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기사 썼다가… 반성문 내고 잘리는 中기자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8.11.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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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중국 "경제 비판 말라"… 무역전쟁은 금기어
FT "지침 어기면 기사송출 중지, 쓴 기자는 해고되기도"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지난 9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소식에 전세계 언론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의 독자들은 무역전쟁과 관련해선 어떠한 기사도 읽을 수 없었다. 대신 중국 언론들은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닝샤 지역 개발 스토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영향력 있는 10여명의 기자들을 인용, 중국 선전관리들이 지난 몇 달간 경제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역전쟁으로 중국 증시가 하락하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등 경제 둔화 경고음이 커지자 부정적인 경제 기사를 못쓰게 막은 것이다.



FT는 중국 공산당이 지난 10여년간 강력한 경제를 집권의 정당성으로 삼았는데, 어려운 경제 상황이 계속되자 정치에 이어 경제까지 검열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역전쟁'이라는 표현은 아예 금기어다. 중국 경제 둔화 요인을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찾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가계소비지출 감소, 지방정부의 채무 문제, 민간기업의 정리해고, 국영기업의 비효율적 운영 등도 정부가 금지한 주제로 전해졌다.



FT는 중국 정부가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을 '창슈아이(唱衰·나쁜 것을 전하다)'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이들에겐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기사 송출 정지를 시키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기자의 경우 해고되기도 한다.

실제 중국 뉴스사이트 Q데일리는 '불법적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8월 한 달간 발행금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회사를 떠나게 된 기자는 당국이 앞서 7개월 동안 이주 노동자, 소규모 서점 폐업 등에 대한 기사 40건의 삭제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20년 경력의 한 경제담당 기자는 "여태껏 이렇게 검열이 심했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검열은 경제 싱크탱크로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중국의 싱크탱크 유니룰은 베이징본부를 철수하도록 명령받았고, 이달 들어 선홍 유니룰 소장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차 출국하려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저지당하기도 했다.


판 커창 펜실베니아대 중국미디어 연구교수는 "중국 당국이 여론 조성에 관여해 안 좋은 일은 막고, 좋은 점만 부각하려 한다"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당국이 점점 경제 기사에 관여할수록 사람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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