 상인들 입장에서 폰파라치는 경쟁 상인들의 불공정 판매를 감시하는 ‘시장 조정자’이자 ‘기피 대상 1호’이기도 하다. 보조금을 더 달라고 떼 쓰고 이를 빌미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상인들 사이에서는 포상금을 노리고 업종 종사자들을 팔아 넘긴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깔려 있다.

15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따르면, 2013년 1월 제도 시행 이후 약 6년 동안 폰파라치에게 지급된 포상금은 총 288억8522만원으로 집계됐다. 제도 시행 이후 총 3만4859건 중 2만6076건에 포상금이 지급됐다. 포상금 규모가 크다 보니 단통법 도입 당시에는 전문학원까지 생겨나 폰파라치가 성업을 이뤘다. 포상금 규모는 도입 초기에는 최대 100만원을 지원했지만 이후 1000만원까지 확대됐다가 지난해 다시 300만원으로 조정됐다.

파파라치나 정부 단속반 활동이 강화됐다고 해서 불법 보조금이 자취를 감춘 건 아니다. 암암리에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부 휴대폰 판매점의 단통법 위반 행위도 여전하다. 지난 10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을 위반한 혐의로 56개 유통점에 각각 70만~1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들은 지원금을 과다하게 지급하거나 특정 요금제 사용의무를 부과, 사전승낙서 미게시 등 단통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아예 매장 자체를 두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소호형 유통상도 크게 늘고 있다”며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부 판매점 때문에 전체 휴대폰 유통업자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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