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고석용 기자, 강기준 기자 2018.11.1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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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상속세](종합)

편집자주 구광모 LG 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상속 재산의 60%인 9200억원의 사상 최대 상속세를 낸다. 고 구본무 LG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에 20%의 할증을 더한 뒤 최대 상속세율인 50%를 적용한 것이다. 대주주에게 적용되는 징벌적 할증을 포함, 상속세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논란을 짚어 본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LG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사진제공=LG


LG회장 이름값 '1200억'…할증 상속세의 역사
[징벌적 상속세]①최대주주 상속자산 할증평가 1993년부터 시행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식 상속세로 7200억원을 신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일. 재계에서 "LG 회장의 이름값이 1200억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구 회장이 최대주주로 부친인 고 구본무 회장의 ㈜LG (87,500원 ▼100 -0.11%)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물게 되는 할증세율 얘기다.

구 회장은 ㈜LG 지분 8.8%(1512만2169주)를 물려받으면서 지분평가액인 1조1890억원에 20%를 가산한 1조4268억원을 기준으로 50%의 상속세를 문다. 일반주주가 구 회장과 같은 규모의 지분을 상속받는다고 가정할 때 내야할 상속세(5945억원)보다 1200억원을 더 낸다.



상속세법상 최대주주의 상속지분을 평가할 때 10~30%를 할증해 평가하고 이를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물어야 하는 이름값 세금이 1200억원인 셈이다.

이런 할증률이 적용되면 상속세 최고세율은 65%까지 늘어난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보다 현금상황이 빠듯한 중견·중소기업에선 상속세를 내려면 할증세율 때문에 공장을 반으로 잘라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 경영권 프리미엄, 상속세에도 적용 = 최대주주 상속세 할증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3년부터다. 1992년 12월 개정, 다음해 1월부터 시행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최대주주나 최대출자자, 특수관계인의 비상장사 상속지분을 평가할 때 과세 기준이 되는 평가액에 10%를 할증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변칙적인 증여를 통해 상속세나 증여세를 내지 않고 경영권을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같은 해 8월 시행된 금융실명제와 맞물려 고액 자산가의 비공개 자산에 대한 과세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이전 상황을 보면 1987~1992년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평가액 그대로 과세하고 그 외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평가액에서 오히려 10%를 경감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물었다.

1993년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엔 과세 범위가 더 넓어졌다. 1996년 12월 상속세법 전면개정 당시 명목 최고세율을 40%에서 50%로 오르면서 상속지분의 평가액 할증범위도 비상장에서 상장주식으로 확대됐다.

할증세율은 2000년부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 시작했다. 최대주주 등의 지분이 50% 이하일 땐 20%를, 50% 초과하면 30%를 할증하도록 했다.

중견·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는 2003년부터 중소기업의 할증률을 절반(20%→10%, 30%→15%)으로 조정했다.

◇ 상속 할증세, 유례 없어…상속세 폐지국도 증가세 = 최대주주의 상속지분을 할증평가해 과세하는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독일, 일본, 영국 등 세제 부문에서 국내와 곧잘 비교되는 국가에도 상속세 할증평가 제도가 없다.

오히려 상속세 자체를 없앤 나라가 적잖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3분의 1이 넘는 12개 국가에 달한다. 캐나다가 1971년, 호주는 1979년, 뉴질랜드는 1992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등은 2004년, 스웨덴은 2005년, 노르웨이 체코 등은 2014년 상속세 제도를 폐지했다.

고율의 상속세를 넘어 상속지분을 할증평가, 과세하는 제도를 두고 징벌적 세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상속세를 유지하는 나라에서도 명목세율 기준으로 스위스 42%, 영국 40%, 미국 40%, 네덜란드 40%, 스페인 34%, 터키 10%, 이탈리아 8% 등에 그친다. 명목세율이 높은 나라에서도 아들이나 딸에게 기업을 승계할 경우엔 공제율을 적용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춰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공제율을 반영한 명목 상속세율이 30%, 네덜란드는 20%, 이탈리아는 4%, 스위스는 대다수 주에서 0%다.

국내에도 상속세 공제제도가 있지만 대기업은 적용대상이 아닌 데다 중견·중소기업에서도 요건이 까다로워 활용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적용대상이 10년 이상 경영한 연매출 3000억원 이하의 중견·중소기업으로 상속받는 이가 최대주주로 지분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하고 최대 공제액 500억원을 받으려면 사업영위기간이 30년 이상이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은 60곳에 그쳤다.

