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의 휴대폰 판매 대리점/사진=뉴스1
#1.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삐삐 팔고 다녔죠. 3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우면서 한 시대를 살았는데...” 강원도 춘천에서 SK텔레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53)는 23살 한국이동통신(현재 SK텔레콤)에서 호출기(삐삐)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는 일찍이 창업해 핸드폰 대리점 ‘사장님’이 됐다. 지금은 점장 1명, 직원 1명과 10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다.
한때는 넘쳐나는 판매 수수료(리베이트)로 장사가 잘됐다. '치킨집은 망해도 핸드폰 유통점은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도 나돌았다. 상황이 급변한 건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이후다. 본사로부터 받던 리베이트가 많이 줄었다. 또 할인액이 평준화되다 보니 가게 재량권도 많이 사라졌다.
그는 "휴대폰 매장은 절대 망할리 없다는 속설은 이제 옛말"이라며 "단통법 때만해도 매장 문을 닫고 독서실, 치킨집, 분식집으로 업종 전환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했다. 또 "그런데도 뉴스에서 우리(휴대폰 유통업계 종사자)를 보고 ‘나쁜 일자리’라고 지적하는 소릴 들으면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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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통신비를 인하하려는 정책 취지와 여전히 이동통신 유통점이 많다는 사실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유통점들이 팔던 상품을 팔지 못하게 한다고 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지겠냐"고 지적했다. 오히려 새로운 유통체계를 만들고 광고를 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휴대폰과 이동통신 서비스 판매를 완전히 분리하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유통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국회는 완전자급제 법제화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단말기와 이동통신별로 가격 경쟁이 촉발되면 가계통신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반대로 정부는 법제화보단 자급제폰 활성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대체로 SK텔레콤을 비롯해 이동통신 업계는 법제화를, 단말기 제조사들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는 불안해 한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단말기와 이동통신서비스 판매가 이원화돼 기존의 유통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이동통신 3사 대리점과 판매점은 약 2만여개 정도다. 유통업계 종사자는 약 6만~7만명으로 추정된다. 업계 종사자 상당수가 생업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휴대폰 판매점 밀집 상가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씨(여·28)는 “식사시간에 완전자급제 관련 대화를 자주 나누는데, 이 곳(대형 판매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100명이 넘는데 하루아침에 나앉을 수 있다”며 “높아진 가계통신비에 대한 책임을 유통점들에게 몰아 세우는 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