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는 불치병? 혁신치료제 가시권 들어왔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18.11.15 04:09
글자크기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면역과잉 관련성도 발견

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흔히들 남성 호르몬이 과도한 게 원인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모공이 이물질로 꽉 막혀서, 다시 말해 머리를 제대로 안 감아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한다. 어느 쪽에선 신체적 고통이 없으니 병이 아니라고 하고 반대쪽에선 정신적 고통은 병이라고 한다.



탈모 얘기다. 이유도 많고 약도 많다. 그런데 탈모에서 해방됐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궁극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희망을 꺾기는 이르다. 영원한 숙제로 남을 줄 알았던 근본적 탈모 치료의 길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해서다.

◇"잘 감고 잘 말려라", 지금까지는 두피에 초점 = '탈모 명의'로 유명한 윤태영 충북대 교수는 평소 머리를 자주 감고 머리를 감은 뒤에는 꼭 말리라고 조언한다. 모공에 이물질을 자주 씻어내고 물에 젖은 채로 오래 있으면 이물질이 달라붙을 수 있어 말리라는 것이다. 바람도 두피에 부담을 주는 뜨거운 바람이 아닌 시원한 바람이어야 한다고 첨언 한다.



지금까지 원인 분석은 대게 피부과적 진단 내지 심혈관 질환에 집중됐다. 그러나 오늘날 치료제 개발에 나선 제약사들은 색다른 이론을 제시한다.

JW중외제약. 윈트(Wnt) 신호전달체계를 활용해 다양한 신약에 도전 중인데 탈모에까지 영역을 넓혔다. Wnt가 모낭 줄기세포 분화를 탈모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모낭 줄기세포를 활성화 시키면 자연스럽게 모발이 나온다는 것이다. 줄기세포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도전이다. JW중외제약은 현재 전임상을 추진 중이다.

동아에스티는 액상 치료제 'DA-4001C'를 개발 중이다. 이 물질은 프로페시아와 기존 치료제 '미녹시딜' 복합제다. 호르몬 조절과 혈관작용 기능이 동시에 작용한다. 탈모 방지와 모발성장 효과를 동시에 노린다. 최근에는 바이오벤처 '네오믹스'와 새로운 기존의 탈모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 A 유도체'를 활용한 오리엔트바이오의 발모제(OND-1), 줄기세포 업체 메디포스트, 스템모어 등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토피 치료하다 탈모 개선 '부작용'도 =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다가 탈모 환자 머리카락이 자라는 '예상 밖 부작용' 사례도 있다. 미국 메사추세스 종합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두필루맙이라는 아토피 치료제로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은 2살부터 모발이 없던 여성 환자의 머리카락이 자라는 현상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과도한 면역계 활동을 억제하는 약의 기전이 탈모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역과 탈모의 상관관계는 호주에서도 증명됐다. 호주의 한 피부과 전문의는 대표적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JAK 억제제'가 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면역계와 줄기세포에서 원인을 찾는 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인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탈모 인구 증가 '빅마켓' = 국내 탈모 관련 시장 잠재력은 상당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탈모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3년 약 20만5000명에서 지난해 약 22만5000명으로 4년간 9.4% 증가했다.

이는 보험급여가 적용된 인구일 뿐 보험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아예 병원을 가지 않은 인구를 더하면 100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탈모 관련 시장만 오늘날 4조원대에 이른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아는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이 해마다 14%씩 성장하는 걸로 분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