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10만정부터 귤 200톤까지 "북한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11.16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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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평화의 아이들'…북한 어린이와 함께한 남북 의료협력 16년의 기록

비타민 10만정부터 귤 200톤까지 "북한 아이들도 똑같습니다"


최근 청와대가 북한에 제주산 귤 200톤을 보냈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송이버섯을 보낸 데 대한 답례 차원인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지만 남북 화해 무드가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남북 분위기가 형성되기까지에는 난관도 많았다. 국내적으로는 '귤상자에 귤만 들었겠냐?'는 의구심부터 곱지 않은 시선이 여전하다. 급변하는 주변 정세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트럼프와 측근들의 가벼운 입도 남북한 관계를 살얼음판처럼 느끼게 한다. 인도적 지원과 아이들 일은 정치와 무관한데도 보건복지부 남북 보건의료협력 담당자인 저자는 현장에서 활동하며 말 못할 어려움을 10여년간 겪었고 이제서야 담담하게 이를 글로 풀어냈다.



공직자로 일하기 앞서 10년간 노동자의 건강의료를 지원한 약사였던 저자는 2001년 미국의 한 봉사단체를 방문해 '고난의 시기' 당시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접했다. 이 사진은 저자가 북한 어린이를 평생 화두로 삼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저자는 북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찾아 자원봉사자가 되겠다고 자청한다.

이후 복지부 대북지원 전문가로 채용돼 '북한 영유아 지원사업'에 힘써왔으나 2008년 전환기를 맞았고, 2015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모든 사업이 중단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저자는 멈추지 않고 북한 어린이에 대한 소명의식, 자연인으로서 공직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갔다.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경험한 북한 어린이, 남북 보건의료 실무협상, 북한의 의료시스템, 남북 협상 담당자로서의 고민과 아쉬움을 저자는 이 책에 고스란히 실어냈다.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활동가로 평양을 방문, 원료의약품과 제약장비 지원사업을 벌여 비타민 10만정이 전달되는 현장을 지켜보고 개성공단 남북한 진료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직접 경험한 16년간의 남북 의료협력 스토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특히 공직자로서 책무 외에 북한을 20여 차례 방문하면서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북한의 의료현실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했으며 이와 관련,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현장에서 경험과 고민을 통해 깨달은, 이념적 경계에 의해 그어진 장벽이 어떻게 허물어져야 하고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지닌 깊은 의미를 전하고 있다.

◇평화의 아이들=김진숙 지음, 북루덴스 펴냄, 260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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