구광모 LG회장이 신청한 5년 분할 납부제도도 이 기간 물어야 할 이자를 감안하면 큰 혜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상속세 5년 분할납부를 끝낸 이태성 세아홀딩스 (108,800원 ▲200 +0.18%) 대표(부사장)의 경우 상속세 1500억원 외에 분할 납부에 따른 이자로 200억원을 냈다.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 상속세 부담, 거꾸로 가는 한국 = 독일이나 일본 등 과세 여건이 투명한 대다수 나라에서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이유는 소득세로 충분히 세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소득 파악이 어려워 과세가 어렵고 세수가 부족하던 시절엔 상속을 과세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했지만 과세 여건이 투명해지면서 상당부분을 소득세로 대체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다.

소득세를 부담하면서 모은 자산에 또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문제도 있다.

국내에서도 1950년 상속세법 제정 당시엔 과세 여건과 세수 부족을 이유로 최고 90%까지 상속세를 물렸다. 이후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부가 물러나고 경제자유화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상속세율은 5~30%로 크게 인하됐다.

1968년 세율이 다시 5~70%로 높아질 때까지 헌정사상 상속세율이 가장 낮았던 시절이다. 소득세 과세여건이 개선되면서 상속세율은 1995~1996년 10~40%까지 떨어졌다.

소득세를 높이고 상속세를 낮추는 해외 추세에 발맞추던 과세 개정 흐름은 1996년 말 대기업 오너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해진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 과거로 회귀하기 시작했다. 국회는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표준 구간을 단일화하면서 최고세율 구간을 50억원 초과로 높이고 세율도 45%로 상향했다.

3년 뒤인 1999년 12월 개정 때 고액 자산가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는 취지로 다시 최고세율 구간을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세율을 50%로 높였다. 최대주주의 30억원 초과 상속주식에 할증평가까지 더해 최고 65%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현행 상속세법이 완성된 게 이때다.

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는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최대주주 등의 지분 상속에 대한 할증평가는 개별 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지분율에 따라 20~30%의 할증률을 적용, 과세하면서 지나친 세부담을 준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소득세가 어느 정도 투명해진 현 시점에서 상속세는 세수가 적어 부의 재분배 효과도 확실치 않다"며 "국제 추세에서 보면 징벌적인 성격이 상당한 세금"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재계 "세계 최고 상속세…자본이득세 전환" 주장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징벌적 상속세]②가업상속공제제도 요건 완화 필요…경영권 보장 위한 차등의결권 요구도

재계는 기업 경영 활성화 차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행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상속세 부담이 가장 큰 나라에 속한다. 중소·중견기업이 높은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을 매각하거나 해외로 나가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국부 유출 및 경제 성장 잠재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가족에게 기업을 물려줄 경우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대 65%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율은 10~50%의 5단계 누진세율 구조인데, 명목 최고세율은 최고 50%이지만 최대주주 주식을 물려받으면 30% 할증이 붙어 실질세율은 65%로 높아진다.

명목 최고세율(50%)로만 따져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6%)의 두 배 수준이며, 35개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두 번째다. 다른 국가들도 초창기에는 상속세율이 높았지만 점차적으로 완화했다. 최근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OECD 35개국 중 30개국은 직계비속 가업 승계시 상속세 부담이 없거나, 세율인하 혹은 큰 폭의 공제혜택을 제공한다.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은 한마디로 상속세가 너무 높으니 완화해야 한단 의견이다. 전세계적인 추세를 봤을 때 상속세율이 높은 건 한국과 일본밖에 없고, 주식평가까지 하는 건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생애 한 번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속인이 재산을 상속받을 때가 아닌 자산을 처분하는 시점에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가업 상속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시행 중인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조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제도는 가업상속재산 중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여전히 사업 영위기간 10년 이상, 10년간 대표직 및 지분 유지 등의 까다로운 사전·사후 요건이 있어 활용이 저조하다.

가업상속공제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독일은 연평균 1만7000건이 넘게 적용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60건만 적용받고 있다.

이밖에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어수단으로 차등의결권을 보장해달란 의견도 있다. 상속세를 내느라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떨어져도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가진 주식 발행을 허용해달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상속세율이 40%로 높은 편이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 경영권을 보장하고 있다.

