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국회는 가속-정부는 감속…'완전 자급제' 어디로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2018.11.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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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휴대폰 유통업]②자급제 ‘법제화’냐 ‘자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편집자주 ‘폰팔이’. 이동통신 대리점, 판매점 종사자들을 일컫는 비속어다. 과거 통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눈 먼 리베이트(판매 수수료)가 넘쳐났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호갱님’들을 양산했다. 휴대전화 매장 종사자들이 사회적 비아냥 대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4년 전 전국 단말기 보조금을 법적 공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사회적 편견은 가시지 않았다. 급기야 유통업계 일대 구조조정을 겨냥한 법안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통상인들은 “모든 책임을 유통업계로 몰아간다”며 억울해 한다. 한때 ‘알짜 자영업’에서 법적 구조조정 위기로 몰린 휴대폰 유통업 실태를 들여다봤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기자/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기자


“더 이상 시장 자율에 맡길 순 없다. 완전한 시장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것” VS “단말기와 서비스를 따로 판다고 가계통신비가 내려간다는 건 억측에 불과하다.”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완자제)를 두고 정치권, 국회, 업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큰 틀에선 가계통신비가 내려가려면 자급제폰(공기계) 유통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제조사끼리 혹은 유통점끼리 자급제폰 시장 경쟁이 살아나야, 단말기 출고가도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다.



문제는 그 방법론이다. 일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곤 기존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단말기 판매를 금지하도록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반면 정부는 법제화 자급제 단말기 유통을 활성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사업자들은 각 사 입장에 따라 주판알 튕기기가 한창이다. 중간에 낀 유통상인들만 불안한 시선으로 자급제 향방을 지켜보고 있다.

◇“단말·서비스 판매 완전 분리”…완자제 2.0 법안 발의=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휴대폰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고 묶음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완전자급제 2.0’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완자제 도입을 전제로 발의된 4번째 법안이다. 그만큼 법제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완자제 필요성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과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왔다. 단말기를 따로 팔아야 이동통신 요금과 상관없이 단말기 제조사간 가격 경쟁을 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한동안 잠잠했던 완자제 논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화두로 대두되면서다. 이번엔 야당이 완자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완자제 2.0이 기존 발의법안들과 다른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장소를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묶음판매를 금지한다는 점이다. 또 이동통신사가 이용자 모집업무를 재위탁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더 강력한 시장 분리 법안이다.

김 의원은 “현행 유통구조는 2G 시대부터 고착돼 왔기 때문에 어중간한 방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제도화를 통해 불투명한 유통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자급제 단말기, 내년까지 두배 이상 확대”=정부는 완자제의 법제화 보다는 자급제 단말기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자율을 유도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소비자 선택권 관점의 완전자급제 추진방향’ 문서를 보면 정부가 법제화에 부정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해외 등 아직 검증된 선례가 없고 소비자 후생과 유통망 일자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다. 가령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서비스 가입 업무만 맡게 된다면, 단말기 구매 따로 서비스 가입 따로 해야 한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반응이 좋은 약정할인의 법적 명분 역시 사라질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 유통업에 종사하는 6만명의 상인들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완전자급제 취지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 후생을 보장하고 일자리 충격도 최소화하는 완전자급제 모델을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 대안으로 현재의 25% 선택약정할인을 유지하고, 이동통신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단말을 자급제 시장에서 공급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초 출시되는 단말기부터 자급제 라인업을 확대해 내년 말까지 자급제 단말기 규모를 현재보다 두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뭐가 유리하지” 업계 미묘한 ‘시각차’ =완자제를 바라보는 이동통신사, 제조사별로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국정감사장에 공개 찬성 의지를 밝힐 정도로 완자제 도입에 적극적인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완자제 도입 필요성에 동조하면서도 목소리를 키우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완자제 도입 방향이) 결정되면 따르겠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후발 사업자들의 공격적인 유통 마케팅을 견제해야 하는 입장이고,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별도 단말기 유통체계를 갖춰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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