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스마트폰 제대로 접어야 산다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2018.11.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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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사진제공=삼성전자.


#011·017에 이어 016·017·018·019번호까지. 이동통신산업이 막 꽃을 피우던 1990년대 후반, 휴대폰을 접한 사람들이라면 잊지 못할 브랜드가 있다. 세계 최초 폴더폰 모토로라의 ‘스타택’이다. 네모난 막대 모양의 휴대폰이 대부분이던 시절, 스타택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몸체가 액정·키패드와 수화기가 분리돼 있어 딱 절반 크기로 접을 수 있었다. 스타택의 인기는 2000년대 후반 애플 아이폰과 다르지 않았다. 누구나 갖고 싶은 ‘로망폰’으로 통했다. 지금 봐도 뒤지지 않는 디자인도 그렇고 폴더를 여닫을 때 나는 ‘딸깍’ 소리는 중독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1996년 국내 출시 당시 출고가격이 150만원에 달했지만 150만대 넘게 팔려나갔다. 레전드급 판매기록이다. 스타택 이후 휴대폰시장엔 폴더·슬라이드폰 등 다양한 형태의 휴대폰이 등장해 폼팩터(형태) 경쟁을 벌였다.



 20년이 지난 지금 ‘접는 휴대폰’이 다시 화두다. 이번에는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접었다 펼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무대 위 진행자가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7.3인치(18.54㎝) 대화면 스크린으로 펼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삼성은 내년 상반기 첫 제품을 내놓는다. ‘세계 첫 폴더블폰’ 타이틀은 로욜이라는 중국계 스타트업이 가져갔지만 대량 생산되는 첫 폴더블폰은 삼성 제품이 확실해 보인다. 이를 계기로 폴더블폰 경쟁이 본격화한다. 화웨이가 “폴더블폰을 내놓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LG전자, 샤오미, 레노버 등도 시장 경쟁에 가세할 태세다.

 폴더블폰 경쟁은 기술발전과 시장변화에 따른 필연이다. IDC에 따르면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5500만대로 전년 대비 6% 줄었다. 포화 국면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사양은 상향 평준화됐고 교체주기는 길어졌다. 쓰던 폰을 바꿀 이유가 사라졌다. 대화면·카메라 경쟁도 추세를 뒤집긴 역부족이었다.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려면 새로운 기폭제가 필요했다. 수년 전부터 미래 휴대폰 기술로 거론된 ‘접는 디스플레이’ 조기 상용화에 업계가 집착하는 이유다. 그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스마트폰 폼팩터만이 시장의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그렇다고 사각 막대 모양인 기존 폼팩터를 완전히 대체하진 않겠지만.



[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스마트폰 제대로 접어야 산다
 삼성에겐 더 각별하다. 양수겸장 카드다. 출하량 면에선 여전히 세계 1위지만 애플과 화웨이 등 중국 메이커들 사이에 끼어 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폴더블폰은 삼성이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려놓을 절호의 기회다. 중국 기업들이 흉내낸다 해도 첨단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 등 우리가 주도하는 기술 분야다. 더 잘 만들 수 있다. 설령 폴더블폰 경쟁이 치열해진다 해도 손해 날 게 없다. 폴더블폰 디스플레이 면적은 기존 스마트폰의 2배가 넘는다. 공급가도 비싸다. 부품 사업에선 득이다. 이래저래 삼성이 돈을 버는 구조다.

 문제는 어떻게 첫걸음을 떼느냐다. 접었다 펼 수 있는 디자인만으론 반짝 유행 아이템에 그칠 수 있다. 소비자가 폰을 접었다 폈다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특별한 한방’이 필요하다. 내구성·품질은 기본. 여기에 차별화된 기능이 됐든 인터페이스가 됐든 누구나 그 폰을 갖고 싶게끔 하는 감성적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20년 전 스타택의 딸깍 소리나 10년 전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처럼 말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폰을 바꾼다. 스타택, 아이폰에 이은 세 번째 폼팩터 혁명의 주인공이 한국 기업이면 어떨까 상상해봤다. 지금이 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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