임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장수기업이 많아져야 하는데 상속세 부담으로 포기하시겠다는 분들이 많다"며 "그냥 건물 팔아서 자녀들 주겠다는 극단적인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는 여당은 관심이 없고 야당도 적극적으로 상속세율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이 상속세를 건드리는 데 정치적인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학계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처럼 한 번만 과세하도록 하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중립적으로 말할 뿐"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가업을 이어가고 기업 설립이념을 계승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며 "부의 대물림이 아닌 사업의 연속성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기재부 "상속세 완화, 가업상속공제 개편 검토"
[징벌적 상속세]③중소·중견기업 적용받는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 완화 검토
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기획재정부 세종청사/사진=뉴스1
정부는 재계가 요구하는 상속세 완화에 대해 중소기업에 한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제도 개선 대상은 가업상속공제다. 대기업 사주에 적용되는 세율 인하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

가업상속공제는 대를 이어 기업을 운영할 경우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다. 2008년 도입됐다. 적용대상은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다.

가업을 물려받은 후계자가 기업을 일정 기간 이상 영위하면 공장, 토지, 주식 등 상속재산에서 일정액을 공제받는다. 가업 영위 기간별 공제한도는 △10년 이상 200억원 △20년 이상 300억원 △30년 이상 500억원이다. 장수기업일수록 공제액 증가로 과세표준(세금 부과기준)이 낮아져 상속세를 덜 내는 구조다.

개편 사안으론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는 게 거론된다. 가업 후계자가 상속 후 사후관리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상속세를 토해내야 한다. 업계에선 가업상속공제 공제한도·적용대상이 2008년 도입 이후 꾸준히 확대됐지만 사후관리 요건 때문에 실제 혜택을 받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요 사후관리 요건에는 자산 및 고용 유지가 있다. 상속자는 가업용 자산을 상속 후 5년 내 10%, 10년 내 20% 이상을 처분해선 안된다. 또 상속 후 10년 간 평균 정규직 근로자를 상속 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중견기업은 상속 전 정규직 근로자의 120%를 넘게 고용해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는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이 엄격해 기업이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업 영위 기간과 공제 한도를 조정하는 것도 과제다.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더 엄격하게 조정된 가업 영위 기간을 바로 되돌리기는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공제한도 300억원, 500억원을 적용받는 가업 영위 기간은 지난해 각각 15년 이상에서 20년 이상으로, 20년 이상에서 30년 이상으로 바뀌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을 매출액 3000억원 이상에서 더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중소기업을 키우려고 했던 도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기재부는 2014년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을 매출액 5000억원 이상 중견기업까지 넓히고자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재부는 상속세 세율 인하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상속세율 인하는 찬반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현재 상속세 세율(과세표준 기준)은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 등 5단계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쟁국보다 높은 상속세 세율은 기업을 물려주고 키우려는 욕구를 깨뜨리고 결과적으로 고용 불안, 기술 개발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 세율을 낮추면 다른 곳에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부의 재분배,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내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 과세 방식 개편은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하반기 세제개편 권고 과제로 논의하고 있다. 과세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안이다.

현행 방식은 배우자, 자녀 등 상속자 수에 상관 없이 피상속인의 자산을 토대로 세금을 산출한다. 피상속인 상속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 과세 금액도 커진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가 각각 물려받은 재산에 비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상속세를 시행 중인 대부분의 국가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박경담 기자

역대 최대 상속세는 교보…조세불복 사례도
[징벌적 상속세]④3세 승계 앞둔 삼성·현대차 상속세 조단위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국내 역대 최대 상속세 납부액은 2003년 별세한 신용호 교보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 유족이 낸 1840억원이다.

유족들은 비상장주식과 부동산 등을 포함해 3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물려받은 뒤 주식으로 물납하는 방식으로 1340억원의 상속세를 신고했지만 국세청 조사에서 500억원이 늘어 1830억원을 납부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이 물납한 비상장주식에 증권거래세를 부과한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반환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뒤를 이어 지난 9월 1700억원의 상속세를 완납한 이태성 세아홀딩스 (108,800원 ▲200 +0.18%) 대표(부사장)가 있다. 이 대표는 2013년 부친인 이운형 회장이 출장 중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작고하자 15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고 5년 분할납부를 신청하면서 이자까지 1700억원을 납부했다.

