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가방 하나도 못 사", 면세한도 '얼마'까지 늘릴까?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박진영 기자, 김태현 기자 2018.11.14 06:30
글자크기

[면세한도 1000달러 시대 열리나](종합)

편집자주 면세한도 상향 논의가 뜨겁다.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에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면세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특혜와 과소비를 지적하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한도상향을 검토한다고 밝힌 가운데 적정 면세한도에 대한 여론과 해외 현황, 쟁점을 짚어본다.

"면세한도 상향 내년 2월 확정"…1000달러 유력
[면세한도 1000달러 시대 열리나]①잠재적 탈세범 취급 비판, 중국보다 낮은 한도에 인상 목소리 커져



지난해 12월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의 수하물들을 X-ray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지난해 12월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이 천공항 입국장에서 입국자들의 수하물들을 X-ray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MT리포트]"가방 하나도 못 사", 면세한도 '얼마'까지 늘릴까?
정부가 현재 1인당 600달러인 면세한도 증액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내년 2월을 목표로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초 내년 5월 이후 검토에서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

13일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이미 4년 전 한도증액 당시 충분히 검토된 사안이어서 정책적 의사결정만 남은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로 해외소비를 늘리기 위해 면세한도를 늘려왔는데 우리도 소득수준 향상 등 경제여건을 고려하되 국민정서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세한도 증액은 관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뒤 법제처 심의를 거치면 된다. 법 개정 사항이 아니어서 별도 유예기간이 없다면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 가능하다.

당초 정부는 4년 전인 2014년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한도로 올렸기 때문에 한도증액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김동연 전 부총리가 "내년 5월 입국장면세점 시범사업을 시작하면 면세한도 증액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입국장면세점 도입 검토를 지시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객 3000만명 시대에 관광객들의 불편이 크고 해외소비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같은 논리라면 현재 600달러로 묶인 면세한도 확대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22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모습. 2018.06.22.   /사진=뉴시스지난 6월22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모습. 2018.06.22. /사진=뉴시스
관건은 인상 폭이다. 기재부는 4년 전 증액 당시 근거가 된 산업연구원의 '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 조정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준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은 당시 소득수준 향상과 국민들의 해외여행 증가 및 해외구매 수요 확대를 반영해 면세한도 조정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가들과의 면세한도 차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600달러를 1안, 800달러를 2안으로 제시했고 결국 1안이 채택됐다.

그러나 증액 이후에도 인상 폭이 낮다는 지적이 여전했다. 낮은 면세한도 탓에 여행객들이 국내 면세점 대신 해외 면세점을 찾아 잠재적 탈세범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면세한도 위반 건수도 매년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해외여행객의 면세한도 위반 건수는 18만 6351건, 과세액은 305억5800만원이었다. 2016년 14만3497건, 243억2600만원에 비해 과세액 기준 25.6%가 증가한 것이다.

우리 면세 한도는 주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체류기간에 따라 최대 1600달러고, 일본은 20만엔(약 1755달러), 중국은 5000위안(약 720달러)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중간 수준인 1000달러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면세점협회는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자 면세한도를 1000달러로 상향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머니투데이가 최근 직장인 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도 1000달러가 적당하다는 응답이 37.2%로 가장 많았다. 정부 내에서도 1000달러 수준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와 경제 여건이 비슷한 주변국과 비교해도 600달러는 낮은 수준"이라며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1000달러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면세한도가 인상될 경우 면세품 구매방식을 신용카드로 제한하고 자주 출국하는 면세품 다량 구매자를 가려내는 등 사후관리를 엄격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훈 기자

"가방 하나도 못산다" vs "부자만 특혜"…면세한도 함수풀기 '난제'
[면세한도 1000달러 시대 열리나]② 국민후생' vs '특혜확대 불필요' 입장 엇갈려

[MT리포트]"가방 하나도 못 사", 면세한도 '얼마'까지 늘릴까?
면세한도 증액 검토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국민 편익 측면에서 면세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부 계층에 특혜를 확대해줄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맞부딪힌다는 점이다.

2014년 면세한도 인상 여부 적정성 검토를 위해 기획재정부 연구용역을 맡은 산업연구원은 당시 400달러였던 면세한도를 600달러까지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또 시행 여파 등을 살펴 3~5년 뒤 재검토를 통해 추가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한도 증액이 일정 부분 세수감소를 초래하지만 그 손실보다는 해외여행을 하는 소비자 총후생 증진, 관세행정 효율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면세업계와 다수 소비자들은 증액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해외여행을 이전처럼 특정계층만 즐기는 것이 아닐뿐더러 국민소득과 물품 단가도 상승한 만큼 면세한도를 현실성 있게 증액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휴대품 면세한도는 1996년부터 1인당 400달러를 유지하다가 2014년 600달러로 상향조정됐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면세 한도가 50% 인상된 셈이다. 반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은 1052만원에서 3363만원으로 3배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79.0%로 면세한도 인상 폭을 웃돈다.

