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 받고 업체 선정, 동대문 재건축 조합장 구속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18.11.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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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검, 7명 구속기소·18명 불구속기소…브로커가 전체 금액 67% 빼돌리기도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용역계약을 빌미로 금품을 받아 챙긴 서울 동대문구 재건축 조합의 임원과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박현철)는 올해 8월부터 서울 동대문구 소재 2개 구역의 재건축·재개발 비리를 수사해 A재건축 조합장 유모씨(70)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B재개발 추진위원장 황모씨(73) 등 18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1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를 비롯한 A재건축 조합 임원 9명은 2015년 3월 계약금액 8억600만원에 달하는 이주관리·범죄예방업체 선정 당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른 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특정 업체가 최저가로 낙찰받게 방조한 혐의(입찰방해·입찰방해방조)다.



이들은 해당 업체가 계약을 따낸 이후 그 대가로 브로커 김모씨(47)에게 2015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5회에 걸쳐 8500만원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 함께 받는다.

브로커 김씨는 같은 기간 이주관리·범죄예방업체 선정의 대가로 해당 업체로부터 계약금액의 67%인 5억3383만원을 받고 이 가운데 8500만원을 유씨 등 조합 관계자에게 뇌물로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할 당시 정당한 거래인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세금 공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계약금의 67% 등을 챙긴 탓에 실제 이주관리·범죄예방업체 선정 계약에 쓰인 돈은 약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권이 큰 철거업체 선정 관련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2010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조합이 시공자와 계약할 때 철거 공사를 포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이들은 기존 철거공사에서 파생된 이주관리·범죄예방 용역을 별도로 분리해 관련 업체를 선정하는 수법으로 부정한 금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황씨 등 B재개발 추진위 관계자 7명은 2016년 2월 계약금액 23억5000만원 규모의 정비업체 선정 당시 다른 업체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미리 내정한 업체가 낙찰받도록 한 혐의(입찰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조합 비리 사실을 협박해 수천만원의 금품을 챙긴 공갈 사범도 적발했다. 홍모씨(50)는 A재건축 조합 이주관리·범죄예방 계약을 따낸 업체의 대표에게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7252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입찰 과정의 감시·감독이 느슨한 틈을 이용해 손쉽게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관행을 확인했다"며 "재개발·재건축 관련 일반·지명경쟁의 공정성 확보 방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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