아직 납부를 완료하지 않은 상속세까지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수영 OCI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의 상속세가 1위로 올라선다. 이 사장은 2000억원의 상속세를 부과받았고 이 중 145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사장이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면서 OCI (92,700원 ▼1,400 -1.49%) 최대주주는 이 사장의 삼촌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으로 바뀌었다.

상속세 성실납부로 '갓뚜기'라는 별칭을 얻은 함영준 오뚜기 (395,500원 ▼3,000 -0.75%) 회장의 상속세는 1500억원 규모다. 2016년 함태호 명예회장이 별세하자 1500억원대의 세금을 5년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설윤석 전 대한전선 (10,410원 ▲160 +1.56%) 사장(1355억원), 이호진 전 태광산업 (725,000원 ▼43,000 -5.60%) 회장(1060억원) 등도 1000억원대 상속세의 납부자다. 1998년, 2001년 각각 타계한 최종현 SK (178,600원 ▼4,000 -2.19%)그룹 회장 유족과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유족은 각각 730억원, 302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1981년 김종희 한화 (27,050원 ▼1,150 -4.08%)그룹 회장으로부터 유산을 상속받은 김승연 회장은 277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했다.

상속세 외에 증여세까지 확대하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역대 1위다. 정 부회장 남매는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3500억원 규모의 신세계 (167,300원 ▼3,000 -1.76%) 주식을 현물 납부했다.

이달 말이면 기존 기록을 구광모 LG (87,500원 ▼100 -0.11%)그룹 회장이 갈아치운다. 구 회장은 주식 상속세로만 7200억원을 납부한다. 5년 분할납부로 붙는 이자와 부동산 등 상속자산을 감안하면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3세 경영승계를 앞둔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현대차 (233,000원 ▼4,000 -1.69%)그룹이 납부할 상속세는 조단위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과 모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2018년 2분기 말 기준 보통주 4.7%·우선주 0.07%)을 물려받으려면 8조~9조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255,000원 ▼6,500 -2.49%) 지분을 그대로 상속할 경우 상속세로 1조원 이상을 물어야 한다.

심재현 기자

업력 45년 '장수中企' 가업 포기한 이유는
[징벌적 상속세]⑤중견·중소기업계 “상속공제제도 요건완화 일단 환영…세율 인하 절실”

중견·중소기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요건 완화가 거론되는 데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선 근본적으로 징벌에 가까운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현행 민법에 따르면 재산 형태와 상관없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상속재산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속세로 내야한다. 다만 회사 지분을 상속하는 가업승계에 한해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해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해준다.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기업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라는 사전요건과 승계 후 10년 이상 △업종변경 불가 △가업용자산·고용 80% 이상 유지 등 사후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제 요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제조업에 ICT나 서비스업을 접목하면 업종변경 제한에 위배되고 시설확대를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만 해도 자산유지 제한에 어긋나 공제액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며 “4차산업혁명 등 세계 경제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기업을 한 방향으로만 옥죄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업력 45년의 국내 최대 콘돔제조사 유니더스 김성훈 대표가 경영권을 매각한 것도 이 같은 요건 충족이 어려워 공제제도를 포기한 사례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 대표는 2015년 말 창업주인 김덕성 회장 별세로 100억원 가량의 주식 304만주를 일시에 물려받았다. 상속세는 50억원 가량이었다. 물려받은 김 회장의 다른 자산을 합쳐도 세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결국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명문장수기업’ 요건(45년 업력, 매출 3000억원 미만)을 갖췄음에도 상속세 때문에 가업을 포기한 것.

기획재정부 등은 이를 감안해 ‘10년간 업종·자산·고용 등 제한’이라는 사후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견련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의 상속세 공제 사후요건 기간은 각각 7년과 5년이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후요건 완화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해당하는 공제제도의 사전요건을 완화해 공제 대상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상북도에 있는 한 중견기업 대표는 “매출액에 따라 혹시 3000억원이 넘으면 2세에게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는데 누가 마음 놓고 기업을 성장시키겠냐”며 “매출이 아닌 사회적 기여나 후계자 역량수준 등 정성지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상속세 완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7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가 발간한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125개 중견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7.2%의 기업은 가업승계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의 같은 조사에서도 500개 중소기업 중 67.8%가 ‘상속세 등 조세부담’이 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고 응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산업사회에 재벌 대기업들의 기업경영과 상속행태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오늘날에 그런 잣대를 들이밀어 가업승계를 규제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며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상속세율 조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상속세는 바보나 내는 것"…대상자 1800명 불과한 美상속세
[징벌적 상속세]⑥ 상속세 면제 한도 124억원, 대부분 해당 없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상속세는 바보들이나 내는 것이다."