올해 해외여행객 수가 3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정계층에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면세가 되는 만큼 수평적인 법 적용이라는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시 쇼핑은 일상이 됐는데 면세한도가 600달러로 묶인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선물만 몇 가지를 사도 한도를 넘는 만큼 국민 다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면세점 구매한도를 늘리면 해외구매 대신 국내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오픈한 한 서울 시내면세점이 개장인파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뉴스1최근 오픈한 한 서울 시내면세점이 개장인파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뉴스1
하지만 반대 의견도 여전하다. 일본의 경우 20만엔(미화 1750달러)으로 면세 한도가 우리보다 높지만 EU(유럽연합)는 430유로(485달러)로 적다는 것이다. 면세한도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인데 해외여행이 잦은 계층에만 혜택이 집중되며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면세한도 증액이 해외구매만 늘리지 국내 내수진작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면세한도 초과 물품을 자진 신고할 경우 15만원 한도로 세액의 50%를 감면해주는 '인센티브 제도'가 시행된 후 자진신고 금액이 증가한 만큼 이 같은 보조제도를 강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2015년 872억원이던 자진신고 금액은 2017년 1455억원으로 증가했고,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1196억원을 기록했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은 "면세 한도를 부여하는 것은 해외 여행시 물건을 구매하는 국민편익을 위해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내수진작, 세금징수 등 서로 다른 기준을 모두 계산해서 '얼마가 가장 적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면세한도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기준에서 소득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의 현황, 600달러라는 한도를 지키지 않는 국민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현 제도의 합리성, 국민 편익에 따른 이익 등을 균형있게 검토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T리포트]"가방 하나도 못 사", 면세한도 '얼마'까지 늘릴까?
박진영 기자

직장인 10명중 9명은 '증액찬성'…면세한도는 '1000달러' 적정
[면세한도 1000달러 시대 열리나]③증액찬성 91.4%, 반대는 8.6%…2000달러 이상 의견도 34.8%

[MT리포트]"가방 하나도 못 사", 면세한도 '얼마'까지 늘릴까?
입국시 면세한도 증액에 대해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찬성의견을 냈다. 적정한 면세한도는 1000달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8일~10일, 직장인 1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세한도 증액' 온라인 설문에서 응답자 중 91.4%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반대는 8.6%.

찬성 의견으로는 "국민 경제수준이 향상됐고 해외쇼핑이 일반화된 만큼 낮은 한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한도가 너무 낮아 해외여행하는 국민들을 범죄자로 만들 여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낮은 한도 때문에 명품을 해외에서 구매해 몰래 들여오다 적발되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해외에서 소비하는 것보다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게 소비 활성화와 함께 국익에 도움이 된다"거나 "현실에 맞게 액수를 올리되 미신고자는 엄정하게 적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반대한다는 입장은 "지금 한도로도 충분하고 자칫 해외 여행객의 명품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한도 인상시 면세점 업체만 돈벌이를 하게 된다", "국내 소비가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면세 한도를 증액한다면 어느 정도 금액이 적정하냐는 질문에는 1000달러가 37.2%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0달러 이상 34.8% △1500달러 14.4% △1200달러 4.5% △800달러 3.8% △700달러 3.8% 순서였다.

한편 현재 내국인 출국자에게 적용되는 면세품 총구매한도 3000달러의 증액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의견이 68.3%, 반대 의견이 31.7%로 나타났다. 면세한도 증액보다 반대의견이 월등히 많았다.

이에 대해 "총구매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국내 면세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여행객의 과소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고 현행 3000달러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조성훈 기자

일본은 1755달러, 중국은 720달러…각국 면세한도 보니

[면세한도 1000달러 시대 열리나]④ 美·日 높고 유럽 낮아… 각국 사회경제 여건 고려해야

[MT리포트]"가방 하나도 못 사", 면세한도 '얼마'까지 늘릴까?
한국의 면세한도 600달러는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주변국에 비해 대체로 낮은 수준이다.

면세 한도는 1979년 처음 10만원으로 설정됐다. 당시 동화면세점이 문을 열었지만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이어서 면세점은 일반인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이후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와 함께 면세한도가 30만원으로 상향됐다.

1996년에 면세 한도를 원화에서 달러로 바꿨는데, 한도를 원화 수준과 비슷한 400달러로 책정했다. 현행 600달러로 상향 조정된 것은 2014년 9월5일부터다.

당시 면세업계는 "2013년 기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국민이 1516만 명이고 외래 관광객도 1220만 명인 글로벌 시대에 면세 한도가 너무 낮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물론 일본, 중국 등 주변국보다 낮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면세 한도는 20만엔(약 1755달러). 담배는 비거주자 기준 400개피(2보루), 거주자 기준 200개피(1보루)다. 주류는 760ml 이하 3병이다. 600달러에 담배 1보루, 주류 1ℓ(400달러 이하)인 한국 면세 한도와 비교해 후한 편이다.

중국의 면세 한도는 5000위안(약 720달러)이다. 주류는 1.5ℓ 1병, 담배는 400개피다. 중국 내에서 면세 한도가 차이가 있어서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의 면세 한도는 1만6000위안이다. 내년에는 3만2000위안까지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이난의 면세 한도를 높여 자국 해외 여행객의 명품 구매 등 면세 수요를 국내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EU(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은 면세 한도가 430유로(약 487달러)로 낮은 편이다. EU에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 스웨덴은 각각 6000크로네(약 713달러), 43000크로네(약 442달러)다. 영국은 390파운드(약 508달러)로 EU 소속 국가보다 높다. EU는 역내 단일시장을 강조해 면세한도를 낮게 설정했고, 그나마 2008년 기존 175유로를 430유로로 올렸다.

미국과 캐나다는 체류 기간별로 면세 한도가 다르다. 미국의 면세 한도 기준은 △1달 이내 빈번 여행자 △일반 여행자 △자국령 여행자 등으로 나뉜다. 1달 이내 빈번 여행자는 200달러, 일반 여행자는 800달러, 사모아·괌·버진아일랜드 등 자국령 여행자는 1600달러 순이다.

캐나다는 △1~2일 이하 여행자 △3일 이상 여행자로 나뉜다. 1~2일 이하 여행자는 200캐나다달러(약 151달러), 3일 이상 여행자는 800캐나다달러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소득 수준만으로 면세 한도를 논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국민 여론과 사회 경제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