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님, 교수 때도 그렇게 주장하셨겠습니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8.11.14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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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위원장·윤석헌 금감원장, 공개회의서 설전…금감원 권한 놓고 갈등 노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9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집무실을 방문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9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장 집무실을 방문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이견을 그대로 노출했다.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는 기업이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열린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설전을 벌였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문제였다.

개정안은 금감원의 회계감리를 받은 기업이 요청할 경우 대리인을 조사에 참여시키도록 했다. 회계감리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업무를 맡은 금감원은 조사 시 변호사 입회를 허용하지 않는다.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원장은 “변호사 입회를 허용하면 금감원의 조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현장조사나 강제조사권이 없어 증거인멸이나 허위진술에 취약한 만큼 변호사 입회까지 허용하면 그만큼 더 조사가 어려워진다는 논리였다.

반면 최 위원장은 피조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변호사 입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의 조사결과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는 물론 검찰 수사에까지 활용되는 만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 윤 원장이 입장을 꺾지 않자 급기야 최 위원장은 “원장님은 교수 시절에도 이렇게 주장하셨겠습니까”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권리보다 조직의 논리를 우선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결국 최 위원장은 다른 금융위원들에게도 의견을 구했고 대다수 위원의 의견은 대리인의 조사 참여를 허용하는 원안 통과였다. 한 참석자는 “금감원의 조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피조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조치결과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명분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선 윤 원장이 공개회의에서 굳이 최 위원장과 이견을 드러낸 배경을 두고 말들이 나온다. 금융위 전체회의에는 외부인사들도 참석하고 회의록은 2개월 정도 후 공개된다. 게다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전체회의와 별도로 논의채널도 있다. 특히 이번 규정 개정안은 이미 연초에 예고된 것이다.

윤 원장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이면엔 금융위에 대한 불신과 할 말은 하는 윤 원장의 평소 스타일이 자리 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금감원은 금융위가 자신들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축소해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전 ‘금융위 해체-금감원 강화’를 주장한 대표적인 학자였다.

윤 원장이 취임한 후 금융위와 이견을 노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감리 조치 결과를 사전 통보한 사실을 유례없이 언론에 공개해 금융위와 갈등을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이 금융위 소관업무인 정책과 규정 개정에까지 개입해 월권논란도 벌어졌다. 금감원은 법과 규정 개정이 필요한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단독으로 TF(태스크포스)까지 꾸려 마련한 뒤 지난달 발표했고 금융위는 금감원이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업무를 추진한다며 금감원이 운영하는 모든 TF에 대한 보고를 요구했다.

금감원이 은행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은행권 채무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는데 대해서도 금융권에서는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정책인데 금감원이 할 일이냐는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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