게리 콘 전 백악관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해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미국 부자들이 상속세법의 '구멍(loophole)'을 이용해 세금을 피하는데 (상속세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개정 세법인 '감세와 일자리 법안'을 추진하면서 "상속세 때문에 수 많은 농부들이 농장을 판다"며 이를 폐지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자고 했다. 폐지는 못했지만 상속세 면제 한도를 두 배로 높였다.

이 결과 미국은 사실상 상속세가 없는 나라이다. 해당 되는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으로 올해 상속세 면제 한도는 1인당 1118만 달러, 부부라면 2236만 달러(약 248억 원)까지다. 이 기준을 넘어야 상속세 40%를 낸다. 대상자는 지난해 기준 미국 전체 사망자의 0.1%(약 1800여명)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사망자의 유산 총액을 기준으로 연방 상속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정확히는 '유산세(estate tax)'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법의 빈틈을 이용해 상속세를 전부 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매년 상속세 논란이 뜨겁다. 이를 절세 테크닉으로 보느냐, 법을 악용하는 것으로 보느냐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세금만 11조원 낸 빌 게이츠 향한 논란의 시선

미국의 '기부왕'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논란을 피해가진 못한다. 그는 워렌 버핏, 마이클 블룸버그, 조지 소로스 등 부호들과 함께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을 주도하며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매번 주식을 팔아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미국판 지식공유사이트 쿼라(Quora)에서는 "상속세와 각종 세금을 회피하려는 수법일 뿐"이라거나 "어느 정도 절세는 있겠지만, 자선활동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는 기부가 게이츠 부부가 세운 단체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지난해에도 46억 달러(약 5조원) 규모의 MS 주식을 팔아 대부분을 이 재단에 기부했다.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그동안 주가상승으로 인한 차익에 대해 매겨지는 '자본소득세(Capital Gain Tax)'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이츠 같은 이들은 수조 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게다가 각종 신탁을 설립한 후 수혜자를 자녀로 돌리는 방식 역시 상속세를 피하는 방법이다. 투자가 잘돼 신탁의 자산가치가 높아질수록 자녀가 받는 혜택은 커진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게이츠 창업자는 올 초 "여태껏 낸 세금만 10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에 달한다"며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의 쏠림현상 점점 심해진다…규제 강화 목소리

미 세금정책센터(TPC)는 이 같은 절세 방법을 통해 상속세 40%를 실제로 다 내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상속세를 낸 사람들은 과세 대상에서 평균 17%만 상속세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미국 부호들의 자산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며 상속세 관련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 시민단체 인이퀄리티(Inequality)는 공화당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코크 가문을 비롯해 월튼, 마스 가문 등의 자산은 1982년 이후 6000%나 증가한 반면 이 기간 미국 가계자산 중간값은 오히려 3%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게이츠와 버핏 등의 재산은 미국 중간소득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의 재산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등도 상속세 폐지 등에 반대 입장을 펼친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상속받은 금권정치(plutocracy)"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가의 부가 점점 극소수의 부자들에게 몰리고 이것이 권력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처럼 정당 지원금과 로비자금 지출이 합법적인 나라에선 이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안을 개정하고 다시 부를 쌓는 '피드백 고리(loop)'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경제적 패자에게는 끔찍한 절망과 아픔, 죽음만이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기준 기자

"공정-징벌 줄타기"…'상속세' 與 속내는?
[징벌적 상속세]⑦"완화 방침 없다" 일관된 목소리 속…"혁신성장·일자리 급한데" 완화 주장도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상속세에 대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지는 견고하다. 상속세율은 물론, 상속세와 관련한 공제 혜택 완화 등에도 인색하다. 여당 일각에선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의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아직 작은 목소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고세율(50%·가산시 65%)을 '자랑'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상속세에 대한 논의조차 꺼린다. 세법을 담당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12일 머니투데이에 더300(the300)에 "현행 상속세율에 대해 '징벌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툭하면 재벌 대기업의 상속·증여 과정에서의 탈세가 드러나 공분을 사는 상황 아니냐"고 되물었다.

