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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CI
엘리엇은 지난 13일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보낸 서신에서 현대차 (251,500원 ▲2,000 +0.80%)와 현대모비스 (240,000원 ▲1,500 +0.63%) 주주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통해 최소 14조원 규모의 초과자본금을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최근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그룹의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것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모든 주주들과 단계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나가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엘리엇은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지 일주일만에 현대모비스의 모듈·AS(애프터서비스)부품 사업을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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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5월29일)를 한 주 앞두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주총을 취소키로 결의했다.
엘리엇 개입 48일만에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이 무산된 것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주주들과 시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보완·개선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엘리엇이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트현대닷컴 사이트에 게재된 콘웨이 맥켄지 독립분석보고서 일부 캡쳐.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법적인 제약을 근거로 엘리엇의 제안을 거절했다. "상장사는 특정 주주와 별도의 만남을 통해 중요 문제를 논의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개편안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할 수 없는데다 그룹의 미래 경쟁력이 아닌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만 올리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엘리엇이 서한을 외부로 공개한 것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과거 행태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헤지펀드 업계 거물 폴 싱어가 1977년 설립한 펀드로,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자산규모만 39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면서 한국에서 알려졌다. 엘리엇은 지난 8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제시하며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3.0%, 2.1%, 2.6%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재계에선 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이같은 외국계 투기자본의 행태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상법 개정안들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대부분이 소액 주주의 권한을 강화해 총수 일가와 대주주들을 견제하고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주주의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우리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