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개최해 보통주 1주당 2600원, 우선주 1주당 2650원의 중간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8275억1391만원이다. 씨티은행은 미국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오버씨즈인베스트먼트코퍼레이션(COIC)이 지분 99.98%를 보유했다. 배당 전액이 미국 씨티그룹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씨티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 9월말 현재 20.1%로 국내 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반면 올해 ROE는 3.1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다른 은행 대비 건전성 지표는 월등한 반면 수익성 지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BIS 총자본비율은 15.21%, 평균 ROE는 6.0%였다.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양호한 주요 은행그룹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극명히 드러난다. KB·신한·하나금융,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지난 9월말 현재 15% 안팎, ROE는 10~12% 수준이다.
이로 인해 한국씨티은행을 바라보는 미국 본사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국 기업회계기준(US GAAP, 4분기 추정치 포함)으로 아시아 주요국 씨티은행의 올해 ROE를 추정한 결과 싱가포르는 21.8%, 홍콩은 19.8%, 인도는 14.5%로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평균이 16.1%인 반면 한국은 3.5%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그룹이 분류하는 아시아·태평양 지표에서도 한국은 별도로 다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그만큼 한국의 낮은 수익성 지표에 대해 글로벌 본사의 문제의식이 심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이 늘면 분모인 자기자본이 줄어 ROE가 높아진다”며 “국내 은행권의 업황을 고려할 때 분자인 이익을 획기적으로 늘릴 뾰족한 방법을 찾기는 어려운 만큼 씨티은행으로선 ROE 제고를 위해 배당 확대 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고액배당에 대한 시선이 따갑지만 씨티은행 본사로서는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9월 씨티은행의 BIS 비율은 10.8%까지 떨어졌다. 이때 씨티은행은 8억달러(1조300억원, 당시 환율 기준)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이 결과 씨티은행의 BIS 비율이 월등한 수준을 유지해온 만큼 고액배당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중간배당 후에도 씨티은행의 BIS 비율은 17.7% 이상으로 국내 은행 평균을 웃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물론 전문가들도 은행들에 ‘국내에서 손쉬운 이자놀이를 하는 대신 해외 수익을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에 매번 고액배당을 비판하는 것은 해외투자자들 입장에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