상속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 굳이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오히려 민주당에선 상속세율을 더 높이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표준 50억원 초과의 경우 최고세율을 60%로 규정하는 구간을 신설한다. 현행법에선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세율 50%를 부과한다. 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제 의원의 발의안이 당론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만큼 당 내에서 세율 인하에 대한 논의는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상속세 완화로 받아들여진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추가 완화 목소리가 적잖지만 민주당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달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상속세 전반(개편)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중소기업 관련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평생 축적된 자산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절망하는 중소·중견 기업인들을 많이 만났다"며 가업상속공제제도 완화를 통한 상속세 인하를 촉구한 것에 대한 답이다.

기업 오너의 자녀가 가업을 상속받으면 공제 혜택을 줘 장수하는 우량기업이 나오도록 지원하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올해 1월부터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에 따라 가업영위 기간이 늘어나며 사실상 상속세가 강화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다시 조이자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1월 출범한 '공정과세 실현 태스크포스(TF)'에서 김종민 의원(간사)이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너무 확대돼, 상속세에 대한 쉘터(피난처)처럼 됐다는 진단이 있다"며 공제 축소를 시사했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올해 한 차례 강화가 이뤄진 이후 더 이상의 논의는 없는 상태"라며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완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상속세율 인하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대폭 완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과 일자리창출을 위해서라도 기업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상속을 전문기술 이전, 고용 확대, 기업가 정신 고취,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의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현행 상속세의 가장 큰 문제는 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높은 세율에 걸맞게 철저하게 집행하고, 신사업 투자 등 특정 조건에 적합할 경우 대폭 공제해주는 등 조건부 완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원 기자

"세계 최고 세율인데 또 올려?"…'징벌적 상속세율' 오명

[징벌적 상속세]⑧경제둔화 우려에도 세율인상 법안만 발의돼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세계에서 가장 높고 '징벌적 세율'이라는 오명까지 쓴 상속세율에 대한 완화 요구 확산에도 정치권은 20년 가까이 세율 인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여론 부담이 큰 세율 조정보다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통한 세제지원 확대나 축소 방식으로만 대응했다.

국제적 추세에 따라 상속세를 완화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20대 국회 들어선 오히려 세율을 인상하는 법안이 여당 의원 대표발의로 나오기도 했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60%로 규정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현행법에선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세율 50%를 부과하지만 제 의원은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재산 및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T리포트] '상속세 9200억' 구광모…LG회장 '이름값'이 1200억원
그러나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미국 40%, 영국 40%, 덴마크 36, 독일 30% 등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속세 및 증여세 부담률은 2014년 기준 0.31%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0.1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특히 상속증여세법 제63조 3항에 따라 최대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30%를 가산해 자산이 평가돼 최고세율이 65%에 이른다. 이처럼 '경영권 프리미엄'에 '할증 과세'를 하기 때문에 '징벌적 세율'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제 의원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소득재분배 등을 위해 고액상속자에 대한 과세 강화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세율 인상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재위는 오히려 "높은 상속세율은 가업 승계 포기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지를 위축시키고 조세회피를 유인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이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국부가 유출될 수 있고 고용이 감소해 결과적으로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현실적 수준으로 세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인하하는 국가가 확대되는 추세다. 체코는 2014년, 오스트리아는 2008년에 상속세를 폐지했으며 중국은 상속세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1971년, 호주 1979년, 이스라엘 1981년 등 일찌감치 상속세를 없앤 나라들이 적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저성장과 고령화의 현실을 고려해 고령층으로부터 젊은층으로의 원활한 자산 이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낮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주장도 나온다.

1996년 전면개정을 통해 상속세율을 최저 10%에서 최고 45%로 조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현재까지 골격을 유지하며 사회·경제 여건에 따라 부분개정만 이뤄졌다. 세율 조정은 단 한 차례로 1999년 고액재산가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해 최고세율이 종전 45%에서 50%로 인상됐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구간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하향조정됐다. 지난 2008년 10월 정부안으로 적정한 세부담을 위한 세율의 6~33% 인하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임기만료폐기됐다.

정치권은 주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활용해 상속세 부담을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가업상속공제의 한도를 명문장수기업의 경우 현행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법안이나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강화해 과도한 공제를 제한하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 등 상반된 방향의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자산에 대해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경영에 장애 요인이 돼 중소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기업선순환을 위해 상속세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는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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